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이 된 노동법…"대체근로 인정·직장파업 금지해야"

자유경제원 / 2017-01-15 / 조회: 11,499       미디어펜
 
▲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파업 중 대체근로 인정과 직장점거파업 금지
 
한국에서 노조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 유례가 없는 노동법에 기인한다. 한국에서는 사용자가 쟁의행위(파업)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고 그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 

이것을 금지하고 있는 OECD 국가는 한국뿐이고, 다른 국가에서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파업권)과 사용자의 영업권(경영권)을 대등하게 보장해 주기 위해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참가자에 대한 대체근로가 자유롭게 인정되고 있다. 이상희(2015)에 의하면 미국은 파업 시 일시적으로 외부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금인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적 파업(economic strike)의 경우 파업참가자가 복귀를 거절하면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파업 시 무기계약근로자를 채용하여 대체하거나 그 업무를 도급 주는 것이 인정되고 있고, 실제로 도급을 통한 대체근로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파업 기간 중 신규채용, (하)도급 등의 방법으로 대체근로가 자유롭게 인정되고 있고, 다만 파견근로자로 대체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신규채용, (하)도급, 파견근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체근로가 인정되고 있다.
 
한국도 노사관계(employment relations)에 있어서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함으로써 임금을 생산성 수준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수도・전기・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장(50%내 대체가능)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쟁의행위기간 중 외부인력을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있고 그 업무를 도급・하도급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노사관계가 시장기제에 의해 견제되고 균형될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3조를 개정해야 한다.
 
김영문(2007)은 노사 간의 무기대등의 원칙에 입각해서, 근로자의 파업권이 보장되면 고용자의 대체인력 투입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파업에 참여할 때 사업장내의 인력만을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체근로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 영업의 자유나 직업의 자유 같은 기본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는 고용자의 기본권과 근로자의 단체행동권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쟁의행위 기간 중에 파견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그러나 파업 기간 중에 대체인력을 구하는 것이 실제로 매우 어렵고,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조합원이 파업 종료 후 복직할 때 대체인력으로 파견근로자가 고용되었다면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고용이 해지되어 쉽게 노동조합원이 복직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개혁의 원칙인 임금과 생산성의 일치를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대체근로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므로 파견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파견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가 인정되고 있으며, 영국 정부가 최근 발의한 노동개혁안에는 파견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와 관련된 제한을 철폐하는 것(removal of current restrictions on using agency workers to cover for strikers: Middleton 2015)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가 가능하려면 파업 등 쟁의행위는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1997년 노동법 개정 이전에는 쟁의행위를 사업장내에서만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파업을 워크아웃(walk out)이라고 하는데 파업을 하면 사업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파업 중인 근로자는 인원수와 장소의 제한을 받으면서 피켓을 들고 사업장 앞에서 시위한다. 파업불참근로자나 대체근로자는 이 피켓선을 가로질러(cross a picket line) 사업장 안으로 들어간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2조에서는 주요 시설에 대한 직장점거파업을 금지하고 있으나 주요시설이 매우 제한적이어서(동법 시행령 21조) 실제로 모든 파업은 직장점거파업이다. 

직장 내에서 지속적인 시위・농성・소음 등으로 업무를 방해하지만 경찰력 등 공권력은 사용자가 요청을 해도 개입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수단은 직장폐쇄뿐이다. 직장폐쇄를 해야만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을 직장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직장점거 파업이 불법이므로 실질적으로 직장폐쇄가 파업과 더불어 시작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더욱이 직장폐쇄의 적법성은 사법적 판단에 의해서만 확보된다. 동법 46조에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노동조합이 직장폐쇄의 적법성을 가려달라고 소송을 하면 판사의 판결에 의해 그 적법성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직장폐쇄가 적법하지 않은 소위 공격적 직장폐쇄로 판결이 나면 사용자는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동법 91조).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결정할 때는 각 판사의 재량권에 따라 공격적 직장폐쇄가 되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형을 받게 되면 공무원이나 교원은 해임된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며, 특히 공무원이나 교원으로서 기관장인 경우 직장폐쇄를 단행한다는 것은 이후 인생을 건 모험이다. 이런 점에서 사용자는 노동조합보다 매우 불리하며 노동조합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활용하여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 쟁의행위가 직장 밖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파업불참근로자나 대체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재산권과 영업권 보호차원에서도 정부가 강력하게 집행해 나아가야 한다.

  
▲ 미국과 일본에서는 파견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가 인정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금지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제조업무 등 파견근로 자유화
 
한국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은 32개 업무에 대해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는 포지티브 방식(positive system)이다. 그 업무들은 주유원, 주차장 관리원 등과 같은 단순 업무들이 대부분이며 제조업무(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기업의 본질은 관련 업무의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Coase 1937). 업무 수행을 위해, 정규직을 채용하든, 다른 기업에 도급을 주든, 도급받은 기업의 종업원이 이 기업에 들어와서 일을 하든(사내도급),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든,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채택하여야 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파견법에 근거하여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협력업체 근로자를 불법파견근로자로 판결하는 등 사내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제조업체의 파견과 사내도급은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생산방식이다. 일본은 1999년에 파견 금지 업무만을 열거한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파견법을 개정하였으며, 2003년에 다시 개정하여 제조업무에도 파견을 허용하였다. 이에 따라 파견근로자가 2003년 50만명에서 2013년 127만명으로 급증하였다(조영길 2015). 

독일은 하르츠개혁의 일환으로 2003년 파견근로가 자유화되면서 파견근로자가 32만명에서 2013년 81만명으로 증가하였다(조영길 2015). 윤기설(2014)에 의하면 2009년 도요타자동차의 비정규직은 기간제근로자 9,200명, 파견근로자 9,000명으로 18,200명(전체 근로자의 27%)이다. 대부분의 기간제근로자와 일부의 파견근로자가 직접생산공정업무를 하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 BMW 공장은 정규직 3,400명, 사내도급근로자 2,400명, 파견근로자 1,200명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파견근로자는 2014년 13만명 수준으로 파견법 제정 직전인 1997년 22만5천명 수준보다 오히려 감소하였다(조영길 2015). 일본과 독일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제조업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일부 업무에만 파견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파견법을 개정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사무직 면제(white collar exemption)
 
한국 근로기준법은 생산직근로자만을 상정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한 초과근로급여이다. 근로기준법 56조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일하는 생산직근로자들은 일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산출물이 나오지만 관리・사무・연구・영업직근로자들은 근로강도를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고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초과근로시간을 계산하여 50% 할증된 급여가 지급되거나 매월 일정 시간의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초과근로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이들은 업무의 속도를 조절하여 부당하게(unfairly) 초과근로급여를 받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관리사무직의 상당수는 소위 고정오티를 지급받고 저녁 늦게까지 근무한다. 고정오티를 받는 근로자는 밤늦게까지 근무하는데, 정해진 시간만 초과근로를 인정받는다고 불만이고 사용자는 지불 안 해도 될 것을 법규 때문에 지불한다고 불만이다.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1) 미국의 근로자는 초과근로급여를 받을 수 없는 자와 받을 수 있는 자(either exempt or nonexempt employees who are entitled to overtime pay) 2) 로 대별된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되어 그에 따른 급여를 받을 수 있으나(비면제 근로자, nonexempt employees), 일부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제 근로자, exempt employees). 구체적으로 (a) 연봉이 $47,476(주급 $913) 이상, (b) 봉급 베이스(salary basis)로 급여를 받고, (c) 경영・전문・관리적 직무(executive, professional, or administrative job duties)를 수행하는 자나3) 비육체적 노동을 하는 연봉 $134,004 이상인 자에게 초과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 (b)의 대표적인 특징은 결근을 해도 급여가 줄지 않는 것이다.
 
한국도 근로자를 초과근로 면제 근로자와 인정 근로자로 대별하여 인정 근로자는 초과근로와 관련된 권리와 급여를 철저히 보장해 주고 면제 근로자는 초과근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성일(2007)은 구체적으로 모든 관리・감독・사무・영업・연구개발직은 연봉액에 관계없이 면제 근로자로 하고 기타 직종 중에서는 연봉 상위 25%의 근로자를 면제 근로자로 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이렇게 되면 면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대폭 단축되어 전체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남성일(2015)에 의하면, 2014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사용하여 위와 같이 초과근로급여 면제를 적용하면 전체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이 연 2110.8시간에서 1972.8시간으로 138.0시간 감소한다. 저녁이 있는 삶을 되돌려 받고 근로시간 단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초과근로 면제가 적용되는 근로자에게는 성과에 따른 임금을 지급할 수 있으므로 성과급이 주가 되고, 초과근로가 인정되는 근로자에게는 시간급이 주가 되므로, 각각에 대한 통상임금 관련 논의도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 한국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은 32개 업무에 대해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는 포지티브 방식(positive system)이다./사진=미디어펜
 
통상임금의 1개월 기준
 
대법원이 정기상여금 등의 임금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수많은 사업장이 노사 간의 통상임금 분쟁이 휩싸여 있다.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일본에는 1개월 한도를 명시하고 있으나, 한국의 근로기준법 시행령에는 이것이 빠져 있기 때문에 나온 판결이다. 근로기준법이나 시행령에 통상임금의 1개월 한도를 명시하여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같은 임금 항목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에 하급심 법원들이 휴일근로시간에 대해 휴일근로이면서 연장근로라고 판단하여 100(=50+50)% 할증된 급여를 지급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이것 역시 다른 국가에서는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휴일근로와 연장근로가 중복 할증되지 않도록 근로기준법이나 시행령에 명시되어야 한다.
 
노동개혁은 통일 후 북한주민들이 복지 대상이 아닌 생산인력이 되기 위해서도 절실하기 때문에 통일 대비 차원에서도 추진되어야 한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참고문헌

김영문. “노동법 체계의 선진화 방안ー매크로 노동법의 구축 방안.” 남성일 외 9인 공저, 한국의 노동 어떻게 할 것인가?, pp. 137-186. 서울: 서강대학교출판부, 2007.
남성일. “결론: 노동 관련 법・제도의 개혁.” 남성일 외 9인 공저, 한국의 노동 어떻게 할 것인가?, pp. 365-384. 서울: 서강대학교출판부, 2007.
남성일. “임금, 근로 및 근로시간의 관계.” 자유경제원, 2015.
윤기설. “사법부에 휘둘리는 사내하도급.” 한국경제신문 (2014. 10. 2).
이상희.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 규정의 법리적 및 비교법적 검토.” 정책제안 No. 15-44. 자유경제원, 2015.
이승길. 미국의 노동법제. 서울: 한국경영자총협회, 2005.
임서정. 근로계약법에 관한 연구 –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 서울: 한국노동연구원, 2013.
조영길. “노동관련 법제도 측면에서 노동개혁의 올바른 방향에 대하여.” 자유경제원, 2015. 6. 21.
Coase, Ronald H. “The Nature of the Firm.” Economica 4 (16) (November 1937) : 386–405.
Gaskarth, Glyn. The Hartz Reforms ... and their lessons for the UK. Surrey, UK: Centre for Policy Studies, 2014.
Middleton, Rachel. “UK Parliament to Debate Strike Action Law Reforms.” International Business Times (July 15, 2015).

1) 공정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내용은 최저임금, 초과근로급여, 기록, 아동・훈련생・학생・장애인의 근로기준 등으로 간단하다.

2) 출처: http://www.flsa.com/coverage.html

3) 이 세 조건이 다 충족되어야 면제 근로자(exempt employees)가 된다. 더 구체적인 조건들은 미국 노동부령(FLSA Regulations)에 따른다.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정책제안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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