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FTA·법인세…트럼프 시대 한국경제는?

자유경제원 / 2016-11-17 / 조회: 9,391       미디어펜
조세경쟁력 지수…소프트파워가 국가경쟁력의 요체

이상적인 조세제도는 경제상의 효율상실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세제도는 경제성장과 분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조세경쟁력지수 산정 결과, 우리나라는 OECD 35개국 중 전체 순위 12위로 중위권에 랭킹에 위치하고 있다. 법인세, 재산세, 국제조세 분야의 조세경쟁력이 낮은 것이 상위권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 법인세 인상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여전히 높다. 분배의 원천은 소득이며, 소득은 새로이 창출된 부가가치의 합이다. 부가가치는 기업부문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분배의 원천’을 튼실하게 하는 것이다.

법인세를 낮춘다하더라도 기업은 법인 형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특정 개인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다.  

  
▲ 표. 국외소득세 분야 3개 항목 (2016)

한국이 조세경쟁력제고 차원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국가는 에스토니아다. 조세경쟁력(1위)인 에스토니아의 조세제도는 다음과 같다. 1)법인세가 20%로 상대적으로 낮다. 2) 개인소득세의 경우 누진과세가 아닌 20%의 단일과세가 적용이 된다. 3) 재산세는 부동산과 자본에 적용이 되지 않으며 토지에만 적용이 된다. 4) 국제조세를 속지세 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5개 분야 중에서 국제조세 분야가 31위로 가장 경쟁력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의 국외소득에 대해 높은 이중과세를 부과함으로써 해외 시장 확대에 상당한 자유롭지 못한 형태를 띠고 있다.


트럼프 리더쉽과 한국경제 
 
트럼프 리더십의 불확실성은 트럼프의 당선 과정을 복기(復棋)하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를 점친 언론은 거의 없었다. 미국 동부의 주류 언론들은 하나같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기울어진 편향 보도로 일관했다. 언론들은 사실(fact)보다는 보고 싶은 것만 보도했다. 트럼프에게 ‘미치광이’의 이미지를 씌우는 데 급급한 나머지 미국의 다수인 백인 중산·서민층의 바닥 정서를 읽어내지 못했다. 서민층의 분노를 파고든 ‘트럼프 현상’을 언론들은 보지 못했다. 한국 언론도 편향된 시각에 덩달아 춤을 추었다.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미친 트럼프’ 이미지가 만들어졌다.1)

뛰어난 정치감각: 불편한 진실, PC 공격 
 
트럼프의 승리요인은 ‘위선적 정치 모법답안(Political Correctness, PC)’ 공격과 ‘워싱톤 기득권(Washington Establishment)’ 비판으로 압축될 수 있다. 선거에서 인기영합보다 더 유효한 전략은 ‘분노’를 결집시키는 것이다. 트럼프는 PC에 대한 미국 유권자의 분노를 ‘표’로 연결시켰다. PC는 ‘기독교의 정체성’을 부정했다. 오바마 집권 이후 ‘Merry Christmas’가 사라지고  ‘Happy Holiday’가 대신 쓰였다. 크리스마스를 인정 안하는 무슬림들이 불쾌해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종교 자유의 왜곡도 PC의 다른 예이다. 일리노이의 한 배달회사에서 일하는 무슬림 배달 트럭기사가 선물 배달에서 술이 발견되자 종교적인 이유로 배달하기를 거부했고 선물배달이 중단되면서 손님들의 불만이 자꾸 접수되자 회사는 문제의 무슬림 트럭기사를 해고 했다.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배달회사를 ‘종교 탄압죄’로 고소하고 그 회사에게 엄청난 벌금을 물렸으며 무슬림 트럭기사에겐 24만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했다.2) 

합리적 근거에 따른 이유 있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원리주의적 사고’도 PC의 한 유형이다. ‘Gender Pay Gap’(남녀임금차이)에 대한 경제학적 연구에 따르면 성별 임금차이는 ‘남녀차별’이 아닌 ‘전공차이’에 기인한다. 여학생들은 대부분 문학이나 심리학, 예술을 전공하는 반면, 남학생들은 고소득으로 연결되는 공학, 물리, 과학, 경제, 경영을 전공하고 있다. 또한 남성종업원들은 여성종업원보다 초과근무(overtime working)를 하는 비율이 높다. 연봉 차이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합리적 차이는 남녀차별에 묻혀버렸다. 

미국에서 모든 정치인들은 '불법 이민자'에 대해 말하길 꺼린다. 불법 이민자 문제를 지적하면 바로 히스패닉 표를 잃고 인종주의 차별자로 낙인찍혀 정치적 타격을 받기 때문에 불법이민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이 같은 불문율은 ‘위선적인 정치적 정답'으로 PC의 전형이다. 누구도 불법이민자들이 일으키는 심각한 범죄와 마약 밀수에 대해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했다.  

트럼프를 제외한 힐러리, 부시, 크루즈 같은 후보들은 PC에 대해 말을 하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이들 후보들은 ‘SuperPac’3)이라는 거대한 로비스트의 후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캠페인을 대부분 자기 돈으로 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있었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기본 인식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이 손해를 봤다고 것이다. 우리 쪽에서는 한미 FTA 룰(rule) 하에서의 ‘자유무역이 공정무역임’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사진=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국외자로서의 자신의 처지를 ‘워싱턴 기득권’과 대비시킴 
 
트럼프는 기존의 정치세력과 동부언론에 기반하지 않은 철저한 ‘국외자’ (outsider)였다. 그는 자신의 약점일 수 있는 국외자로서의 처지를 ‘역(逆)이용’해 동부언론과 클린턴 진영을 ‘워싱톤 기득권층(Washington Establishment)’으로 몰아세웠다. 상대방을 부패한 기득권층으로 묶어놓을 수 있다면 선거에서 ‘반은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대를 기득권층으로 묶어 놓고 “Make America Great Again”이란 멋진 정치 슬로건을 구사했다. 하지만 클린턴은 이에 필적할만한 정치적 슬로건을 착안하지 못했다. 대신 그를 광인으로 몰고 갔다. ‘숨은 트럼프 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선거에서 기적은 없다. 

트럼프는 고립주의자인가
 
트럼프는 선거과정에서 ‘한미FTA 재협상, 주한미군방위비 분담 증액’ 등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보호무역을 신봉하는 고립주의자’가 아닐 수 있다. 그는 기업인이다. 그의 참모진은 상당정도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헤리티지 재단’ 인사로 채워졌다.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여겨지는 많은 공약들은, ‘미국 국익 우선’(American First)의 기치를 내건 정치인으로서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선거공약대로 한미FTA 재협상이 정식 아젠더가 된다면, ‘공정무역’(fair trade)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의 기본 인식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이 손해를 봤다고 것이다. 우리 쪽에서는 한미 FTA 룰(rule) 하에서의 ‘자유무역이 공정무역임’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45% 관세 부과

트럼프는 대선후보 시절 중국을 거칠 게 다루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경제적 성폭행범으로 묘사됐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국에 대해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45%의 관세부과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100일 구상 자문을 맡은 윌버 로스는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45% 관세 논의는 와전됐다“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가 시장에서의 평가와 45% 괴리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협상을 하려 들지 않는다면, 45% 관세를 협상수단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주한미군 방위비분담 증액요구는 굳이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미국 입장에서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다./사진=연합뉴스


한미동맹·주한미군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 및 신(新)고립주의를 내걸고 '안보무임승차론'을 거듭 제기하며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을 경우에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두 나라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 태세를 유지할 것인 바 흔들리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한미동맹 강화 및 방위협력을 재확인했다.
또한 한미동맹이 아태 지역 평화번영의 초석이 됐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100% agree)"고 화답했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 증액요구는 굳이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미국 입장에서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차제에 한미동맹을 보다 강화하는 조건으로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를 한미 FTA 재협상과 연계시키면 우리 쪽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공약 따로 정책 따로’ 라는 비판: 공약과 정책은 달라야 한다
 
트럼프는 오바마 케어(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를 공격했다. “오바마케어는 정부와 가입자의 부담만 늘리고 제대로 작동도 하지 않는 최악의 정책”이라며 집권 후 100일 내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건강저축계좌(HSA) 제도로 대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건강저축계좌는 각자 계좌로 보험료를 강제 저축시키는 제도로 보험과 같은 상호부조 성격은 없다.

하지만 오바마 케어 자체를 백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오바마케어 2개 조항이 우선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부모가 가입한 보험에 26세 이하 자녀가 피보험자로 등재돼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하지만 오바마케어는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이 의무적으로 ‘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공보험’에 가입하는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재정을 통한 인프라 투자 및 금리인상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저금리시대가 끝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경기회복과 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디플레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와중에 트럼프 당선이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재정확대를 통해 인프라 투자를 늘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공언했다. 낡은 인프라를 대체하는 데 임기동안 약 1조달러를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국채 발행은 자연스럽게 국채금리 급등(국채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트럼프는 그동안 앤런 의장이 오바마의 의중을 읽고 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작위적으로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왔다는 의심을 해온 터이다. 여기에 미국의 고용과 물가 상황 개선이 지속되고 있고 FRB도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한 만큼 Fed는 12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달러강세가 예측된다. 

  
▲ 이상적인 조세제도는 경제상의 효율상실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세제도는 경제성장과 분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사진=미디어펜


트럼프 감세안 
 
트럼프는 모든 미국인에게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의 감세를 약속했다. 공약대로라면 법인세는 35%에서 최대 15%까지 내려가게 돼있다. 15%의 법인세율이면 개인소득세율보다 훨씬 낮은 세율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절세차원에서라도 자신의 경제활동을 법인형태로 꾸려나갈 것이다. 새로운 창업 붐이 불수도 있다. 한마디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다. 

미국의 법인세 감세가 현실화되면 전(全)세계적으로 법인세감세 전쟁이 촉발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법인세 증세론’이 탄력을 잃을 것으로 예측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1) 미국대선 개표결과가 속속 밝혀진 19일 조선일보의 “[미국 대선]트럼프 선거인단 187명 VS 클린턴 197명” 속보가 떴다. 기사입력 시간은 “2016-11-09 13:19”이었다. 오전 12시 경에 이미 트럼프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지만 조선일보는 오후 1시 19분에도 클린턴 승리 가능성을 보도했다. 특이사항은 클린턴 197명을 뒤에 썼다는 것이다. 클린턴 띄우기에 앞장선 CNN(cable news network)이 ‘클린턴 news network’의 오명을 썼듯이 조선일보도 ‘클린턴 일보’란 힐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2) https://www.youtube.com/watch?v=q7qnyxqbaus

3) ‘정치행동위원회’로 불리는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외곽 후원단체를 말한다. 캠프에는 소속되지 않고 외곽에서 지지 활동을 벌이는 슈퍼 팩의 특징은 합법적인 모금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2010년 미국 대법원은 특정 정치인과 정당에 직접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면, 개인이나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기업들도 무한정 모금을 할 수 있게 판결함으로써 슈퍼 팩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 글은 15일 자유경제원이 리버티홀에서 주최한 2016 조세경쟁력지수 세미나에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조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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