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4시간에 한쌍" 듀오 결혼문화를 바꾸다

자유경제원 / 2016-10-25 / 조회: 10,405       미디어펜

국내에 수많은 결혼정보업체가 있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업체는 “듀오”일 것이다. 듀오는 1995년에 창업하여 21년간의 역사를 통해 현재 업계 매출액과 총자산 기준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서울 본사를 비롯해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수원 등 국내 11개 지사와 미국 LA, 뉴욕 등 해외 2개 지사를 보유, 국내 최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듀오는 그간 꾸준히 성장하여 2016년 7월 기준, 약 3만2천여 명의 정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정회원 숫자가 많을수록, 가입자 입장에선 이성파트너를 고를 수 있는 pool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듀오는 현재까지 약 3만3천명의 성혼을 성사시켰는데, 이는 약 4시간에 한 커플씩 성혼을 성사시킨 셈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듀오는 지난 7년간 연속적으로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평가의 세부항목인 최초 상기도(想起度), 신뢰도, 브랜드품질, 리더십, 차별화, 브랜드 충성도 등 모든 지표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였다. 1)


Before: '중매쟁이’ 전성시대


과거 60년대~80년대에는 남녀 간 자연스러운 만남과 미팅, 소개팅도 있었지만, 소위 '마담뚜’라는 전문적인 중매쟁이들이 만남을 주선하곤 했다. 고객은 마담뚜가 새로운 사람을 소개해 줄때마다 중매쟁이에게 사례금을 지불하였고, 만약 결혼이 성사되면 그에 대한 고액의 성혼 비를 추가로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부 전문 중매쟁이들은 상류층 및 전문직 남성들을 중매해주고 높은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중매쟁이들은 건당 받는 사례금과 성혼시의 사례금으로 먹고살기 때문에, 만남을 성사시키고, 나아가 성혼을 시키기 위해 간혹 상대방에 대해 부풀려서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거짓정보로 당사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다. 물론 성혼사례금을 턱없이 높이 부르는 것 자체도 큰 문제였다.


둘째, 마담뚜의 정보력이 일반인에 비해 뛰어나긴 했지만 충분한 크기의 데이터베이스 없이 중매쟁이 개인의 인맥에 의존한 중매였기 때문에 다양한 만남을 주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셋째, 젊은 남녀들이 이런 방식에 점점 염증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아주 격식을 따지는 중매의 경우, 미팅장소(주로 호텔 로비)에 양가부모, 중매쟁이, 당사자 이렇게 온 가족이 총 출동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여 젊은 세대들을 중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후 70년대가 되면서 개인 단위로 이루어지던 중매는 그 단위가 확장되어 사업자 형태로 발전하였고 '결혼상담소’라는 이름하에 운영되기 시작했다. 제한적인 인맥에 의존했던 마담뚜 체제에 비해 결혼상담소는 조금 더 체계를 갖추어 나갔다. 한 개인에 의존하기 보다는 지역 단위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확장된 범위 내에서 만남이 주선되었다.


결혼상담소는 중매쟁이를 통해 암암리에 이루어졌던 중매와는 달리, 가입비 체제를 도입하여 보다 객관적인 금액 체계를 바탕으로 운영되었다. 이렇게 가입비를 지불하고 회원이 되면 일정 획수의 만남의 기회가 제공되었으며 결혼이 성사되면 성혼 사례비를 추가로 지불하는 식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결혼상담소 역시, 과거에 비해 체계적인 형태이긴 했지만 개인 사업자 형태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여전히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어 지역적인 범위의 확장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가 80년대 중반, 90년대에 들어 컴퓨터를 통한 중매가 나타나게 되어, 중매는 비로소 현대적인 결혼 정보 산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결혼 정보 업체들이 등장함에 따라 개인 단위가 아닌 기업 단위의 중매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이후 결혼 정보 산업의 규모는 서서히 성장하였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전통적 '중매쟁이’(뚜쟁이)가 활동하는 시장은 상류층을 중심으로 아직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 최근 남녀 간의 만남은 모바일에 소개팅 어플이 생기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듀오도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2013년 '데이팅북’이란 어플을 출시했으나, 그리 성공적이진 못했다. 듀오의 매출도 2015년 처음으로 전년도에 비해 감소한 바 있다./사진=듀오 홈페이지


After: 전문 매치메이킹 서비스의 출현


현재 형태의 결혼정보회사로서 첫 업체는 알트만(1985년 창업)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 후, 에코러스(1986년 창업), 선우(1991년 창업)등 여러 결혼정보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듀오는 1995년 2월 '신 결혼문화 창조’라는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현 듀오 경영고문인 정성한씨가 창업하였다.


정 고문은 중매쟁이를 통해 100회가 넘는 맞선을 보며 맞선에 싫증을 느끼던 중, 일본 유학 시절 자신이 보았던 일본의 결혼 정보산업을 한국에 서비스하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지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아버지를 설득해 3000만원의 자금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모아둔 돈 5000만원과 은행 대출금 2000만원을 합한 1억 원으로 서울 교대 인근의 사무실에서 결혼정보업체인 '듀오’를 창업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2)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형태의 결혼정보회사들은 소개건당 돈을 받지 않고, 성혼사례비도 받지 않았다. 그 대신 주로 연회비로 운영되었고, 전문적인 '커플 매니저’가 심층상담을 통해서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여 적절한 사람들을 매칭해 주었다. 만남횟수와 성혼성사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던 중매쟁이들은 자신들의 단기적 수익 극대화를 위해 때론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중매쟁이들에게 몇 번 속아도 그들을 화나게 하면 그들이 중매시장에서 당사자들에 대한 험담으로 흠집을 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과거엔 건수와 성혼에 따라 변동 인센티브를 받는 시스템이었지만 이로 인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새 결혼정보업체들은 연회비를 받았고, 이로 인해 훨씬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1995년 2월 듀오는 국내 최초로 DMS(Duo Matching System)를 개발하며 등장하였다. 기존의 결혼 정보 업체들은 대부분 미팅, 이벤트에 치중해서 운영되었던 것에 반해, 듀오는 체계적인 프로필을 기반으로 한 매칭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 무려 듀오 창업 준비 기간인 2년 중 1년 반을 DMS 개발에 쏟아 부었다.


DMS는 약 2만여 명의 회원과 각각 회원들의 150개가 넘는 항목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결혼 상대를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그 당시 이미 결혼정보산업이 잘 발달했던 일본에서 가져온 데이터베이스 관리 노하우와, 당시 듀오의 회원들의 데이터를 모아 국내에 알맞은 DMS를 만들었다.

   

정 고문이 생각한 결혼 정보업의 핵심은 인적 데이터베이스 구축이었다. 듀오는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각 대학의 동문 주소록을 수집했고, 대학가 졸업식에선 팸플릿도 돌리는 등 회원을 모으기 위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 사업이 성공적이지는 않았고, 매출액은 2∼3억 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수익성 측면에서는 수익이 날 때 보다 적자가 날 때가 더 많았다.

   

1996년, 사업의 지속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었고, 정 고문은 마지막 시도라는 생각으로 1996년 유일한 짝짓기 TV프로그램이었던 MBC '사랑의 스튜디오'의 주철환PD(現 이화여대 교수)를 찾아갔다. 정 고문은 주PD에게 남녀 매칭 코너에 협찬해주겠다는 제안을 하였고 주PD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듀오는 ’사랑의 스튜디오'에 매칭 프로그램에 관한 자료를 제공했고, 방송에 ’듀오'를 알릴 수 있게 된다. 이때를 기점으로 TV라는 강력한 매체를 탄 듀오는 회원수가 150여명 에서 금세 1000여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성혼율도 향상되었고 입소문 등의 홍보효과를 통해 듀오의 연매출은 2∼3억 원에서 벗어나 몇 년 후 연간 20∼30억 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바야흐로 듀오의 성장에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 국내에 수많은 결혼정보업체가 있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업체는 “듀오”일 것이다. 듀오는 1995년에 창업하여 21년간의 역사를 통해 현재 업계 매출액과 총자산 기준 1위를 고수하고 있다./사진=듀오 홈페이지


듀오의 경쟁력


듀오는 성장하면서 많은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쳐왔다. 그 배경에는 듀오 나름의 여러 가지 차별적 요소들이 있었다. 

   

첫째, 서비스 측면에서, 듀오는 커플 매칭을 단순히 DMS상에 의존하지 않았다. 1차적인 DMS 매칭뿐만 아니라 커플 매니저가 2차 매칭에 관여하는 것이다. 즉, DMS를 기반으로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커플매니저의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경험이 많고 전문성 있는 커플 매니저들은 회원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시스템 상에서 관리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세밀하게 접근한다. 이들은 매칭과정에서의 역할 외에도, 회원 간 만남 시 노하우·예의 등 팁을 전해주는 컨설팅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인정받아 듀오는 2000년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둘째, 여기에 더해 듀오는 고객층을 세분화했고, 각 층의 요구를 파악해 좀 더 효율적으로 원하는 조건의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2001년 2000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노블레스 서비스’는 듀오서비스 차별화의 핵심이다. 노블레스 서비스는 전문직·고위직의 상류층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적용해도 한 번에 원하는 상대를 매칭 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수요를 파악한 듀오는 2003년 업계 최초로 기간제 서비스인 '클래식 서비스’를 도입한다. 대부분의 결혼정보 회사들은 횟수제 서비스를 통해 5∼7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반해, 듀오는 '클래식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횟수에 상관없이 원하는 만큼의 만남을 제공했다. 또 이 기간 내 듀오가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 역시 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감성적 광고제작에 초점을 맞춰 “사랑해 듀오”와 같은 슬로건을 유행시켰고 MBC 사랑의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회사가 성장한 것을 기억해, 지속적으로 방송, 영화, 드라마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었다. 듀오가 마케팅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광고였다.

   

넷째, IMF 당시 대부분의 경쟁 기업들은 가입비를 낮췄지만 듀오는 오히려 높은 가격을 책정하였고, 이에 부합하는 서비스 품질을 유지해 온 것이 이후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해주는 기반이 되기도 하였다.

  

다섯째, 정 고문은 2000년대 들어 자신보다 결혼정보업에 더 적합한 경영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외부 영입을 적극 추진했다.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전문성’ 있는 '여성’이 '오래 일할 것’ 이렇게 뽑힌 첫 전문경영인이 KBS 아나운서 출신인 신은경 전 사장이었다. 이후 대우인터내셔널 출신인 김혜정 전 사장(정성한 사장의 먼 친척)을 거쳐 2014년 5월부터는 아모레퍼시픽 출신인 박수경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2016. 5. 16) “독신·만혼에 고속성장 멈춘 듀오…IPO로 돌파구 찾는다”


   
▲ 듀오는 2002년 '듀오웨드’ 서비스를 론칭 하면서 관련사업 다각화로의 첫 단추를 꿰었다./사진=듀오웨드 홈페이지


새로운 도전과 기회


최근 남녀 간의 만남은 모바일에 소개팅 어플이 생기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듀오도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2013년 '데이팅북’이란 어플을 출시했으나, 그리 성공적이진 못했다.

   

또한 국내조사에 따르면 결혼적령기에 이른 젊은이들이 점점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듀오의 사업과도 직결되어 있는 큰 위협이다. 듀오의 매출도 2015년 처음으로 전년도에 비해 감소한 바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젊은이들의 결혼기피를 경제적인 문제로 단정 짓는다. 그러나 사실 최근의 세태를 보면 오히려 '문화적’인 요소로 인해 남녀 간의 갈등이 더 첨예해지고, 그 결과 상호신뢰의 부족에 기인한 점이 크다고도 보인다. 인구절벽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 인구부서까지 설치하자고 주장하는 국회의원이 등장하지만, 사실 듀오와 같은 민간 기업들의 광고와 홍보 캠페인을 통해서도 이런 문화적 충돌을 피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듀오에게 새로운 사업으로의 다각화로 대응하고 있다. 듀오는 2002년 '듀오웨드’ 서비스를 론칭 하면서 관련사업 다각화로의 첫 단추를 꿰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족 구조의 변화는 과거 대가족 형태에서 부모나 친척들이 담당했던 결혼 준비과정을 결혼 당사자의 몫으로 옮겨가게 하였고, 경험이 없는 당사자는 지속적으로 이를 관리해 줄 도우미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3)


이러한 사회적 추세 속에서 웨딩 컨설팅은 발전 가능성이 큰 사업이었고, 결정적으로 듀오는 매칭 한 커플들을 다시 웨딩 컨설팅의 대상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듀오는 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에 대한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듀오웨드는 관련 사업으로의 다각화를 통해 두터운 고객층을 공유하고, 신뢰도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새 사업으로 가져감으로써 보다 쉽게 성공 가도를 걷게 되었으며, 이는 이후 듀오의 사업 범위 확장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기반이 되었다.

   

앞으로 듀오는 중매시장의 풍속도를 변화시킨 것처럼 웨딩시장 및 관련시장의 문화까지도 변화시키려는 큰 꿈을 꾸고 있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1) 2016. 7. 24. 듀오 홈페이지 참조


2) 이코노미 조선, 2005.9.22., “'마담뚜’ 사업화에 성공한 정성한 듀오 고문”


3) 김창규 한국웨딩플래너협회장, 2008.8.4.,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의 웨딩플래너의 역할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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