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해답은 자유시장경제제도 도입에 있다

자유경제원 / 2016-12-08 / 조회: 11,091       미디어펜
'뿌리 찾기'의 중요성

아직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원인에 대해서 견해가 구구하다. 정부가 잘 했기 때문이라는 견해, 특히 지도자를 잘 만나서 그렇다는 견해, 여건이 좋아서 그렇다는 견해, 기업가 정신에 투철한 앙트로푸르너들이 많이 나타났다는 견해, 당시 국내외 경제 환경이 좋았다는 견해, 헝그리 정신 때문이라는 견해, 경쟁국 일본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등 수많은 의견들이 난무하고 있다.

다양한 견해도 좋지만, 국민들이 동감할 수 있는 일치된 역사도 필요하다. 적어도 나라의 생일에 대해서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지금 1919년 설과 1948년 설로 나뉘어져있다. 임신한 때가 아니라 출생한 날이 생일이라는 것은 다 아는데, 이에 대한 견해조차 일치를 못 보는 현실이 안타깝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서로 견해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역사와 인종으로 구성된 남한과 북한이 지난 반세기 만에 큰 경제력 격차가 발생한 이유는 남한은 시장경제에 편입되었고, 북한은 공산주의를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한국의 경제발전의 뿌리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때문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심지어는 경제발전에서 세계가 주목할 만한 성공을 하고도, 일각에서는 그 사실마저 부정을 한다. 그리고 그 성장의 뿌리들을 잘 보존하고 물을 주기는커녕, 그 뿌리를 파버려서 나무를 죽게 만드는 우를 범하고 있다. 경제발전에 기여한 지도자나 기업인들을 죄인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이 문제가 해결이 안되기 때문에 최근 한국 사회의 갈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경제적 성취의 원인에 대한 견해

경제적 성취의 원인에 대해서 그동안 종교, 인종, 환경, 문화, 지리적 요인, 식민지적 착취, 자본축적, 인적자본, 교육, 올바른 정부정책, 재산권 확보, 민주주의 등 여러 가지 이론들이 제기되었다. 아제모울루와 로빈슨(Acemoglu and Robinson, 2012)은 최근에 가장 인정을 받고 있는 이론으로 제도가설과 함께 지리적 위치가설(Geography Hypothesis), 문화가설(Culture Hypothesis), 무지가설(Ignorance Hypothesis)을 꼽았다. 이들은 ‘무지가설’은 가장 많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지지하지만, 오늘날의 저개발국가 지도자들이 무지해서 경제성장에 실패한다는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스털리와 레빈(Easterly and Levine, 2003)은 경제성장의 원인을 설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가설로 ‘지리적 위치가설’과 ‘제도가설’이 대립되어 있다고 요약했다. 

이러한 연구들을 기초로 최근에 가장 인정을 받고 있는 이론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고 본다. 첫째는 민주주의나 정부의 재산권 보호 등의 제도적 요인이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제도가설’이다. 경제학에서 그동안 강조되었던 자본축적, 인적자본형성, 기술혁신 등은 경제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노스(D. North)의 인식을 수용하고, 그러한 것들을 가져오는 보다 근본적인 요인으로 제도적 요인을 꼽는 것이다. 두 번째 근본적인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지리적 위치가설’이다. 경제성장은 기후, 질병, 농작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리적 위치로 발생된 환경적인 요인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제모울루와 로빈슨은 지리적 가설은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와 같은 아열대성 기후에 속한 나라의 경제가 최근에 급성장하는 것은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유럽이 도착하기 전에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 온난한 지역의 북미보다 열대지역인 중남미지역에서 아즈테크문명이나 마야문명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 밖에도 캄보디아의 앙코르 왕국과 에티오피아의 악숨 왕국 등도 모두 열대지역에서 발달했다. 

지리적 가설과 관련해서 영국이 석탄 등의 지하자원이 많고, 또한 철광석 광산과 인접해서 산업혁명에 유리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자원이 별로 없는 스위스, 일본,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등도 부유하다. 따라서 자원만으로 이들 국가들이 공업화에 성공했다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오늘날에도 자원이 많은 나라 중에서 못사는 나라도 많다.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들,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은 자원이 많다. 특히 러시아는 세계에서 자원이 제일 많다. 그런데 그들이 다 잘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원이 많은 나라가 더 못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 역사의 주인공은 민족이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이었다. 자유로운 개인들이 마음껏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게 하고, 그 결실을 자신들이 향유하게 만드는 시장경제 체제가 있었기에 이들은 열심히 노력했다./사진=연합뉴스

  
로드릭 등(Rodrik, Subramanian and Trebbi, 2004)은 제도와 지리적 위치, 그리고 무역 등이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여, 무역은 경제발전이나 소득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지리적 위치의 경우 제도 수준에 간접적인 영향은 미치지만, 직접적으로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였다. 이스털리와 레빈(Easterly and Levine, 2003)은 기후, 질병을 가져오는 생태적 환경 또는 곡물의 작황에 영향을 주는 환경 등이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치는가, 아니면 제도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는데, 기후나 환경 등은 경제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제도를 통해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얻었다.

노스(North, 1981)는 국가의 흥망이 문화를 포함한 제도에 달렸다고 하는 제도가설을 주장했다. 이는 오늘날 폭 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노스(North, 1993)는 노동투입, 자본축적, 기술혁신 등은 경제성장을 가져온 요인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자본이 축적되거나 기술이 혁신되면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경제성장의 진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노스(North, 1990, p. 13)는 그 근본 원인이 생산요소들을 효율적으로 활용시키고 결합시키는 메커니즘, 즉 ‘효율적인 제도’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각 사회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관습 등이 낳은 제도는 경제주체를 제약하기 때문에 한 사회의 경제적 성취는 그 사회가 효율적인 제도를 얼마나 만들어 내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1) 

인간인가 제도인가?

인간이 중요한가, 제도가 중요한가?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들이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제도에 적응한다. 인종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유전인자는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인들이 한국인들보다 교통질서를 더 잘 지키는 이유는 미국에서는 교통법규를 어기면 적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 미국인들의 유전자에 교통법규를 더 잘 지키는 것이 들어있기 때문이 아니다. 

16세기에 조선은 중국에 비해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생활수준과 과학수준을 자랑했지만, 19세기 말 개항기에 나라를 빼앗길 정도로 실패한 이유는 조선사람들의 유전자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제도적 요인이 더 크다. 한말에 조선을 방문한 에리자베스 버드 비숍은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조선의 첫 인상이 더럽고 백성들이 게으른 것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만주 등지에 가보고 조선인들이 다른 민족들보다 더 유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조선인들이 원래 게으른 것이 아니라 탐관오리들이 착취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기술했다. 

조선이 망한 중요한 요인 중의 한 가지는 정부가 가난해서 격변기에 군대를 강화하고, 장비를 현대화 할 능력이 없었다. 그 이유는 사농공상의 신분질서를 강조하는 유교를 신봉한 조선이 상업을 천시했기 때문이다. 

  
▲ 사회의 도움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책임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삶이 바로 인간이 마땅히 취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도덕적 의무이다./사진=연합뉴스

해방 이후 왜 사람들이 열심히 일 했는가?

독일에 파송된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파병용사와 근로자, 구로공단의 산업 역군들, 중동 근로자, 평화시장의 제봉사와 시다들, 원양어선의 마도로스들, 태백의 광부들, 이들이 모드 열심히 역경을 극복하고 일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자기가 번 돈을 자기 것으로 인정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북한의 해외 근로자들은 자신이 버는 것을 자기가 갖지 못한다. 그래서 북한을 탈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을 한 이유는 그 일을 통해서 벌어들인 것을 자신이 향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베트남, 중동 등에 다녀오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열사의 더위도,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했다. 오늘날 한국의 중산층은 이러한 자들과 국내 각종 공단에서 젊음을 불사른 사람들이 작지만 내집 마련도 하고, 그것이 한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자산가치가 오르면서 오늘날의 중산층으로 성장한 것이다. 

결국 한국의 경제성장의 원인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혹자는 근로자들이 열심히 했기 때문이지, 정부가 잘했거나 기업이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이 말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물론 근로자들이 열심히 했지만,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북한의 우리 동포들은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왜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열심히 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이 사적소유권을 보장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잘 한 것은 개인의 재산을 약탈하지 않는 자본주의 질서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기업들에게서 무리하게 준조세를 강탈하기도 했지만, 그리고 그린벨트 지정과 같이 때로는 개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사적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했기 때문에 기업이 발전할 수 있었고, 기업의 발전과 함께 근로자들의 삶의 질도 개선되었다. 

인간은 자신의 소유를 아끼는 본성이 있다. 그리고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이 한 말처럼 “사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서유럽 마르크시즘의 아버지라고 평가되며, 레닌 이후 최고의 마르크스주의자로 알려진 조지 루카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사람을 소외시키고 피폐하게 만드는 사회이다. ‘그런데’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훌륭한 사회를 만들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고 했다.2)

물론 인간은 연약하기 때문에 공동체의 보호를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떠나서는 하루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훌륭한 사회를 만들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는 전체주의적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사회가 사람을 구원할 수 없다. 인간 사회는 항상 새로운 문제에 봉착한다. 빈곤문제에서 탈출하면, 이번에는 빈부격차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훌륭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결국 이를 달성하기 위한 그 사회는 개인을 억압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다. 왕정시대나, 볼세비즘, 나치즘, 모택동주의, 김일성주의 모두 전체주의적 사고를 통해서 훌륭한 사회 건설을 목표로 했지만, 인간을 수단화 시키고 개인을 억압했다.

인간이 사회나 공동체와의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과 자신이나 가족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공동체(또는 사회)가 존재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우리는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전쟁에 참전하여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고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기도 한다. 가족을 고국에 두고 이국땅에 가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사회의 유익을 위해서 나보다 못한 이웃을 돕기 위해서 자신의 돈을 기부하기도 한다. 인간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공동체가 개인보다 중요해서가 아니라, 개인이 환경의 필연을 수용하여 스스로 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기로 위대한 결단을 한 것이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자신이나 자녀와 같은 가족보다 사회를 더 우선시하기는 어렵다. 기독교를 비롯한 고등종교에서는 이웃을 사랑하는 이타적인 헌신을 강조한다. 그러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결국 우리 인간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남을 사랑하는 정도에 대해서 강조를 한 것이다.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자는 남도 사랑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의 도움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책임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삶이 바로 인간이 마땅히 취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도덕적 의무이다. 영화 '국제시장'이 왜 이 나라 젊은이들을 독일의 가장 비참한 노동자로, 목숨을 건 전쟁터로 보내야 했는가하는 사회적 배경에 주목하기보다, 한 개인이 각 상황 속에서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처절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주목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 노력을 아름답게 보았고, 그 시대의 아픔에 눈물을 흘렸다. 

오늘날 한국경제가 선진국의 문턱까지 갈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미군의 원조 때문인가? 아니면 국가를 위해서 자신의 사생활을 포기하고 희생하려는 정치가들 때문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 노동자든, 기업가든, 공무원이든, 교육자든 - 먼저 자신과 가족이 먹고살고, 후손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몸부림치는 희생에서 발산되는 에너지가 바로 오늘의 한국을 건설한 것이다.

이것을 이기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것이고 이 본능을 따를 때 번영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인간은 자의식을 가진 개인으로 존재한다. 이 개인이 나고, 살고, 죽어가는 과정이 거대한 생명의 강을 이루어 꾸역꾸역 흐른다. 삶을 위한, 삶을 향한, 삶에 의한 개인의 몸부림, 이것이야말로 가장 감동적인 드라마다.”라고 했다.3) 역사의 주인공은 민족이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이다. 이 자유로운 개인들이 마음껏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게 하고, 그 결실을 자신들이 향유하게 만드는 시장경제 체제가 있었기에 이들이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 정부가 잘 한 것은 개인의 재산을 약탈하지 않는 자본주의 질서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기업들에게서 무리하게 준조세를 강탈하기도 했지만, 그리고 그린벨트 지정과 같이 때로는 개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1) 김승욱(2016), “제도와 국가흥망-제도가설을 중심으로”, 『제도와 경제』, 제10권 제3호 11-52.

2) 박성현 (2011),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들녘, 77쪽에서 재인용.

3) 에드먼드 버크 Edmund Burke의 사상 핵심. 박성현, “반동분자들을 위한 미학,” 자유경제원 토론회, ‘국제시장: 우리시대에 주는 의미’ 발표문, 2015. 1. 20. 36쪽.


(이 글은 7일 자유경제원이 리버티홀에서 개최한 ‘경제발전의 뿌리를 찾아서: 빈곤으로부터의 탈출’ 연속세미나에서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한 발제문 전문이다.)

[김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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