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혜옹주, 역사 왜곡·황실 미화 `선동의 평행이론`

자유경제원 / 2016-09-15 / 조회: 10,047       미디어펜

영화 덕혜옹주, 선동의 평행이론


1. 망상(妄想)으로 재현(再現)된 역사는 위험하다


자멸한 대한제국의 역사 왜곡과 미화로 도대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얻고자하는 것인가. 역사는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평가되어야 하는 것이지 거짓으로 다시 쓰는 것이 아니다. 내일의 대한민국 역사를 위해 망상으로 재현된 역사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남정욱 교수님의 발제문 <덕혜옹주도 웃을 덕혜옹주 이야기>에 대해 토론자로서 보충하거나 비판할 것은 없다. 다만 발제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떠오른 웃픈 데자뷰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2. 1996년 VS 2016년의 덕혜옹주


20년 전의 웃픈 상황이 데자뷰 되고 있다. 2016년의 정치계와 문화예술계를 면면이 살펴보면1996년의 상황과 너무나 유사하다. 이러한 시기에 역사 왜곡 영화 한 편이 논란이다. 바로 <덕혜옹주>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1996년 MBC 광복절 특집 드라마 <덕혜 -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이하 덕혜)와 2016년 영화 <덕혜옹주>사이에는 묘한 평행이론이 존재한다. 첫째, ‘시점과 상황’의 평행이다. 둘째, ‘역사 왜곡과 황실 미화’의 평행이다. 셋째, ‘선동’의 평행이다. 


2-1. 시점과 상황의 평행 


두 작품은 각각 15대(1997년)와 19대(2017년) 대선을 1년 5개월 앞두고 방영과 상영을 하였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그때나 지금이나 영상의 힘을 생각해본다면 국민들의 역사 인식과 의식에 혹은 어떤 선택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는 확대해석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이다. 


   
▲ 자멸한 대한제국의 역사 왜곡과 미화로 도대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얻고자하는 것인가. 역사는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평가되어야 하는 것이지 거짓으로 다시 쓰는 것이 아니다. 영화 덕혜옹주는 역사 왜곡에 대한제국 황실 미화로 가득찬 영화다./사진=영화 덕혜옹주 스틸컷


2-2. 역사 왜곡과 황실 미화의 평행


시작부터가 왜곡이었다. 덕혜옹주가 세상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권비영 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부터이다. 그러나 시작은 소설이 아니다. 그 시작은 1995년 예술의 전당이 기획한 연극 <덕혜옹주>(5월 3일~6월 4일)이다. 연극 <덕혜옹주>는 여성 희곡작가 정복근이 쓴 작품이다. 정복근은 위안부와 징용자를 다룬 <짐>, 안중근의 친일파 아들을 다룬 <나는 너다> 등 반일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가다. 


연극에서 덕혜옹주 역할은 학력 위조 파문의 윤석화가 맡았다. 연극은 덕혜옹주가 결혼 3년 만에 딸 ‘마사에’(정혜)를 강제로 빼앗기고 이혼당한 것으로 왜곡하면서 덕혜옹주를 지나치게 미화하였다. 특히 남편 ‘소 다케유키’를 파렴치한 인물로 비하시켜 당시 평론가들에게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연극은 동년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2회 베세토 연극제에 한국대표로 참가하였다. 일본에서 그것도 왜곡된 연극으로 과연 그들에게 어떠한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었을까. 이 연극 은 오는 11월에 20년 만에 재공연을 한다. 


사실 소 다케유키는 1932년 11월에 생후 3개월인 마사에의 얼굴을 직접 그린 유화를 남겼다. 출산 이후 더욱 조현병이 악화된 아내를 대신해 마사에의 양육을 맡으며 딸을 데리고 여러 번 조선 황족들의 가족 모임에 참석하였다. 남편이 딸의 양육을 맡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도 마사에가 두 살 때 덕혜옹주가 딸을 안고 테라스에서 뛰어내리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사에는 친구들에게 조센징이라고 놀림을 당한 후 어머니를 끔찍이도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보다는 아버지에게 더 애정이 있었을 것이다. 1955년 소 다케유키는 영친왕 부부와 협의 후에 덕혜옹주와 이혼하였다. 동년 소 다케유키는 일본 여성과 재혼하였다. 마사에는 아버지가 재혼할 즈음 와세다대학 영문과 동문인 ‘스즈키 노보루’와 결혼하여 분가하였고, 1956년 야마나시 현의 고마가타케 산에 자살하러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다.


덕혜옹주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1996년 MBC 광복절 특집 드라마 <덕혜>가 방영되었다. 광복절 당일 2부작으로 방영된 단막 드라마였다. 연극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성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TV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드라마 <덕혜>는 배우 이혜숙이 덕혜옹주를 연기하였고,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은 아역 배우 전유경과 김민정이 맡았다. 


드라마 역시 연극에 이어 왜곡의 연속성을 보여주었다. 1916년 18대 일본 총리가 된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1918년(당시 총독 하세가와 요시미치)에도 1924년(당시 총독 사이토 마코토)에도 여전히 조선 총독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덕혜옹주의 약혼자 김장한은 ‘김재영’으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남편 소 다케유키는 꼽추에 포악한 인물로 지참금을 노리고 결혼하여 덕혜옹주를 학대하는 악마로 왜곡하고 있다. 반면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로 끝까지 자존심을 지켜낸 인물로 미화하였다.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덕혜옹주의 삶을 진정성 있게 재해석한 곳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1998년 일본 문학학자 ‘혼마 야스코’가 덕혜옹주 최초의 평전인 『덕혜희』를 출간하였다. 일본 여성사를 공부하다가 우연히 조선의 덕혜옹주를 알게 되어 그녀에 대한 취재와 조사를 통해 평전을 쓴 것이다.


평전은 남편 소 타케유키가 남긴 많은 노래와 시, 그리고 딸에 대한 그림을 통해서 덕혜옹주와의 관계를 재해석하고 있다. 이 평전은 2008년 출판사 역사공간에서 『덕혜 옹주』(이훈 옮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후 9년 동안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가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KBS 다큐멘터리 ‘한국사 전(傳)’의 <라스트 프린세스 덕혜옹주>에서 재조명되었다. 허진호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덕혜옹주의 귀국 영상을 보고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귀국 장면은 영화 <덕혜옹주>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백발의 상궁들이 입국장에 들어서는 덕혜옹주 앞에 엎드려 오열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슬픔보다는 근왕주의(勤王主義)의 잔재가 느껴진다.


당시 허진호 감독은 캐릭터의 대중성에 의구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09년 권비영 의 소설 『덕혜옹주』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보고 확신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중성은 바로 상품성이다. 원작자나 감독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각가지 미사여구로 영화의 의미를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상품화가 핵심이었던 것이다. 


기획 단계부터 이미 왜곡은 준비되어 있었다. 영화 <덕혜옹주>는 권비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오프닝 크레딧을 보면 각색(3명)이 아닌 각본(5명)으로 표기되어 있다. 권비영은 “영화가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설정된 부분이 있으며”, “영화는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가 많이 추가 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덕혜옹주라는 인물이 워낙 영화적으로 힘이 없기 때문에 가상의 스펙터클과 스릴을 만들고, 거기에 인물을 억지로 집어넣어 신파로 녹였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영화 속 덕혜옹주는 실존 인물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버렸다.


덕혜옹주의 실제 삶을 영화와 비교해보면 “① 영친왕과 덕혜는 실제 망명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 ② 덕혜옹주가 강제징용 당한 동포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은 허구다. ③ 덕혜는 한글학교를 세우지 않았다. ④ 영화 속 이왕직 장관으로 등장한 ‘한택수’의 실제 이름은 ‘한창수’이다. ⑤ 덕혜의 조현병 시기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보다 더 빠른 18세부터였다. ⑥ 복순이는 덕혜옹주의 유모 ‘변복동’ 할머니를 모델로 만들어진 가상인물이다. ⑦ 김장한은 두 명의 실제 인물(김장한+김을한)을 결합한 인물이다.(인사이트, 2016, 08, 19.)” 등의 왜곡이 있다.


역사 왜곡과 황실 미화 부분에 대한 지적에 권비영은 “황실 미화보다 비하가 더 문제”라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정도면 거의 망상 수준이 맞다. 또한 2010년에는 권비영의 소설 『덕혜옹주』가 혼마 야스코의 『덕혜희』를 표절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 외 덕혜옹주가 문화예술로 창작된 것은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제작 지원으로 만든 뮤지컬 <덕혜옹주>가 있다. 대중가요로는 1963년 남호심의 ‘덕혜옹주’와 2010년 허진설의 크로스오버 ‘덕혜옹주’가 있다. 


   
▲ 영화 <덕혜옹주>는 12세 이상 관람 등급이다. 만약 청소년들이 기초적인 역사관 부재와 이해 부족으로 영화에서 재현된 내용들을 역사적 진실로 인식하고 의식화한다면 과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사진=영화 덕혜옹주 포스터


2-3. 선동의 평행


문화예술을 통한 대한민국 역사 왜곡의 중심에는 한국 민족예술인 총연합(이하 민예총)이 있다. 1988년 12월 23일에 설립된 민예총은 1970∼198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벌였던 문예단체들이 하나의 조직으로 결집한 것이다. 사회운동이 문화운동으로 전격적으로 전환된 것이다. 1993년 8월 9일 사단법인으로 등록되면서 전국 53개 지부와 지회가 개설되었다. 김영삼 정부와 함께 성장하다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제도권 안으로 진출했다. 


김영삼 정부시기에 등장한 대표적인 역사 왜곡과 황실 미화 창작물이 바로 1995년 뮤지컬 <명성황후>와 연극 <덕혜옹주>이다. 두 편의 공연은 명성황후와 덕혜옹주에게 역사적 면죄부를 선물해주었다. 남성(황실 남성들)이 아닌 여성을 선택하여 약자의 위치를 강조하면서 일본에 희생당한 그녀들이 바로 조선이고, 곧 우리라는 감성적 민족주의로 일본에 대한 분노와 민족적 격정을 유발시켰다.


이처럼 치밀하게 계획된 친일 프레임 전략으로 반(反)일과 반(反)미 정서를 조장하여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반(反)대한민국 정서의 기초를 배양한 것이다. 1996년에는 15대 대선을 앞두고 MBC 드라마 <덕혜옹주>가, 2001년~2002년에는 16대 대선을 앞두고 KBS 드라마 <명성황후>가, 2007년에는 17대 대선을 앞두고 KBS 다큐멘터리 ‘한국사 전(傳)’의 <라스트 프린세스 덕혜옹주>가, 2016년에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영화 <덕혜옹주>가 개봉되었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그러나 작품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무능했던 대한제국과 황실을 미화하면서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다. 심지어 사실과 다른 부분을 억지로 구겨 넣어 역사를 판타지로 만드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 


왜곡이란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고,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불순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 목적에 따라 사람들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선동이다. 선동의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한 가지 예로 오는 13일부터 11월 까지 덕혜옹주의 묘가 임시 개방된다. 선동의 평행이론이 반복되고 있다. 


3. 선진 대한민국은 올바른 근현대사관 확립에서부터 시작된다


역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야이다. 역사의 빛과 어둠을 어느 한쪽만 바라보거나, 역사를 편식해서 수용한다면 대한민국은 고착상태에 빠질 것이다. 


역사는 사실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비록 부끄러운 역사라 할지라도 정직하게 바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정확하게 문제점을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다. 날카롭게 메스를 갖다 대어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 대한민국 발전의 길이지, 왜곡과 미화로 억지로 봉합하는 것은 대한민국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소탐대실해서는 안 된다. 최근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만 존재할 뿐 역사의식이 부재되어 있다. 역사적 진실은 외면되고, 역사의 상품화를 위한 스펙터클과 신파만이 가미되고 있다. 영화 <덕혜옹주>는 12세 이상 관람 등급이다. 만약 청소년들이 기초적인 역사관 부재와 이해 부족으로 영화에서 재현된 내용들을 역사적 진실로 인식하고 의식화한다면 과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잘못된 역사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역사를 남겨줘야 한다. 망상이 아닌 사실의 역사를 창의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문화예술인의 최소한 양심이자 책임이다. /이용남 청주대 영화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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