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의 `경제적 자유` 통찰…부자라면 행복할까

자유경제원 / 2016-10-08 / 조회: 11,354       미디어펜

자유 중 으뜸은 경제자유 : 애덤스미스의 행복론을 통해 본 경제자유의 중요성


애덤 스미스의 부와 행복의 관계에 대한 견해


경제적 자유의 중요성은 애덤 스미스의 행복에 대한 견해에 잘 나타나있다. 흔히 경제가 성장해도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Easterlin) 교수는 1974년에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 사회주의 국가와 자본주의 국가 등 세계 30개 국가의 행복도를 연구한 결과, 빈국의 행복지수가 부국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불리고 거의 상식처럼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연구에서는 부유한 국가일수록 국민들이 더 행복을 느낀다는 반대의 연구결과를 내 놓았다. 누구 주장이 맞을까?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누구 편을 들었을까?


애덤 스미스는 행복을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건강하고, 빚이 없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의 행복에 무엇이 더해져야 하는가?1) 즉 건강하고, 빚이 없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것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이다. 


여기 조건 중에 '빚’이 나온다. 빚이 있으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부채를 진 가계가 많은데, 모두 불행한가? 사업을 하면 빚을 안 질 수 없는데, 그럼 사업가는 다 불행한가? 애덤 스미스가 말한 행복의 조건 중의 하나인 빚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빚을 말한다. 빚이 재산의 절반에 안 미치는 정도라면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감당하기 어려우면 집을 팔아서 빚을 갚으면 되기 때문이다. 사업가의 경우에도 이자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면, 부채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업능력도 자산이기 때문이다. 


   
▲ 그림. 부와 행복의 관계.


애덤 스미스 시대에 빚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 시대에는 빚을 지는 이유는 주로 기본 생활을 감당할 수 있는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시대에 빚이 없다는 것은 기본적인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애덤 스미스는 기본 생활에 필요한 정도의 돈은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애덤 스미스는 고대 스토아 현자들의 생각과 달랐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부와 행복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했다. 부와 행복의 관계는 <그림 2-1>과 같이 표시할 수 있다. 스토아현인들은 부와 행복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믿었으므로, 수평한 SCD 선으로 행복관을 표시할 수 있다. 이 수평선이 의미하는 것은 가로축인 부가 늘어난다고 해서, 세로축의 행복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불행하듯이, 아무리 건강해도 하루 생계가 해결 안 되면 불행하다는 것이다. 즉 소득이 기본 생활에 필요한 최저 수준의 부 (B점) 보다 적을 경우에는 행복이 맨 밑바닥까지 떨어진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 없으므로 애덤 스미스에 공감이 간다.  


그런데 애덤 스미스는 부가 이 수준(B점)을 넘어서면, 행복은 부의 많고 적음에 별로 상관이 없다고 했다. 사실 오늘날 주변을 보면, 부자라고 해서 중산층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형제간에 재산 싸움을 하는 사람들도 돈이 많은 사람들이고, 사업 문제로 골치를 썩는 사람들도 대개 돈이 많은 사람들이다. 결론적으로 애덤 스미스가 생각하는 부와 행복의 관계는 ABCD의 선으로 나타낼 수 있다. 


행복과 경제적 자유


여기에서 경제적 자유의 중요성을 도출해보자. 소득수준이 B점 이하에 있는 사람은 경제적 자유가 없는 사람이다. 이 최저수준이라는 것이 고대인들에게는 의식주가 해결되는 수준일 것이다. 현대인들에게는 자녀에게 기본적인 교육을 시킬 수 있고,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으며, 기본적인 문화 수준을 누릴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적어도 자기 집은 소유하고 있고, 조그만 자가용이라도 가지고 있는 수준을 말 할 것이다. 고대인의 경우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렵다. 현대인의 경우 아픈데 돈 때문에 병원을 마음대로 가지 못하거나,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한다면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애덤 스미스는 이렇게 행복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경제적 자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재산이 더 많다고 더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고 해서, 국부를 늘리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국부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탐구>라는 긴 제목의 책을 쓴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행복할 것이라고 잘못생각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애를 쓰느라고 고생하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즉 어리석은 사람의 행복곡선은 ABCE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 덕분에 사회가 경제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최소 생활수준의 부에서 만족한다면 경제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겠다고 열심히 부를 축적하게 될 때 사회 전체의 부가 증대된다. 그렇게 함으로서 어리석은 부자는 자기도 모르게 사회에 기여를 한다고 보았다. 그 어리석은 사람은 돈을 더 벌기 위해서 고생하기 때문에 자신은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최저수준(B점) 이하의 소득밖에 없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든다고 했다. 요즈음 표현방법으로 낙수효과라고 볼 수 있다. 


   
▲ 애덤 스미스는 사회 질서가 유지되려면 법 만 가지고도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람들의 어느 정도 빈곤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유가 주어져야 자발적으로 법을 지킨다는 것을 깨닫고, 귀국 후에 저술에 집중해서 마침내 <국부론>이 탄생한다.


<도덕감정론>에는 '어리석은 지주’ 이야기가 나온다. “거만하고 냉혹한 지주가… 그의 동포형제들의 궁핍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않고 수확물 전부를 자기 혼자 소비하겠다고 상상하는 것을 헛일이다… 그 잉여부분을 …농민들에게, 하인들에게, …나눠주지 않을 수 없다... 부자는 단지 ... 가장 값나가고 좋은 것을 선택할 뿐이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토지가 모든 주민들에게 똑같이 나누어졌을 경우에 있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생활필수품의 분배를 하게 된다. 그리하여 무의식중에, 부지불각 중에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인류번식의 수단을 제공하게 된다.” 2) 


이 부분이 <도덕감정론>에서 유일하게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부분이다. 이런 야심을 가진 어리석은 사람들 덕분에 생산이 증가하지만, 그것을 부자가 자기 혼자 다 소비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가난한 소작인이나, 하인이나 마부 등에게 그것이 흘러들어가서 무의식중에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저 수준 이하의 가난한 사람들도 기본적인 생활(B점 수준 이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 최소수준만 해소되면 진정한 행복은 더 커지는 것이 아니므로, 가난한 자들의 행복수준은 사실 부자 지주의 행복 수준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결국 행복은 평등하게 분배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스털린의 역설처럼 부와 행복이 반비례하는 것도 아니고, 와튼 스쿨의 연구처럼 부와 행복이 정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정도의 부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이상의 부는 행복을 크게 증진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경제가 성장할 경우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도의 부는 돌아가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행복은 크게 높아진다. 반면에 양극화가 되어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부를 갖는다고 해서, 그 부자들의 행복에 이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부자들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면 양극화 현상에 대해서 너무 배 아파할 필요도 없다. 


애덤 스미스는 한 사회의 질서도 경제적 자유가 보장될 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에 유럽 지성인들의 최대 관심은 어떻게 사회가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홉스처럼 강력한 정부가 불가피한가? 아니면 이성이나 감정 등 인간 내부의 어떤 성질 때문에 질서가 가능한가 하는 문제가 최대 논쟁거리였다. 


애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관심을 가졌던 주제도 바로 이 문제였다. 그런데 애덤 스미스는 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 법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랑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건물의 장식과 같아서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해서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정의의 법은 기둥과 같아서, 없으면 건물이 무너지기 때문에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 애덤 스미스는 국부가 증대되어야 국민들에게 경제적 자유를 확대시켜줌으로써 사회의 질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국부증진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사진=미디어펜


그런데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머무르면서 파리에서는 야간에 살인사건이 거의 매일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런던에서는 일 년에 살인 사건이 서너 건에 불과한데, 왜 프랑스에서는 영국의 백배에 가까운 살인사건이 일어나는가? 애덤 스미스가 파리를 방문했던 시기는 프랑스에서 대혁명이 일어나기 약 20여 년 전이었다. 


절대왕정의 치하에서 자유도 없고, 지나치게 무거운 세금으로 신음해서 영국 런던에 비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넘쳐난 것이 프랑스 파리의 모습이었다. 당시 프랑스에 법이 엄격하지 않아서 살인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프랑스의 법은 영국의 법보다 더 엄했다. 


결국 애덤 스미스는 사회 질서가 유지되려면 법 만 가지고도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람들의 어느 정도 빈곤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유가 주어져야 자발적으로 법을 지킨다는 것을 깨닫고, 귀국 후에 저술에 집중해서 마침내 <국부론>이 탄생한다. 결국 애덤 스미스는 국부가 증대되어야 국민들에게 경제적 자유를 확대시켜줌으로써 사회의 질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국부증진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한국 속담에도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해야 인심도 쓸 수 있고, 여유도 생기고, 체면이나 자존심도 차릴 수 있다. 오늘날 중동의 테러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도 그 나라들이 경제성장에 성공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한다. 경제가 성장해 가난한 계층이 없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염려로부터 자유롭게 되면, 극단적인 테러 등에서 관심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미 200여 년 전에 애덤 스미스가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 이런 지혜를 적어 놓았다. 애덤 스미스의 혜안에 다시 한 번 놀란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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