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결혼장려금과 프리드먼의 통찰력으로 본 대한민국

자유경제원 / 2015-11-23 / 조회: 5,178       미디어펜
> 칼럼 > 김규태의 후안무치 깨기
결혼장려금과 프리드먼의 통찰력으로 본 대한민국포퓰리즘에 취한 국민·인기영합 정치인·경제적자유 압살 참담
김규태  |  suslater53@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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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21  1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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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밀턴 프리드먼의 통찰력, 포퓰리즘 천국 대한민국에도 유효한가

최근 참담한 소식을 들었다. 국가가 결혼·출산을 책임질 것이며 향후 5년간 200조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 최대규모의 저출산대책이 내달 발표된다는 특종*이었다. 이번 대책은 결혼 못하는 사람을 국가가 책임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90번 넘는 회의를 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초음파 등 출산을 위한 각종 검사와 입원비 등 출산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도 검토 중이다. 만혼을 없애기 위해 신혼부부의 임대주택 입주 여건을 지금보다 더 완화하고, 베이비시터 관리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필자는 『선택할 자유』 보다 『자본주의와 자유』를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대표 저서로 꼽는다. 『선택할 자유』는 『자본주의와 자유』의 후속편이다. 『자본주의와 자유』가 출간될 1962년 당시 밀턴 프리드먼은 기존 통념, 경제학계 주류의 집산주의적 경향을 거부하고 자유시장경제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학자로서 어지간한 용기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프리드먼은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를 통해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탁견을 보인다. 프리드먼은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정부는 우리의 자유를 보존하는 데 필수적이고 우리는 이를 수단으로 삼아 자유를 적극적으로 누릴 수 있지만, 권력이 정치인에게 집중되면 정부는 자유에 대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책에서 프리드먼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자유를 보호하고자 세운 정부가 바로 그 자유를 파괴하는 프랑켄슈타인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프리드먼의 질문은 2015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관통한다. 1987년 민주화 세례를 받은 대한민국 곳곳에는 포퓰리즘에 취한 국민 다수와 특정이익집단들, 이들에게 영합하는 정치인 다수, 경제적 자유를 압살하는 사회주의式 제도가 만연해 있다. 이런 실태를 견제하고 자유의 길을 비춰야 할 언론과 교육계 또한 반시장주의에 386 주사파 민중민주주의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이들이 많다.

   
▲ 저서『자본주의와 자유』에서 밀턴 프리드먼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자유를 보호하고자 세운 정부가 바로 그 자유를 파괴하는 프랑켄슈타인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사진=자유경제원

다음 달 발표되는 박근혜 정부의 200조 저출산 대책은 좋게 말하면 국민을 나라가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가부장국가의 전형이며, 강한 표현으로는 대한민국의 자유를 파괴하는 프랑켄슈타인이다. 2012년 ‘증세 없는 복지’,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선점해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던 박근혜다. 미래권력,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사회주의 좌파 공약을 내세워도 아무렇지 않다.

“우리는 상당히 자유로운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었던 시대나 지역이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를, 그리고 인류의 전형적 상태가 폭정, 예속, 빈곤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프리드먼의 지적은 과거 한반도에 존재했던 노예제 사회, 조선에 대해서도 함의를 준다. 고려시대 4%였던 노비가 세종의 제도 변경 이후 40%로 늘어났으며 노비의 생산과 소작에 기대어 조선시대 생산기능이 작동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조선 4대 왕 ‘이도’를 마냥 ‘세종대왕’이라 극찬하기도 어렵다.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는 엄밀한 의미에서 경제학 서적이라 볼 수 없다. 이 책은 오히려 사상가로서의 프리드먼을 대표하는 책이다. 한국에서 경제적 자유주의자가 갖춰야 할 문제의식, 어떠한 길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필자는 본고를 통해 프리드먼이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밝힌 ‘정부 존재의 불가피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부행위’, ‘잡다한 복지정책 사례로서의 농산물 지원제도’, 그리고 『자본주의와 자유』 후속편인 저서 『선택할 자유』에서 밝힌 ‘정부 비대화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 수단’에 대해서 밝히고 한국에서의 함의 또한 언급하고자 한다.


정부는 불가피하지만 비효율적이다

프리드먼은 정부 존재의 불가피성을 밝혔다. 자유시장에서 정부가 수행할 역할이 있다는 지적이며 이는 정부가 게임의 룰을 정하거나 시장 규칙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심판자로서의 역할이다.

이는 절대적 자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며 불완전한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무정부주의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자유는 서로 침범한다. 누군가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제한되어야 한다.

자발적 교환을 통한 카탈락시로서의 경제라도 결국 정부를 통해 개인들에게 법과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 개인 법인들이 자발적으로 맺은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고 재산권을 규정하며 이를 누군가가 해석, 집행해야 한다. 통화운용체계 또한 마찬가지다.

단 프리드먼은 정치적 수단을 통해 결정해야 할 사항의 범위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의 직접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하나다. 정부는 시장과 달리 효과적인 비례대표제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시장은 순응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수요자들로부터 만장일치를 이끌어낼 수 있게 하지만 정치적 과정을 거친 결정은 수요자들의 순응을 요구하거나 강요하는 특질을 띤다.

   
▲ 현행 대의민주제의 모순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원들이 유권자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재정 지출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데에 있다. 이는 특수 이익에 대한 정치적 편견 때문에 발생한다. 사진은 '밀턴 프리드먼의 사상과 학문세계' 토론회 사회를 보고 있는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사진=자유경제원

비례대표제는 더하다. 이를 통해 대표될 수 있는 개별집단의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프리드먼은, 시장의 비례대표와 비교하면 그 제한된 정도는 실로 엄청나다고 지적한다. 결국 2015년의 대한민국을 규정짓는 대의민주제를 정치적 형태의 비례대표제라고 가정한다면, 이는 각각의 개별집단을 위한 입법조치가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모든 집단에 적용되는 법으로 작동한다. 필연적으로 작금의 민주주의체제는 비효율과 단절로 이어진다. 만장일치는 이상일 뿐이다.

시장의 범위와 영향력이 커질수록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경제활동에 관해 정부로부터 강요된 순응이 불필요해진다. 이에 따라 사회조직에 가해지는 긴장이 감소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부행위

2012년 이후 정치영역에서 ‘경제민주화’와 ‘무상복지’가 화두로 떠올랐듯이 기업의 영역에서는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 주된 키워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경제적/법적/윤리적/자선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대세”라는 목소리인데 중소기업청,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같은 곳에서 관련 자료와 통계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프리드먼이 1962년 저서를 통해 지적했듯이 기업의 성격과 본질을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다. 기업이 지는 사회적 책임은 오로지 하나다. 게임의 규칙을 준수하는 한에서 기업이익 극대화를 위해 매진하는 것, 속임수나 기망행위 없이 자유경쟁에 전념하는 것이다.

주주를 위해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 말고 기업 임직원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받아들이라는 주장은, 경제적 자유의 근간을 근본적으로 허무는 행위다. 프리드먼은 이를 체제전복적인 교리라고 말한다.

기업인들이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데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기업인들 스스로 공익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공익을 위하여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얼마만큼의 부담을 지워야 할지 기업인들이 정한다는 명제는 어불성설이다.

엄밀히 말해 CSR을 비롯한 기업의 모든 기부행위는 주주들이 자신의 돈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다. 사회적 책임? CSR이라 통칭되는 모든 기부행위는 기업의 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농산물 지원? 잡다한 복지정책의 실패사례

지난 10월 29일 농협 발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사상최대의 수확기인 올해 쌀값 안정을 위해 농협이 쌀 170만 톤을 수매한다는 소식이다. 수매자금 1000억 원 추가지원은 덤이다.

프리드먼의 지적에 따르면 이러한 제도는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뿐더러 농민들이 평균적으로 저소득층이라는 맹신에 기인한다. 한국의 사례도 이에 부합한다.

대한민국 쌀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과잉생산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한 쌀의 적정(권장) 재고량은 80만 톤인데, 실제 재고량은 150만 톤에 달했으니 적정 재고량을 70만 톤 초과한 셈이다. 이로 인해 2010년에만도 2천억원이 넘는 보관비용을 지출했으며, 이 비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낭비되는 것은 보관비만이 아니다. 쌀농사를 짓느라고 농민의 인력과 농지를 다른 곳에 쓰지 못했을 테니 그것 역시 낭비인 셈이다. 소비도 되지 않는 쌀을 생산하기 위해 창고 및 농지, 농민의 노력 모두가 낭비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쌀 직불제로 인한 잘못된 인센티브의 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다.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보상을 하기 때문에 농민은 팔리지 않는 쌀을 생산하고 있다. ‘쌀 직불제’는 정부가 쌀의 목표가격을 책정한 후 시장가격과의 차이의 85%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목표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되는 한 과잉생산을 촉발하고 있다. 결국 아무리 쌀 가격이 낮아져도 농민은 계속 쌀을 생산한다.

   
 

‘03~’12년간 쌀 공급량은 지속적으로 수요량에 미치지 못하였으며, 이에 따라 2009년부터 쌀 재고량은 연간 총 공급량에 준하는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이 누적되고 공급의 적체 현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쌀 시장가격이 정상적인 시장경쟁을 통해 형성될 수 없는 구조에 빠져 있다.

쌀 산업은 국내 농업생산액의 3분의1이자 농업소득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지만, 규모의 영세성(호당 평균 1.1ha) 및 비싼 농지가격으로 규모화의 한계에 처해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중국에 비해 생산비가 3~6배가량 높은 실정이기도 하다.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하락되어 왔으며, 110.2kg(1993)에서 69.8kg(2012)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에 반해 쌀의 생산비용은 단위(정곡 80kg당 현백률 92.9%적용) 당 7만 3888원(1993)에서 11만 6754원(2012)까지 상승했다.


정부 비대화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 수단

프리드먼은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자유로운 시장 활동과 사기업 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경쟁적 자본주의가 경제적 자유를 보장한다는 사실과 경제적 자유가 정치적 자유의 필요조건임을 설득력 있게 논증하면서 자유사회에서 정부가 수행해야 할 기능을 제시하였다.

이어 프리드먼은 후속 저서 『선택할 자유』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밝힌다.

정부와 국민의 ‘사회주의 정책’ 친화적인 경향을 역전시키려면 ①정부의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모든 정책에 반대해야 하며, ②그렇게 하고 있는 기존의 정책은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③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국회의원을 많이 선출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프리드먼은 ④정부가 해야 할 일 자체를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헌법의 경제와 사회 분야에서 정부 권력을 제한하는 일반 원칙을 채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리장전을 보완키 위해 경제적 권리장전을 채택하자는 주장이며, 이러한 개헌을 통해 정치인 관료 등 사회주의자들의 영향력을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리드먼이 그 사례로 든 주장은 연방정부 예산을 균형 예산이 되도록 규제하기 위한 개헌 발의 운동이다. 이는 세입(세금)과 세출을 제한하려는 운동에서 시작한다.

현행 대의민주제의 모순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원들이 유권자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재정 지출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데에 있다. 이는 특수 이익에 대한 정치적 편견 때문에 발생한다. 개개의 정부 사업은 특정 소수 집단의 집중적인 이익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특정 집단이 해당 입법에 크나큰 노력을 하려는 인센티브를 준다.

이들은 전체 유권자 가운데 적은 부분이지만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선거의 당락은 5% 이내의 작은 표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별 법안과 직접적인 혜택이 없는 다수는 자신이 약간의 피해(세금 낭비)를 입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하게 된다.

국회의원이 입법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예산 총액을 제한하면 입법 활동의 여건 자체가 변한다. 이 개헌안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출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생활하듯이 정부도 미리 정해놓은 예산한도 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강제한다. 과세제한과 지출한도 제한은 정부의 비대화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 시장은 순응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수요자들로부터 만장일치를 이끌어낼 수 있게 하지만 정치적 과정을 거친 결정은 수요자들의 순응을 요구하거나 강요하는 특질을 띤다. 국회가 대표적 사례다./사진=미디어펜

마지막이다. 자유주의 철학의 핵심은 개인의 자유, 개인 존엄성에 대한 신뢰다. 다른 이의 자유에 간섭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스스로 판단한 바에 따라 각자의 능력과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 기업의 자유를 믿는 것이다.

프리드먼이 대한민국에게 일러주는 함의는 절대적이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사회주의化를 막아내어 그 조류를 돌리느냐, 자유라는 헌법가치를 저버리고 노예의 길로 접어드느냐의 양 갈래 길이다. 빛과 소금으로서 자유주의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더욱 분투해야 할 것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위 글은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가 지난 13일 개최된 자유경제원의 '프리드먼 서거 9주년 : 밀턴 프리드먼의 사상과 학문세계'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 [단독]국가가 결혼·출산 책임, 150조 이상 저출산대책 내달 발표. TV조선 신은서 기자.

2015.11.10. 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10/2015111004164.html

 

< 참고문헌 >

『자본주의와 자유』. 밀턴 프리드먼 지음. 심준보 변동열 옮김. 청어람미디어.

딱 맞게 풀어쓴 ‘선택할 자유’. 신중섭 저. 자유경제원.

쌀 직불제의 폐해 및 개선방안. 프리덤팩토리 김정호, 김규태. 2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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