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대치동 박영수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신분으로 출석하며 국민들께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본질 외면한 '보여주기식 수사' 비판
뇌물 수수자 수사없는 인신구속 법 논리에 어긋나...법원의 현명한 판단 기대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이 본질을 외면한 ‘여론재판식 정치특검’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특검은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18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이 재계 인사 중 구속영장을 청구한 첫 사례다. 재계는 특검이 여론에 휩쓸려 기업인 처벌부터 나섰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청탁 증거없이 구속영장 청구 '수사권 남용'
이번 특검은 ‘최순실 등 민간인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다.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 혹은 이용해 국정에 개입하고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는지를 수사하는 것이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정부의 압력과 강압에 의해 돈을 준 피해자의 성격이 짙다. 이 과정에서 대가를 바랐다는 증거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이 부회장이 청탁했다는 정확한 증거도 없이, 정작 ‘돈 받은 사람에 대한 조사’는 뒤로한 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명백한 수사권 남용이자 또다른 형태의 역차별로 밖에 볼 수 없다. 설사 이 부회장이 실제로 뇌물을 건넸다고 하더라도 뇌물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미비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부터 구속하려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이번 스캔들은 경제논리에서 벗어난 정치논리, 권력자들의 임의적인 판단에 의해 경제가 휘둘린 것이 그 본질”이라면서 “권력지상주의에 빠진 정치권이 기업 돈을 자기 돈 인양 가져다 쓴 사건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정치권력 앞에서 무력한 존재이다. 기업인들은 그 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지원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특검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 이강미 산업부장. |
◆털릴 대로 털렸는데 증거인멸 우려?
더군다나 피의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 청구되는 것이 법리이자 상식이다. 그런데 이 부회장을 구속하려는 것은 특검 스스로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미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는 수차례에 걸친 압수수색과 국회 청문회, 소환조사로 검찰수사와 특검에 털릴대로 털렸다. 이 부회장이 더 이상 인멸할만한 숨겨진 증거도 없고,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도주의 우려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린 상태가 아닌가. 그런데도 아직 인멸할 수 있는 증거를 남겨뒀다면 이 부회장을 탓할 것이 아니라 특검수사의 무능함을 탓해야 할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뇌물죄 수사에서 수수자(박근혜)에 대한 처벌은 물론 조사 한 번 없이 공여자를 인신구속하는 것은 법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구속부터 해 놓고 압박을 가해 자백을 받아내면 된다는 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피의자에게 충분한 방어기회를 준 후 최종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그때 처벌해도 결코 늦지 않는다.
◆외신도 ‘경영공백·신뢰추락’ 우려...국가경제 휘청
설사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하는게 원칙이다. 하지만 적어도 영장이 청구된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삼성의 신뢰도 추락은 곧 국가경제의 신뢰추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벌써 외신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청구 소식을 빠르게 전하면서 ‘글로벌 기업 삼성의 경영공백과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오너가 구속상태에서 전문경영인이 향후 혹시모를 투자실패에 대한 책임리스크를 떠앉아가면서까지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특히 미국 등 해외의 부패방지법의 희생양이 전락될까 걱정된다. 트럼프 체제하에서 미국의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에 편승해 해외에서의 통상 제재나 컨소시엄 구성, 공공입찰제한 등으로 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받지 않을까 염려된다. 가뜩이나 경제불황으로 인한 저성장과 사상최대의 실업률을 내고 있는 등 우리경제는 ‘최악’의 상황이다.
◆법치 무시한 특검, 공은 법원에
특검은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의보다 법치를 내세웠어야 했다는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형사사건의 구속 여부는 정의나 불의의 관점이 아니라 오로지 죄가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특검이 여론에 떠밀려 보여주기식 수사란 비판을 받는 이유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특검이 공을 법원에 던졌다"면서 "법원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치특검' '기업특검'이란 비판을 받아왔던 특검이 그동안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만큼 구속하지 않으면 자체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면피성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여러명의 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하는게 아니라 판사 한명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란 점이다.
이제 공은 법원에 떠넘겨졌다. 삼성은 “특검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시리라 믿는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법원은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 이를통해 여론재판에 휘둘려 괘도를 벗어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데일리안 = 이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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