[보도] 개별소비세 내리고 ‘쇼핑 데이’ 만들고 접대비 한도 완화를

자유경제원 / 2015-06-23 / 조회: 3,863       중앙일보

개별소비세 내리고 ‘쇼핑 데이’ 만들고 접대비 한도 완화를

[중앙일보] 입력 2015.06.23 00:40 / 수정 2015.06.23 00:57

[메르스를 이기자] 내수 경제 살리려면

메르스 때문에 내수가 꽁꽁 얼어 붙었다. 일요일인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빙상장에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 롯데월드 측은 지난해 주말 대비 방문객이 3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병 한 달 만에 내수 경제가 쑥대밭으로 변했다.

 소비 1번지 서울 명동마저도 ‘문 닫는 상인들이 속출할 것’이란 공포가 번지고 있다. 급격히 줄어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때문이다. 일본 라면집 사장 이모(60)씨는 “매출이 45% 줄면서 직원 둘을 내보냈다”고 탄식했다. 내국인 소비도 마찬가지다. 마포구 홍대 앞의 A클럽 직원 유모(27)씨는 “가장 잘나가는 클럽도 주말 줄이 반 넘게 짧아졌다”며 “연평도 포격, 세월호 때도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경제 내상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초대형 사건·재난 발생→경제심리 동반 추락→내수 침몰’이란 감염 경로가 되풀이된다. 여기에 124년 만의 가뭄까지 겹치면서 생산 농가는 물론 들썩이는 농산물 가격으로 도시 소비자 내수 심리도 더욱 가라앉고 있다. 상황이 급박한데도 정부는 ‘재탕, 삼탕’ 수준의 대책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세월호 직후인 지난해 8월엔 한국은행이 결국 “경제주체의 심리 위축이 문제”라며 15개월 만에 금리 인하 응급 처방전을 꺼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금리 인하 카드는 이번 메르스 때도 반복됐다. 소상공인 대출에 나선다고 하지만 결국 빚 부담을 늘려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추가경정예산은 집행에 시간이 걸려 약효가 의문이다.

 그래서 메르스 침체를 넘어서기 위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면이 경기 순환 차원의 통상적 부진이 아닌 ‘트라우마형 침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의 ‘기(氣)와 흥(興)’을 되살리는 특단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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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재난형 내수 타격’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7가지 국민적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제심리’를 적극 챙기라는 주문이 나왔다. 소상공인 위로 차원의 시장 방문 같은 이벤트 정도로는 추락하는 내수와 소비심리를 되살리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이전처럼 경제부총리나 경제부처 장관 차원에서 내놓는 경기부양책은 더 이상 먹히지도 않는다”며 “대통령이 전 국무위원을 소집한 가운데 대국민담화문 등을 통해 구체적인 경제 회생 해법을 제시해 확실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더해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소비 불쏘시개’ 역할을 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전문가들이 꼽은 방안 중 하나가 ‘개별소비세’ 인하다. 지난 1977년 ‘사치품 과소비를 막자’며 도입했다. 하지만 자동차·TV 등은 이제 필수품인데도 5% 세금을 매긴다. 앞서 2009, 2012년에도 자동차 개소세를 낮춰 회사별 판매량이 5~20% 증가한 사례가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소비를 주도하는 건 고소득층인데 개소세를 내리면 보다 적극 소비에 나서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직접 소비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500대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58조원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영업 활동에 쓰이는 ‘판매관리비’를 적극 지출하면서 각종 행사를 차질 없이 치르기만 해도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한시적이지만 98년부터 유지한 접대비 한도(기본 1200만원+매출액의 0.03~0.2%)를 풀자는 견해도 나온다.

 이에 더해 움츠러든 가계가 소비에 나설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는 일도 중요하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광복절 등 국가 공휴일을 비롯해 하반기 내내 월 단위로 ‘한국판 그랜드 세일’ 같은 대대적 세일 이벤트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대표는 “가계 주머니가 차지 않으면 소비도 늘지 않는다”며 “상여금 대신 전통시장·대형마트 상품권을 주고 세제 혜택으로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계 차원에서 ‘국내 휴가 장려’ 운동을 벌이자는 주문도 귀 기울일 만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광위원회가 휴가지 등을 발굴하고, 기업들이 이를 적극 장려하는 방법이 있다. 경희대 이기종(관광학과) 교수는 “지방의 관광 소비액을 소득공제하는 식으로 이를 북돋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광복 70주년과 연계한 동~서 자전거 대회 등(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대형 이벤트를 벌이자는 촉구도 나왔다. 

 중앙정부 차원의 재난 매뉴얼을 시급히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뭄만 해도 그렇다. 부경대 변희룡(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가뭄 대응을 위한 공식 매뉴얼이 없고 일 터지면 시장·군수가 나서는 상황”이라며 “미국만 해도 세차, 잔디밭 급수 금지와 수도료 인상 등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체계적 진화에 나선다”고 했다.

글=구희령·김기환 기자, 황종원 인턴 기자 heali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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