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사드 국론 분열, ‘멜로스 회담’서 교훈 배워야”

자유경제원 / 2016-07-21 / 조회: 7,203       뉴데일리

한국사를 공부하면 지나온 길이 보이지만 세계사를 공부하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세계사는 여전히 우리를 민족주의라는 '외딴섬'에 가두고 있다. 단군의 자손인 우리 민족이 최고라는 '폐쇄적 민족주의'와 강자의 무력만 손가락질 하는 '낭만적 도덕주의'가 그렇다.

자유경제원에 모인 학자들의 이야기다. 자유경제원은 21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세계사를 알아야 대한민국이 보인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발제를 맡은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1975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미국은 베트남을 상대로 싸움을 벌였다가 패배한다. 세계 초일류 국가와 아시아의 작고 가난한 나라의 싸움이었다"면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남정욱 교수는 "베트콩은 세 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싸웠다. '적이 원하는 곳에서 싸우지 않는다,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다, 적이 생각하지 못하는 전술로 싸운다', 이른바 3불 전략을 토대로 미군 입장에서는 전투다운 전투를 하지 못하고 전쟁에서 패했다"고 설명했다.

남정욱 교수는 "결국 1975년 미군은 베트남 땅에서 철수했고 공산화가 됐다. 이후 1979년 중공 국경수비대가 국경을 넘어 베트남을 침공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남을 지원하던 중국이 베트남을 침략한 것"이라면서 "이 같은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분쟁은 10년을 더 끌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정보를 베트남에 숱하게 넘겨 준 것은 미국이었다"고 설명했다.

남정욱 교수는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41년만인 2016년 미국과 동맹을 맺었다. 군사 기지 7곳을 미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내 준 것이다. 이 같은 동맹은 베트남 사람들이 기억력이 나쁘거나 역사를 잊는 한심한 민족이라 그런 것이 아니다"면서 "그들은 국제정치라는 냉혹한 세계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남정욱 교수는 "심지어 베트남은 우리에게도 자기 나라 여자들이 시집을 많이 갔다고 사돈의 나라라고 부른다. 국군이 사살한 베트남 군인과 민간인 숫자는 4만 명에 달한다. 그들은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 다만 '지금' 이야기 하지 않을 뿐이고 역사와 현실을 구분할 뿐"이라고 말했다.

남정욱 교수는 "하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떠냐"면서 "전임 대통령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고 했고 현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일간 대화는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야당의 중진은 대한민국의 기초를 '항일'과 '민주'라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은 정말 특이하고 무서운 나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정욱 교수는 펠레폰네소스 전쟁 초기, 아테네와 멜로스 사이에서 이루어진 '멜로스 회담'의 과정도 설명했다.

남정욱 교수는 "멜로스 회담은 펠레폰네소스 전쟁 초기에 아테네인들과 멜로스 섬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회담이다. 지금도 국제 정치에서는 자주 인용되는 아주 유명한 회담"이라며 "국제 정치에서 왜 정의는 내세울 것이 못 되며 왜 동맹은 중요하며 강대국은 어떤 논리로 약소국을 침략하는가 등 중요한 문제들이 이 회담에 다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정욱 교수는 "멜로스 섬은 아테네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델로스 동맹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였다. 멜로스 인들은 핏줄로 치면 스파르타인들과 가까웠고 아테네의 눈에는 그런 멜로스 인들이 마치 자신들을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아테네는 동맹군을 이끌고 멜로스 섬을 포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욱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로스 사람들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중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고 중립국가로 남겠다고 버텼다. 멜로스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아테네인들의 이성에 호소했다"면서 "자기들을 중립국으로, 친구로 받아들이고 양국의 이해에 부합하는 조약을 맺은 뒤 자기들 나라를 떠나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장래에 관해 제멋대로 억측을 늘어놓은’ 결과는 참혹했다. 성인 남자는 모조리 잡혀 죽었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팔려갔다"고 설명했다.

남정욱 교수는 "멜로스 회담에는 중요한 교훈이 담겨있다. 국제정치에서 약자가 부르짖는 진실과 정의는 조롱의 대상일 뿐이라는 사실"이라며 "사드 배치를 놓고 국론이 갈리고 있다. 경제는 중국과, 안보는 미국과 하겠다는 사람들은 멜로스 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 그런 아름다운 국제 관계는 없다"고 지적했다.

남정욱 교수는 "결론적으로 자유와 혁신과 번영은 인류 역사를 설명할 수 있는 세 개의 중요한 키워드다. 앞의 둘이 세 번째인 번영으로 이어진다"면서 "그 이야기는 앞으로의 세계도 그렇게 가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발제를 마무리 했다.

이어 토론을 맡은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무엇인가 하는 논쟁은 거시적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라면서 "이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 계몽주의 시대에는 역사의 원동력은 생산성의 향상이라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승욱 교수는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 발생된 두 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인해서 이성의 절대적 신뢰성에 회의를 가지기 시작하고 낭만주의 사조가 발생했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47개국이 식민지 상태에서 독립을 했다. 식민지에서 자유를 얻었지만 많은 나라들이 여전히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주류경제학에서는 경제발전론이라는 학문분야가 발생했다.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요인이 무엇인가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욱 교수는 "그런데 문제는 인간에게 자유만 주어지면 저절로 효율적인 제도가 발생하는가? 그리고 혁신과 발전이 오는가? 어느 사회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비효율적인 제도를 스스로 버리고 효율적인 제도를 채택할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어떤 사회이든지 효율적인 사회체제를 갖추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번영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비효율적인 제도가 저절로 없어지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대표적인 비효율적인 제도지만 1,000년이상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김승욱 교수는 "남정욱 교수의 발제에서 자유와 창의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하는 대 전제는 옳다"면서 "하지만 자유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창의를 자극하며 발전에 이르게 되는지 그 구체적인 과정을 좀 더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평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남정욱 교수의 발제를 토대로 '르네상스 시대'의 발전이 유럽 정세에 가져온 변화를 설명했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임종화 교수는 "르네상스, 지리혁명, 절대왕정, 종교개혁, 과학혁명, 중상주의, 시민혁명은 중세의 전통적 질서의 종언과 새로운 질서의 서막을 알리는 조종이자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서 "이러한 역사적 과정들을 통해 중세의 성서적 세계관은 종교와 시민들의 자연과학적 사고와 다양한 경제활동에 의해 가치가 현격하게 떨어졌다. 봉건제에 기반을 둔 분권적 사회 체제는 절대주의 국가 체제로의 재편되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임종화 교수는 "특히 중세적 경제 질서는 중상주의적 질서로 전환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정치권력이 시민 계층에게 이양되게 해줬다. 이로 인해 근대 사회의 기본적 틀이 완성 된 것"이라며 "약 1,000년의 시간 동안 이슬람 사회 및 동아시아 사회에 비해 왜소했던 유렵의 지식 기반과 경제력이 이 시기를 거쳐 강화돼 세계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화 교수는 "르네상스와 지리 혁명으로 시작돼 시민혁명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유럽 내부에서 국가 간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발생했다"면서 "그러나 근대 초기에 유럽에서 발생한 변화들을 유럽 내부적 요인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임종화 교수는 "역사적 사건, 혹은 그 시대를 규정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유럽의 중세와 근대를 논할 때 통치 방식과 이념이 무엇이었든 후기 중세시대 유럽이 낳은 사회변혁은 다른 문명에서는 없었던 재산권의 확립을 가져왔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면서 "따라서 오늘날 경제사를 다루는 많은 학자들이 자본주의를 연구하는데 시발점을 르네상스 시대 유럽을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정리했다.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남정욱 교수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교훈은 '국제 관계에서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시 말해 '국제정치는 냉혹한 힘의 각축장이며, 그 냉혹한 각축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두려움을 없애는 것, 죽을 각오로 버티는 것'"이라고 평했다.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신중섭 교수는 "경제와 군사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기는 하더라도 경제적 이익 때문에 군사안보를 소홀히 하면 두 가지 모두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중섭 교수는 "옛날 공자는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와 병기를 풍족하게 하면, 백성들이 신의를 지킬 것이다(足食足兵民信之矣 民無信不立·족식족병민신지의 민무신불립)'라고 말했다"면서 "공자에게 그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자 믿음이 가장 중요하며 그 다음이 양식이고 마지막이 병사라고 말한다. 부득이 하게 먼저 버려야 할 순서를 정해야 한다면 병·식이고 끝까지 믿음은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신중섭 교수는 "공자는 '양식이 풍족하고 믿음이 깊으면 '병(兵)'없이도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먹고 사는 것이 절실했기 때문에 국가 지도자는 병(兵)보다 식(食)이 중요하다고 했을 것"이라며 "주민의 식보다 병을 중시하면 북한처럼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드와 관련해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설사 중국이 경제적 제재를 가한다고 해도 우리 백성이 굶어죽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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