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사회적 경제법`, 시장경제에 대한 도전이다

자유경제원 / 2015-07-07 / 조회: 3,850       미래한국

'사회적 경제법', 시장경제에 대한 도전이다

[분석] 사회적경제법 논란한정석 편집위원l승인2015.05.05l수정2015.05.05 11:12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사회적경제법은 자유시장경제 원리 스스로 부정

성완종 리스트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여야 간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간에 순풍에 돛단 듯이 합의되고 있는 법안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법’이라는 이름의 법안이 그것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민련 신계륜 의원이 발의한 이 사회적 경제법은 ‘사회적 경제조직’이라 불리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과 같은 비영리 법인들에 정부가 기금을 만들어 사업비를 대주고, 지자체(地自體)를 비롯해 공공기관에서 구매 예산의 5%를 우선 구매하는 특혜를 주는 법안이다. 물론 세금도 면제된다. 

유승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적 경제 기본법안의 목적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의 설립, 경영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것’이라 한다(동 법안 제1조).

▲ 사회적경제법을 발의한 주인공인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左)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신계륜 의원(右)

이를 위해 ‘대통령 소속 사회적 경제위원회와 지역단위 사회적 경제위원회를 신설하고, 정부 내 사회적 경제위원회를 지원하기 위한 사무국을 설치하며, 출연기관으로 사회적 경제원을 설립하고, 사회적 경제 재원 지원을 위한 발전기금을 설치’하자는 것이다(동 법안 제6조~제20조).

또 정부가 ‘사회적 경제조직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공공기관 우선 구매와 조세 감면 및 재정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동 법안 제21조~제24조)이 주요 요지다. 


시장경제 이념에 대한 중대한 도전 

이 법안의 목적은 우리 사회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달성하기 어려운 부분을 정부가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으로 입법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면밀히 따져 보면 이 법안으로 인해 우리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질서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이 법안이 스스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사회를 전제로 하고 있다. 시장경제란 2인 이상의 교환행위를 위한 사회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만일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있다면 비(非)사회적 경제나 반(反)사회적 경제를 우리는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만일 그것을 자본주의 시장경제라고 정의한다면 사회적 경제법의 이념은 우리 헌법의 시장경제 이념에 중대한 도전이 된다. 

이 법의 구체적 실행 내용이 비영리 법인들의 경제활동을 정부가 지원하는 정도에 불과함에도 법이 논의되는 과정과 입법 취지, 그리고 법안의 목적에 담긴 이념을 살펴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악마의 맷돌’이라는 이름으로 부정하고 원시 공산 공동체로의 회귀를 주장했던 기독교 사회주의자 칼 폴라니의 <사회방어>론에 입각해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법의 내용에 비해 그 이념이 과도하게 사회주의 포퓰리즘에 경도되어 있어, 향후 이 법안의 제정 후의 개정 방향이 보다 반(反)시장주의, 친(親)사회주의로 흐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 사회적경제법의 목적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달성하기 어려운 부분을 정부가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으로 보완하겠다는 뜻이다. 사진은 박원순 시장이 서울 만리동의 협동조합 마을기업을 방문한 장면.

특히 사회적 경제기본법이 지자체와 공공기관 구매액의 5%를 사회적 경제 기업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해산된 통진당과 같은 반(反)헌법적, 반(反)국가적 정치세력들이 자신들과 정치적 노선이 같은 지자체장(長)들과 결탁해 사회적 경제 기업들을 조직하여 이득을 취하는 형태로 조직과 정치세력을 재건하게 될 것이라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위헌(違憲) 해산된 통진당은 관계자들이 성남시를 대상으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여 100억 원이 넘는 청소 용역 등을 수주해서 자신의 조직을 키우고 운영해 왔음이 밝혀졌다. 

아울러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기존의 협동조합진흥법이 명시하고 있는 정치적 중립의무에 대한 표시가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정부 지원에 의존할 것이 명확해 보이는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정치권과 결탁해 특정 정파를 지지하거나, 불법 선거운동 등을 하는 등 정치적 중립 위반 사례가 많을 것도 우려된다. 


유럽과 한국은 다르다 

유럽 각국에서 제정되는 사회적 경제법안은 나라마다 그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 가족보다 가까운 소규모 동료집단 문화가 발달한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는 5~10명의 평생 친구들이 모여 사업을 하는 작은 기업들이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사회는 철저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입각한 ‘개인들의 연대’가 자연스럽게 고(高)세금-고(高)복지의 복지공동체 사회를 만들었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이념은 ‘국가는 신(神)이 주신 질서를 보호해야 한다’는 독일 경건주의 전통에 입각한 질서자유주의(Ordo Liberalism)에 바탕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그런 전통과 관습이 부재하다. 이 점에서 우리 사회적 경제법이 논의되던 공청회에서 이 제도의 관습적, 전통적 바탕으로 ‘향약’, ‘두레’가 제시되었던 것은 특이하다. 그런 전통이 현재 우리 사회에 관습적 질서로 존재하는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념적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법은 근본적으로 ‘사회적’이라는 말 그 속에는 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반감이 내포되어 있다. 즉 자유시장경제는 수정되어야 할 대상임을 함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안의 관점도 마찬가지다. 자유시장경제 체제, 특히 한국에서의 자유시장경제 체제는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지만, 양극화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고 비판된다.

자유시장경제 체제는 한편으로는 빈곤을 낳고, 허접하고 차가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사람과 노동의 소외를 낳고, 협력과 연대를 사라지게 하고, 경쟁만 부추기며,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고, 사람들의 정신까지 황폐화시킨다고 본다.

그래서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적 경제를 통해 ‘빈곤을 해소하는 복지’ ‘차가운 일자리가 아닌 따뜻한 일자리’ ‘사람과 노동의 가치’ ‘협력과 연대의 가치’ ‘파괴된 지역 공동체의 복원’ ‘사람들의 선한 정신과 의지’ 등 이른바 ‘사회적 가치’가 추구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한 의도, 나쁜 결과’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이런 문제에 대해 ‘사회적’이라는 용어에는 이미 ‘좋다’ ‘나쁘다’는 가치 판단이 내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회적 경제는 좋은 체제이고, 자유시장경제는 나쁜 체제라는 식이다. 

나쁜 체제인 자유시장경제 체제는 마땅히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에서도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한국 경제의 체제를 (사회적 경제로) 개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적 소명의식”까지 갖고 사회적 경제로 개혁을 한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권혁철 소장의 주장을 들어보자. 

“자유주의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사회적’이라는 말을 일컬어 ‘족제비 같은 말(weasel word)’이라고 표현했다. 족제비가 알의 겉은 멀쩡하게 남겨두고 속의 내용물만 전부 빨아먹은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사회적이라는 단어가 수식하는 명사의 겉은 멀쩡한데 그 내용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권 소장은 ‘사회적 경제’에서 사회적이라는 말이 수식하는 ‘경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정치’가 차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신계륜 의원 발의안 기준

역사적으로 볼 때도 사회적이라는 용어는 정치권의 권력을 강화하고 정부가 ‘큰 정부’로 가는 길을 닦아 왔다고 할 수 있다. 

관습적 질서가 없는 ‘위로부터의 개혁’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그런 부작용은 사회적 경제법으로 이득을 얻는 계층과 정부의 실패를 감추거나 만회하기 위한 정치인들에 의해 그 실패의 원인을 내부가 아니라, 외부로 돌리게 되고, 결국 대기업과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악마의 맷돌’ 그리고 ‘신(新)자유주의’라는 오도된 이름으로 공격하게 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하이예크는 이런 문제에 대해 “자유와 계획은 양립할 수 없으며, 양립할 경우 계획으로 기울어진다”고 갈파했다.

그 결과는 사회주의 포퓰리즘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그러한 정부 실패를 드러내는 ‘선한 의도, 나쁜 결과’에 대한 오래되고 긴 리스트를 갖고 있다. 이 법안이 우려되는 것은 ‘사회경제조직’들에 대한 관치(官治)와 지대 추구, 정경(政經) 유착으로 ‘사회적 경제’가 실패할 경우 그 원인을 과연 이해관계자들이 자기모순으로 받아들이겠느냐 하는 문제 때문이다. 과거 좌파진영에서 조합운동을 펼쳤다가 전향한 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재 모든 생활협동조합은 다 좌파 시민사회와 운동권이 조직적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을 일선에서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17개 광역단위에 건설되어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협의체도 좌파 운동권이 만든 것이다. 이에 반해 보수우파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이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운영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좌파 육성의 거름 역할 하게 될 것 

임헌조 이사는 한국의 좌파 시민사회가 유럽과 달리, 남북 분단 상황이라는 독특한 조건 때문에 아직도 그 내부에 종북(從北)성향이 도사리고 있고, 반미(反美) 반(反)자본주의 경향이 짙게 깔려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결과 지난 광우병 파동이 한국을 아수라장으로 몰고 갔고, 당시 시위를 기획 주도했던 세력이 사회적 경제조직인 생협이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임도 강조한다. 임 이사의 말이다. 

“시민사회의 좌우 균형이 1000 대 1 정도로 완전히 무너졌다. 시민사회의 균형을 바로잡지 않으면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의 균형을 바로잡을 수 없다. 사회적 경제법은 새누리당이 좌파를 육성 지원하는 법을 만들어 결국 보수와 우파를 더 어렵게 만드는 천추의 한(恨)을 낳게 될 것이다.” 

사회적 시장경제법이 제2, 제3의 광우병 파동을 초래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슈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좌파 네트워크는 ‘사회적 경제’가 깔아놓은 고속도로를 통해 더 한층 강화되고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의 경우, 좌파 운동단체들이 조직한 풀뿌리 주민자치 조직들은 여권의 지자체 단체장들로서는 여간 골치 아픈 존재들이 아니다.

각종 지역 민원과 의정감시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자체장들을 공격한다. 때문에 지자체장들은 이러한 진보단체들에게 용역과 같은 일거리를 배려하는 현상은 보편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경제법이 통과되어 지자체들이 구매 예산의 5%를 사회적 기업들로부터 우선 구매하게 되면 차기 총선에서 야권의 선거운동세력을 새누리당이 키워줬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에 그런 운동을 해왔던 임헌조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에서 엄청난 세 불리를 겪게 될 것이다. 지역 주민들과 밀착된 야권의 풀뿌리 운동조직들이 사회적 경제법의 혜택으로 선거운동원들을 사회적 기업의 근로자로 고용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법은 새누리당으로서는 별 실익이 없는 법안이다. 다만 이 법안의 아젠다와 이슈를 야당이 선점할 경우, 지지표가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로 울며 겨자 먹기 식의 대응을 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그런 양보를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이 법안이 새누리당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한 예로 사회적 기업 법안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2012년에 발의했지만, 이 법이 여당에 의해 발의되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결국 사회적 경제법 역시 야당과 진보 시민세력이 새누리당과 정부를 압박해 얻어낸 ‘서민지원 전리품’으로 각인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역 주민들의 표가 이 법안 때문에 새누리당으로 가리라는 것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법안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새누리당이 사회적 경제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보수진영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 법안은 보수진영으로서는 게도 구럭도 잃는 악법(惡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헌법이 명시한 자유시장경제 제도에서 일탈해 사회주의적 요소가 짙은 관치경제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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