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부패공화국 고리 끊을 의식 개혁 기회다

자유경제원 / 2016-10-19 / 조회: 9,055       미디어펜
2016년 9월 28일부터 ‘청탁금지법’인 김영란법이 시행되었다. 공식적인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기존의 형법 제130조나 ‘공무원 행동강령’에도 이미 공무원들이 부정청탁을 받으면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이러한 형법이나 ‘공무원 행동강령’이 공무원들에게 청렴의 의무를 요구하고 있었지만, 공직자의 부패·비리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검사들이 향응과 금품 수수를 했음에도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자 기존의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비리를 규제하는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났다.


그러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문제가 대두되고, 부정부패 척결 여론이 높아지자 ‘청탁금지법’은 ‘세월호 3법’으로 불리며 새롭게 주목받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나서 세월호 대국민 담화에서 조속한 법안 처리를 국회에 요구하게 되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 2월부터 6월까지 141개국 기업가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쳐 국가별 부패순위를 선정했고, 경제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가장 부패정도가 심한 국가 11개국을 선정했다. 대한민국은 9위로 그 그룹 안에 포함되었다. 2016년 1월에 국제투명기구에서 발표된 전 세계 부패 인식지수에서 전 세계 167개국 중 한국은 37위를 기록하였다. 한국의 부패지수 점수는 56점이다. 1위 덴마크는 91점, 9위 캐나다는 83점, 10위 독일과 영국은 81점, 미국은 16위로 76점이고 가까운 일본은 18위로 75점이다.  


   
▲ 김영란법이든 청탁금지법이든 법률 이전에 사회규범들과 국민의식들이 변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법률의 효율성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잡초가 없고 기름진 땅 위에 좋은 씨가 떨어져야 많은 열매들이 맺어질 수 있는 것이다./사진=연합뉴스


선종(善終)하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생전(生前)에 2002년 1월 감사원 신년 특별교육에서 "우리나라가 지금 바로 가고 있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라며 "부정부패 속에서도 발전하고, 발전할수록 더욱 부패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말씀하셨다. 참으로 한국의 부패지수 통계치를 보면서 김수환 추기경님의 혜안(慧眼)이 놀랍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기존의 형법 제130조에서는 부정청탁의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경우에만 뇌물수수, 배임수재 등으로 처벌했으나 ‘청탁금지법’은 돈이 오가지 않은 부정청탁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으며,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14가지 부패 빈발 분야의 직무와 이 직무와 관련해 처벌되는 부정청탁 행위 유형 15가지도 구체적으로 규정해서 공무원들과 국민들에게 청렴의 의무를 더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 달라진 것이다.


여러 가지 많은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국회에서 통과하여 ‘청탁금지법’인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패 현실에서는 ‘청탁금지법’인 김영란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청렴하게 되기 위해서는 법률 이전에 국민들의 의식이 변화되어야 하고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훌륭한 법률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천하는 국민들의 의식과 행동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법률을 제정할 수밖에 없다.


내가 겪은 7년간의 초임교사 시절은 바로 김영란법이 요구하는 생활을 했었다. 1976년 3월에 강원도 탄광촌의 한 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에는 신용카드라는 것이 없었으니 학교 일과 후에 교사들이 운동장에서 친목 축구대회나 배구대회를 하는 등 모든 교사 모임의 회식비는 외상으로 일단 처리 하고, 다음 달 봉급날에 참석한 사람들이 1/n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당시에는 학교에 구내식당이 없었으니 모든 교사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도시락을 갖고서 학교에 출근하였다. 모든 교사들은 봉급 이외에 다른 부수입이 없어서 봉급만으로 가족 부양 등 모든 생활을 했기 때문에 Dutch pay 즉 1/n의 계산법으로 회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학교의 학부모들은 대부분 광부들이었기 때문에 가난하고 힘든 생활을 하였다.


초임교사 시절 7년 동안 촌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으며, 촌지를 받아본 적도 없었다. 학생들이 소풍날이 되면 몇 명의 학생들이 손수건을 담임교사에게 선물하는 정도였고 드물게 양말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었다. 그 후에 서울에 와서 교사생활을 시작할 때 촌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촌지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할 수 있었다.  


1997년 영국 런던으로 영어교사 국외연수를 떠날 때에 교육부 장학사가 연수를 떠나기 전에 교사들에게 사전 교육을 했다. 그 내용 중에는 바로 김영란법이 요구하는 행동들이 있었다. 영국에 가서는 절대로 교수를 포함하여 누구에게든지 몇 만 원짜리 선물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2000원에서 3000원 정도의 조그만 선물이면 된다는 것이다.


만일 한국에서처럼 몇 만 원짜리 선물을 하면 그 영국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우리를 생각하니깐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았다. 영국 런던에 도착하여 연수 기간 중에 머무를 home stay 숙소 여주인에게 우리나라 풍경이 있는 그림엽서 10장인 3000원짜리 한 세트를 선물로 드렸다. 영국에서 연수를 함께 받은 학생들이 브라질, 스웨덴, 일본. 이태리 등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라서 교수들에게 특별히 선물을 줄 기회가 없었다.


연수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 교수 몇 분에게 그림엽서 1장 뒷면에 ‘그동안 잘 가르쳐 줘서 고맙습니다’라고 짧은 인사말을 적어서 300원짜리 그림엽서 한 장씩을 드렸더니, 한국의 풍경을 보며 내 인사말을 읽고서 교수들의 얼굴 표정과 말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태도를 보였다.


당시에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에 캐나다 밴쿠버로 영어교사 국외연수를 떠날 때도 교육청 장학사로부터 똑같은 내용의 연수를 받았다. 절대로 몇 만 원짜리 비싼 선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어느 교사가 연수받은 교수에게 비싼 선물을 했다가 문제가 생겼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정직의 고귀함과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시냇물이 깨끗해야 사회의 강물이 맑아지고 국가의 바닷물도 깨끗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진 청렴 국민이 되어야 우리 대한민국이 위대한 선진국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문제는 법률이 아니다. 사회적인 규범과 관습 그리고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가 초임교사 생활을 할 때 김영란법이 없었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요구하는 교사 생활을 했었는데, 그것은 당시의 학교의 분위기와 사회 규범이 그것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영국이나 캐나다에서는 한국에서처럼 행동하면 법률적인 처벌 이전에 사회적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사회규범이 존재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교수들과 지도자들의 상당수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분들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처럼 부패가 없는 사회로 변화가 되지 않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에 대한 해답을 대학원 시절에 어느 교수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그 대답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교수들과 지도자들이 선진국에서 공부를 하고 김포공항(당시에는 인천공항이 없었음)에 내리는 순간에 선진국에서 배운 합리적인 사회 규범들과 정직한 행동들을 잊어버리고 출세하기 위해서는 한국식 방법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는 것이다.” 이미 고착화되어진 불합리한 사회문화 현상을 고치기보다는 상황적응의 편리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겠다는 지성인들의 안일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법률 이전에 사회규범들과 국민의식들이 변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법률의 효율성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잡초가 없고 기름진 땅 위에 좋은 씨가 떨어져야 많은 열매들이 맺어질 수 있는 것이다.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는 좋은 씨가 심겨진다 해도 새싹이 나와서 열매가 맺어지기가 힘들다. 악마는 어둠을 먹고 산다. 거짓과 편법의 악한 행동들이 어둠속에서 활개를 치며 다닐 수 없는 사회현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 국민들 모두가 해야 할 사명이다.


캐나다의 한 학교의 교훈(school code)에는 ‘Respect your neighbor and your environment(네 이웃과 네가 처한 환경을 존중해라)’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의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남을 속이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얼마나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는 아이들에게 “정직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교사들과 교육행정가들은 그러한 가르침을 계속해야만 한다. 우리는 매일 매스컴에서 법조인들의 비리, 지도자들의 애국적이지 못한 이기적인 행태들, 뇌물 수수 사건들을 바라본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하나하나 자성(自省)하고 자정(自淨)의 노력을 해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국민들이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만이 치열한 세계화 시대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이다. 성실하고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데 우리의 성패가 달려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우리 국민들은 귀담아 듣고 실천해야만 한다.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정직의 고귀함과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시냇물이 깨끗해야 사회의 강물이 맑아지고 국가의 바닷물도 깨끗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진 청렴 국민이 되어야 우리 대한민국이 위대한 선진국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명호 전직 교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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