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역 폴 포트는 집권기간 3년 6개월 동안 전 국민의 1/6을 죽였다. 폴 포트의 킬링필드 논리는 간단했다. ‘무고한 자를 죽이는 것이 적을 살려두는 것보다 낫다’는 것, ‘너를 살려두는 건 도움 될 게 없지만, 죽이는 건 손해될 게 없다’는 것이었다.
폴 포트의 심플한 논리 아래 3년 6개월 동안 캄보디아는 하루 평균 630여명이 죽어나갔다. 폴포트는 1975년 수도 프놈펜을 함락시킨 후 승리연설에서 “우리는 어떤 외부 세력과도 연계되지 않은 깨끗한 승리를 거두었다. 민주 캄푸치아는 앞으로 고립을 택할 것이다”고 할 때만해도 캄보디아 국민들은 앞으로 벌어질 학살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AI 살처분으로 3000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생매장됐다. 사상 최단기 피해다. 3000만 마리가 살처분 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11월 16일부터 1월 3일까지 단 48일이었다. (지난 3일을 기준으로 전국 닭 산란계가 69,852,638마리, 육계가 76,419,639마리다. 전체 1억 4600만 마리쯤 된다. 그 중 살처분 한 닭이 2582만 마리다.) 전체 닭 중 18%가 한 번에 살처분 됐다. 오리나 메추리도 수백만 단위로 살처분 됐다.
시장은 난리가 났다. 계란 가격은 폭등했다. 닭이 18%줄어든다고 가격이 18%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자라면 모자랄수록 인간은 그것을 더욱 열렬하게 원하게 된다. 그것이 희소성의 법칙이다. AI가 터진 다음날인 11월 17일 5340원하던 계란(특란 10개, 소비자가격)은 지난 3일을 기준, 8389원으로 뛰었다. 한 달 반만에 계란 값은 57% 뛰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살처분 보상금과 기타 지원 자금을 감안할 경우 이번 AI로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이 최소 3000억 원에서 많게는 4000억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선제적 대응이라는 AI 살처분에 4000억이라는 예산 투입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는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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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일일점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총리실 제공 |
먼저 우리나라의 경우 인체감염 사례가 없다. 아직까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은 일에 수천억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물론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 예산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일은 많다. 정책은 무엇이 현재 더 시급한 일인지를 결정하는 행위다.
현실은 화폭과는 달라서 잘못 그렸다고 지울 수 있는 도화지가 아니다. 행정가가 긋는 선 하나에 인명이 움직인다. 행정가는 자신이 그린 그 선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한 해 23만 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나라에서 한명의 감염사례도 없는 AI를 위해 4000억의 예산투입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둘째로 AI는 기본적으로 철새들이 옮긴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살처분을 하는 동안에도 산에 있는 고양이가 AI에 걸려 죽었다. 살처분이 무의미 했을 수 있다는 반증이다. 생 가금류를 살처분하기 전에 철새들에 대한 대책이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바람처럼 오고가는 철새들을 무슨 수로 규제할 것인가?
결국 AI를 옮기고 있는 철새들은 어찌할 수 없는 채, 집안 단속이나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살처분해도 내년에 다시 철새가 오면 그때 AI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이 없다. AI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 조류들이 면역력을 가질 시간을 줘야한다.
셋째로 시중에 유통되는 닭·오리 고기는 도축 검사를 거쳐 선별한 건강한 개체여서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 또한 AI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에 의하면 “AI 바이러스가 치사율이 높기는 하지만 인체 감염이 많지는 않다”고 한다.
심지어 AI는 아직까지 국내 인체 감염 사례가 없다. 또 한국 조류 음식문화는 굽거나 튀기거나 고열로 가열해 먹는 음식문화다. 생닭을 회로 떠서 먹는 문화가 아니다. 만에 하나 심지어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소독 처리가 완전히 된 닭을 먹는다. 세계적으로도 고기를 먹고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 AI에 걸린 닭은 하루이틀 사이에 다 죽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살처분 농가에 100% 피해액을 지급하고 있다. 이건 정말 무서운 논리다. 중앙정부는 살처분 보상금으로 피해액의 80%를 보상하고, 지방정부는 20%를 지급한다. 여기에 살처분 농가에 대한 생계안정자금 지원도 있다. 일반적으로 AI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공급량은 늘고 수요량은 줄면서 시장은 자정작용을 한다. 말하자면 AI가 발생하면 치킨 값, 달걀 값이 떨어져야 정상이라는 소리다. 지금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국민에게 큰 해를 입히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 100% 살처분 피해액을 지불하고 공급량을 줄여버리니, 살처분 농가는 피해액은 피해액대로 받고 닭과 달걀 값은 희소해진 그 값대로 올려 받으니 살처분을 저항할 이유가 없다. 대신 국민들이 낸 세금은 세금대로 농가에 들어가고, 오른 가격은 가격대로 또 들어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농민이 이익을 보고 국민이 피해를 입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양쪽 다 피해를 봤다. 살처분 된 닭들은 오늘 시점의 가치만 보상받고, 추후 이익에 관해서는 보상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에서 생성된 유의미한 자본만 18% 매몰된 셈이다. 잘못된 정책하나가 한국경제에 이렇게 큰 피해를 입힌다. 닭 한 마리 한 마리 키우던 정성이 정책 하나에 전부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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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살처분으로 3000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생매장됐다. 사상 최단기 피해다. 3000만 마리가 살처분 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11월 16일부터 1월 3일까지 단 48일이었다./사진=연합뉴스 |
결국 시장을 왜곡해 국민에게 피해를 준 것은 잘못된 정부의 정책이었다. 세상에 닭을 죽이고 달걀 값이 비싸니 달걀을 수입해오겠다니, 어떻게 이렇게 근시안적인가? 앞으로 매년 수천억 원을 살처분에 계속 쓰겠다는 얘기인가?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봐야 원천봉쇄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만약 인간이 AI에 감염된다면 종간 감염을 우려해 감염자 주변 인물도 몽땅 살처분 할 셈인가? 그리고 출산률이 부족하니 젊은 인구만 외국에서 받으면 문제가 없어지는 것인가?
망치를 들고 있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칼을 든 자 앞에서는 모든 것이 벨 대상으로 보인다. 그 앞에선 인간은 인간인지 동물인지 따위는 무의미해진다. 단지 벨 것이냐, 말 것이냐의 선택만 남는다. 그 앞에서 인간임을 호소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칼이 인간을 벨 수 없도록 자유인은 [열린 사회]의 논리라는 칼을 들어야 한다. 완전한 예방, 선제적 예방을 꿈꾸는 이들 앞에서 그 닫힌 세계관의 결론은 죽음 뿐임을 상기시켜야한다. 이 세상에서 오직 완전한 것이란 죽음 밖에 없다. 우리가 완전함을 추구하려 하면 할수록 죽음에 한걸음 더 다가갈 뿐이다.
"우리는 그동안의 투쟁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할 것이다. 과거로부터 모든 것을 단절하고 전통은 사라질 것이다. 화폐와 경제체제가 사라져 국가가 인민들의 모든 것을 돌보는 사회를 건설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캄보디아 건설을 위해 수도에 있던 3백만의 인민을 농촌으로 분산시켰다. 이제 농촌은 혁명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며 인민들은 앞으로 사라지게 될 여러 도시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1984년 폴 포트, Grant Evans & Kelvin Rowley 共著, 'Red Brotherhood at War')
국민들은 깨달아야 한다. 폴 포트의 이 논리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엇이든 제멋대로 베고 있는 이 칼날을 멈추지 않으면 이 논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인간을 향한다. /손경모 자유인문학회장
참고자료
http://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EO071 (가금류 통계 정보)
http://www.ekape.or.kr/view/user/distribution/distribution_02_04.asp (가격정보, 축산물 품질평가원)
http://www.nocutnews.co.kr/news/4711317 (살처분 예산 근거 인용)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손경모의 자유인문'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손경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