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먹튀 없다’는 엘리엇 … 장기투자 접근해 1년 뒤 회사 매각

자유경제원 / 2015-07-15 / 조회: 4,468       중앙일보

‘먹튀 없다’는 엘리엇 … 장기투자 접근해 1년 뒤 회사 매각

[중앙일보] 입력 2015.07.15 01:32 / 수정 2015.07.15 01:35

시세차익만 노린 사례 속속 드러나

“그들은 자신을 ‘장기 투자자’라고 소개했다.” 2012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경영권 공격에 시달리다 약 1년 만에 매각된 미국 BMC소프트웨어 밥 보챔프 전 최고경영자(CEO)의 회고다. 그는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엘리엇이 지분 매입 사실을 공개하기 6개월 전쯤 나를 만나려 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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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챔프는 엘리엇의 경영권 공격에 대해 “회사에 극도로 어려웠던 시기였다”며 “고객들은 불안해했고, 인력 채용이 힘들어졌으며, 직원들은 걱정했다”고 기억했다. 특히 그는 “행동주의 투자자(엘리엇을 지칭)와 함께한다면 어떤 변화나 개혁도 불가능하다”며 “무엇을 하든지 간에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날을 세우고 있는 엘리엇의 이른바 ‘먹튀’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엘리엇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먹튀는 근거 없는 얘기”라고 강조한 것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2012년 5월 BMC소프트웨어의 지분을 사들인 뒤 ‘기업 가치를 올릴 모든 대안을 살펴봐야 한다’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자신들의 주식을 인수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라는 요구까지 했다. 지분을 더 늘린 엘리엇은 두 명의 이사회 멤버를 교체하고 회사를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BMC소프트웨어는 2013년 5월 사모펀드로 넘어갔고 엘리엇은 시세차익을 거둔 뒤 회사에서 손을 뗐다.

 이뿐이 아니다. 엘리엇은 지난해 영국의 4대 수퍼마켓 체인인 ‘W M 모리슨’의 지분을 매입한 뒤 주요 자산을 매각해 그 대금을 나눠달라고 요구했다. 엘리엇은 배당을 받고 난 뒤 지분을 팔아 치웠다. 영국의 ‘게임디지털’을 지난해 재상장시키는 과정에선 6개월간의 보호예수 약속을 지키지 않고 3개월 만에 5800만 파운드어치의 지분을 팔아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시세차익을 얻는 데 주력하다 보니 장기적인 기업가치 훼손을 신경 쓰지 않는 행태도 보인다. 엘리엇은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인 EMC에 자회사 VM웨어의 분사를 요구했다. EMC의 대표적인 기술 자회사다. 주가를 올리겠다며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팔자고 제안한 것이다. 

포춘지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13년 연속 선정된 ‘넷앱’은 엘리엇의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 인력을 15%가량 줄이기도 했다.

 한 외국계 헤지펀드 한국 지사장은 “엘리엇은 투기자본이라는 비난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며 “삼성에 비판적인 특정 매체를 지목해 인터뷰를 하고 ‘장기 투자’를 운운하는 것은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최근 커지고 있는 투기자본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리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2002년 월드컵 당시 방한해 찍은 사진 한 장을 내세워 ‘폴 싱어 회장이 한국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자유경제원에서 열린 ‘흔들리는 기업 경영권, 이대로 괜찮은가’ 좌담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이어졌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엘리엇은 정치·사법 수단까지 동원해 기업을 압박하는 투기자본”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표면적으로는 주주 가치를 내세우고 있으나, 속셈은 경영권을 위협하는 단기 투자를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국대 김선정 법학과 교수는 “구글 같은 해외 대기업은 복수의결권 등의 제도를 통해 경영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며 “그러나 한국은 반기업 정서, 맹목적 기업 비판이 투기자본의 응원군 역할을 하고 있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엘리엇이 합병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이익을 확정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증권 백광제 연구원은 “헤지펀드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는 일반 주주와는 이익의 방향성이 다르다”며 “주식 공매도나 주식선물 매도를 통해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결국 합병 무산 시 주가하락 피해는 일반 주주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손해용·김현예·임지수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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