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그리스 위기>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원인과 교훈은

자유경제원 / 2015-07-02 / 조회: 3,694       연합뉴스

<그리스 위기>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원인과 교훈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고동욱 김수현 기자 = 1일(한국시간)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것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는 유로존 단일 통화가 문제였고, 제조업과 수출입 기업의 기반이 취약해 관광산업에 의존한 그리스의 산업구조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가지고 있던 구조적 문제는 한국과 사정이 달랐다고 선을 그으면서 무분별한 복지의 확대를 경계하고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스 정치인들의 복지 포퓰리즘이 재정파탄을 가져왔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그리스, 애초 유로존에 끼지 말았어야" 

단기적으로는 채권단과 그리스가 내세운 조건이 워낙 달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고, 중·장기적으로는 2010년 그리스사태 이후 그리스 정부에서도 나름대로 긴축과 개혁 노력을 했으나 경제 회생이라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으로는 그리스 경제구조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그리스는 자국 통화가 없으니 통화를 평가절하할 수 없다. 대신 임금 삭감을 통해 평가절하와 비슷한 효과를 보고 경쟁력을 제고하려 했다. 그러나 제조업 기반이 워낙 취약해서 효과를 볼 수가 없었다. 서비스업, 특히 관광산업에서 조금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제조업을 통해 수출입이 늘면서 경제를 끌어올리는 선순환 효과를 일으키지 못했다. 이는 아일랜드와 비교해보면 뚜렷해진다. 아일랜드가 빠르게 회복한 데에는 강력한 개혁과 긴축 효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수출이 회복을 도운 것이 컸다. 

더 원초적인 문제로는 유로존 단일 통화를 꼽을 수 있다. 각국 경제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유로화를 출범시켰고, 그리스는 애초에 끼지 않았어야 할 나라가 포함됐던 거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그리스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독자 화폐를 가지고 있고, 독자 환율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을 찾자면 그리스 위기의 문제로 지적되는 재정 방만과 높은 연금 소득대체율을 꼽을 수 있다. OECD의 선진국보다도 소득대체율이 높았던 셈이라 이른 퇴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리스의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따라서 재정건전성의 의지와 연금의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정책동향분석실장 

"자영업자 많아 세원 안정적 확보 못한 게 문제" 

그리스 사태는 유로존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화폐를 만들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없어졌다. 화폐 통합이라는 것은 각국이 통화정책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그리스는 재정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그렇게 되면 화폐 가치가 떨어져야 하는데 유로를 쓰다 보니 화폐 가치가 하락하지 못한다. 유로존을 보면 제조업이 강한 독일은 경상수지가 지속적인 흑자를 보이는데 반대로 그리스 등 남유럽은 경상수지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는 경우 일반적으로는 해당국의 화폐 가치가 떨어져야 하는데 유로존을 쓰는 그리스는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 수준 자체가 높은 것은 문제가 아니다. 복지 수준은 북유럽이 훨씬 높다. 그리스가 특별히 과복지 국가라고는 할 수 없다. 그리스가 기본적으로 관광업, 서비스업 중심이라 자영업자가 많아 세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못한 면은 어느 정도 문제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리스 문제는 북한과의 체제 통합, 경제 통합을 앞둔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줄 순 있다. 남북 간 체제, 경제 통합의 위험은 상당하다.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면 위험이 따를 수 있다.

▲ 손정선 외환은행 파생상품영업부 연구원 

"그리스가 주는 교훈, 복지확대 다시 생각해 봐야"

지하경제 탈세는 큰 요인이 아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도 탈세 규모가 크지만 큰 문제가 일어나진 않았다. 문제는 그리스 경제가 지나치게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GDP가 증가하려면 유로존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야 하는데, 현재 유럽지역 경제가 좋지 않아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재정과 환율정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려 해도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독자적인 정책을 사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사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들의 불만은 팽배해 있다. 지난 2~3년간 복지예산이 크게 줄어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IMF와 유럽중앙은행이 더 줄이라고 하니 그리스인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 그리스사태가 어디로 갈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가 더 큰 변수가 될 것 같다는 점에서다. 

그리스 사태가 주는 교훈은 복지 확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의 재정적자 수준이 나쁘지 않지만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다. 수출은 언제라도 안 좋아질 수 있다. 반면에 복지는 경제가 나빠졌다고 단박에 줄일 수 없다.

그리스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리스 선박을 수주한 회사 등 그리스와 직접적으로 거래한 회사들이 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유럽지역 수출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무엇보다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건 주의해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포퓰리즘 정치가 국가부채 위기로 내몰아" 

국제통화기금 등이 구제금융을 하면서 방만한 공공부문과 과도한 복지의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등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정상으로 복귀할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그리스는 고통분담 대신 도피를 선택, 긴축재정과 복지 축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국민 정서에 포퓰리즘 정치인까지 결합해 있다.

1981년 시작된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의 포퓰리즘 정치가 그리스를 30년 만에 국가부채 위기로까지 내몰았다. 이른바 '연금천국'을 만들어 그리스인들은 퇴직하면 자신이 받던 최고연봉의 95%를 연금으로 받는다. 반대로 과도한 규제 탓에 기업 경쟁력은 바닥을 면치 못한다. 무분별한 복지정책과 낮은 기업경쟁력의 귀결은 높은 실업률이다. 관광 이외에 변변한 산업기반이 없어 그리스 정부는 정부 재정으로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려 대응했다. 그 결과 공공부문의 나태와 모럴 해저드가 심각해졌고 부정부패가 만연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급속히 복지지출이 늘어나 '복지 포퓰리즘'의 조짐이 보인다. 그 결과는 국가채무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앞으로 포퓰리즘 경쟁이 벌어지면 재정위기의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이번에 국민연금을 은근슬쩍 개악해 1천700조 원의 국민 부담을 새로 부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sncwoo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7/01 11:1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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