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사회갈등 조장 경제민주화는 사라져야 한다"

자유경제원 / 2016-11-17 / 조회: 9,449       미디어펜
정치에 자유경쟁 원리를 도입하자 : 
진정한 분권화를 위해서 연방제를 제안한다

자유화 헌법 개정을 위해서 지난 3차에 걸쳐서 많은 논의를 했다.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이 경제조항인 119조 2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대한민국헌법은 대한국민이 주인이라는 국민주권(민주공화국)과 국민의 자유와 독립의 실현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법치주의를 기초로 하여 작동한다.

이는 군주국인 대한제국, 일제 식민지 총독 통치체제, 그리고 북한의 전체주의 독재체제 및 국가중앙통제경제체제와 구별된다. 일제의 총독통치체제 하에서 사유재산제도와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는 인정되지 않았으며 생산수단의 국공유운영제도가 지배적이었다. 대한민국헌법은 기본적 인권 보장체제의 자유민주주의와 함께 사유재산제도와 계약의 자유 등 경제활동의 자유를 토대로 하는 시장경제 체제를 갖추어 출범했다. 

대한민국헌법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걸친 사적 자치 원리의 토대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자유민주주의체제는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의 선언과 그 보장 장치(자유주의)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인권에 대한 보장 장치는 권력분립과 사법권의 독립으로 이루어진다.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은 북한과 달리 시장경제원리에 맞게 유상몰수·유상분배의 원칙에 따라 경자유전(耕者有田)의 헌법 목표를 실현했다. 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및 사적 자치의 원칙을 존중하는 헌법체제가 그 후 대한민국을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각 영역의 진취적인 세계화에 성공한 나라로 만들어 낸 중요한 토대로 작용했다. 

그러나 사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이나 개헌헌법에 규정된 경자유전의 헌법 목표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위반된다. 철저한 사유재산제를 천명한다면 경작자는 농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소유자의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의 헌법은 사실 초기에는 상당 부분 사회주의적인 요소들이 있었다. 그런데 9차에 걸친 수정을 통해 점차적으로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맞게 수정되어 왔다. 그런데 유독 119조 2항과 같은 조항이 들어감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제공한 것이다. 

  
▲ 지금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주로 재벌규제와 연관시켜 출자총액제한제도, 지주회사 설립 금지 조항, 상호출자 금지,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규제, 금산법 등을 주로 거론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대체 경제민주화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용어는 1987년 「헌법」 개정 때 공식적으로 등장했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은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특위’를 발족시켜 10대 핵심정책을 발표했는데, 그 요지는 재벌규제와 노동개혁 그리고 부자증세였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유세단’이 결성돼 보편적 복지, 한미 FTA 반대, 4대강 반대도 경제민주화 관련 이슈로 확장했다. 반면에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를 ‘거대 경제세력으로부터 시장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경제의 실현’이라고 범위를 한정했다.

경제민주화를 주요 키워드로 제시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주주 사익 추구, 재벌의 시장지배력 남용 차단 등을 경제민주화로 규정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안철수의 생각」에서 ‘소수가 특권을 갖고 시장을 독점, 좌우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 누구나 경제 주체로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라고 경제민주화를 정의했다.

이와 같이 경제민주화를 제각기 정의하고 있지만 공통점을 찾으면, 경제민주화란 부(富)나 시장지배력이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지는 것을 말한다. 즉 경제적 민주화란 첫째는 지나친 빈부 격차를 막자는 것이고, 둘째는 소수의 대기업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이런 일을 정부가 나서서 하겠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주로 재벌규제와 연관시켜 출자총액제한제도, 지주회사 설립 금지 조항, 상호출자 금지,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규제, 금산법 등을 주로 거론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제도들이 기업 경쟁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범법행위나 비윤리적 행위까지 옹호해서는 안 되겠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면 안 된다는 주장도 많다. 예를 들면 일찍이 한국을 연구해 「아시아의 다음 거인: 한국의 후발 공업화」라는 제목의 책을 발표했던 MIT의 암스덴(Alice Amsden) 교수는 한국의 경제성장을 ‘국가’와 ‘재벌’(Chaebul)이 경제개발을 주도했던 독특한 모델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치권에 의해서 인기영합적으로 주요 경제정책이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데 이를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 더 중요한 경제민주화의 과제다.

  
▲ 우리는 대통령이 누구이며 어느 정당에서 나오는가에 따라 너무 큰 변화가 뒤따른다. 선거 때 신세진 사람에게 자리도 만들어주어야 하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자료사진=연합뉴스

지난번에 발표한 김영봉 교수의 주장과 같이 헌법상 청구권을 나열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고 하므로, 이러한 구체적인 조항들은 삭제해야 한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 경제원리를 헌법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분산하고 경쟁을 촉구하는 일이다. 내각제 개헌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대통령의 권한이 과도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므로,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연방제로 가야 한다. 

과거 헌법 개정의 역사를 보면, 민주당의 주도로 채택된 1960년의 개헌으로 한국은 내각책임제 정부형태를 도입하였다. 이로 출범한 장면정부는 여당의 내분으로 인한 극도의 정치 불안정을 보였고, 이는 5·16군사정변의 한 명분을 주었다. 이로 인해 1962년의 개정헌법전형적인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도입했다. 그리고 모든 기본권 조항들의 첫 머리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을 도입하였다. 

1972년의 유신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체제의 이질적인 2원적 구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권위주의 독재는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의 영역 가운데 주로 정치권력에 대한 독점의 모습을 보여주며 정치권력에 대한 도전이 없는 한 여타 영역에서는 경제활동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국민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보여주기식 헌법을 장식적 헌법(semantic constitution)이라 부른다.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을 규정하고 있으나 정치현실이 이에 미치지 못해 헌법규범과 정치현실 사이에 갭이 있는 경우의 헌법은 명목적 헌법(nominal constitution)이라 부른다.

이에 비해 헌법규범과 정치현실 사이에 갭이 없이 대체로 일치하는 경우 즉 헌법에서 선언하고 있는 것이 현실에서 거의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경우의 헌법을 규범적 헌법(normative constitution)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대한민국헌법을 명목적 헌법에서 규범적 헌법으로 만들었다. 이리하여 대한민국헌법은 활발하게 살아있는 헌법이 되었다. 즉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헌법의 규범적 헌법화라 할 수 있다. 

진정한 경제화 헌법은 정치권력을 경제의 기본 원칙인 자유경쟁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사실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이유는 분권화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지방자치를 하는 이유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라고 오해한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지방에 골고루 교부금을 내려 형평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이해이다.

형평을 위해서가 아니라 분권을 위해 지방자치를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보다 자신들의 필요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권한을 이행해줄 때 불필요한 오해를 벗을 수 있다. 지난 권위주의 정부 당시 특정 지역이 발전에서 제외되었다는 불만이 많았다. 그런 불만을 없애기 위해 지방정부가 스스로 재정을 꾸려나가게 하는 것이다. 지방정부에 권한을 대폭 위임하고, 중앙정부는 꼭 필요한 국방과 외교 등 지방정부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맡아야 한다. 

  
▲ 지방자치제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우상을 버리고, 반대로 지역별로 잘 운영하는 지역과 파산하는 지역이 발생해서, 지역민 스스로 올바른 정부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사진=미디어펜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운영을 하려면 지방정부의 세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지방세는 광역시세, 도세, 구세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취득세, 등록면허세, 주민세 재산분, 주행세, 담배소비세, 지방소득세, 지역자원시설세 등이 지방세에 포함된다. 다른 나라의 경우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세원은 부동산세이고, 가장 큰 지출은 교육비 지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두 가지 모두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교육 자치를 보장해야 주민들이 학교와 유리되지 않는다. 모든 OECD 국가들은 기초지방자치 수준에서 교육 자치를 실시한다. 독일이나 스위스 등 많은 나라들이 중앙정부에 교육부가 없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주요 세원을 국세로 거두고 있으니, 근본적으로 지방정부가 독립하기 어렵다. 중앙정부가 교부금에 의존하다 보니 책임도 지지 않는다. 분권화의 목적은 스스로 지방자치단체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아울러 책임도 묻는 것이다. 즉 잘못되면 파산할 수 있어야 한다. 파산하면 그 부담을 해당 지자체 주민들이 감당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대표를 뽑을 때 최선을 다해 자기 지역을 잘 운영할 사람을 선택한다.

그리고 지방정부가 낭비적인 지출을 하면 지역주민들이 막아야 한다. 지방자치의 기본 목적은 권한 이양이고,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94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세 번째로 큰 오렌지 카운티는 투자를 잘못해 파산했다. 그 뒤 세금을 올리고 대규모 공무원 감원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나서야 재정이 정상화됐다. 일본 훗가이도의 유바리시는 관광산업을 일으킨다고 마구잡이로 공기업을 세워 잘못된 투자를 반복한 끝에 2007년에 파산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의 근본 목적을 잊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중앙정부가 간섭해 건전하게 만들려고 한다. 재정위기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지자체가 지방채 발행이나 신규 투자, 융자 사업을 하지 못하게 중앙정부가 막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지방자치제에 역행하는 태도이다. 예산도 중앙정부에서 나눠주고, 잘못하면 규제하는 것은 하나마나한 지방자치제이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한 지방정부의 ‘하얀 코끼리’ 양산은 계속될 것이다. 

지방자치제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우상을 버리고, 반대로 지역별로 잘 운영하는 지역과 파산하는 지역이 발생해서, 지역민 스스로 올바른 정부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각 지역은 좋은 기업을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방세의 세수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세분화된 지방자치단체의 숫자를 대폭 줄이고 광역화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규모가 적어 혈연, 학연, 지연 등으로 얽혀 공정한 운영이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행 지방자치단체의 숫자를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 중 광역자치단체는 16개(1특별시, 6광역시, 9개 도)이고, 기초자치단체는 총 234개이다. 광역자치단체를 5~6개 정도로 통합해 진정한 자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국토는 작아도 GDP 규모가 세계 13위에 달하고, 예산이 400조를 넘을 정도로 큰 규모이다. 이를 한 개의 정부가 중앙에서 대부분 결정하는 것은 너무 위험도가 높다. 스위스의 인구가 800만 명에 불과하니, 우리나라 5천만의 인구로는 스위스와 같은 나라를 6개 이상 만들 수 있다. 스위스는 작은 나라이지만 연방제 국가이다.

연방의회에서 4년 임기로 선출된 7명의 각료로 연방 각의를 구성하며, 이 가운데 한 명을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임기 1년으로 대통령이 되어도 맡은 부서의 일만 수행한다. 대통령은 연방각의를 주재하고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할 뿐이다. 그러니 누가 대통령이 되든 큰 영향이 없고, 국민들도 누가 대통령인지도 잘 모른다. 우리는 대통령이 누구이며 어느 정당에서 나오는가에 따라 너무 큰 변화가 뒤따른다.

선거 때 신세진 사람에게 자리도 만들어주어야 하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지역으로 나누어 진정한 지방 분권을 이루어야 바람직하다. 스위스처럼 경쟁력 있는 분권화된 정치단위가 서로 경쟁하면서 각종 경제정책을 구사하면, 기업들도 유리한 제안을 하는 지역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 간 진정한 경쟁도 되고, 잘못 운영해 한두 지자체가 파산하더라도 나라 전체가 곤경에 빠지는 사태를 막을 수도 있다. 전국을 5~6개 정도 지역으로 나눌 경우 각 지역이 약 1천만 명 정도의 인구가 된다. 스위스보다 더 큰 정치단위인 것이다. 따라서 연고에 의한 비리와 비효율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 글은 17일 자유경제원이 리버티홀에서 주최한 제 4차 개헌연속토론회 ‘민주화헌법에서 자유화헌법으로’에서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한 발제문입니다.)

[김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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