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중에도 경제 살리는 법

김정호 / 2020-04-21 / 조회: 8,729


김정호_2020-08.pdf

동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CTuJF21jdz0


오늘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정책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IMF 총재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9일, IMF 홈페이지로 연설문을 발표했는데요.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경제난은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최악이다. 올해 전세계 170여 개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할 것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도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연설문에서 특히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있는데요. '바이러스로부터 생명을 구하기 위해 경제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발언을 했는데요. 저도 동감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기 시작한 경제난, 직접적인 원인은 경제폐쇄 조치와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아야 하고, 실업자가 돼야 하고, 서플라이체인이 끊어지는 직접적 원인은 이 조치들 때문이죠. 물론 그런 조치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제어할 수 있다면 무조건적 봉쇄나 거리두기도 필요 없어지고, 경제붕괴를 막아낼 수도 있을 겁니다.


IMF 총재가 구체적 대안을 내놓고 있지는 않아요. 여기에 대해서 2018년 노벨상 수상자인 폴 로머 교수가 흥미로운 제안을 합니다. 그는 뉴욕대 교수입니다. 이 분은 일자리인 척하는 일자리는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기도 했죠. 그 사람이 코로나 대책을 내놨는데요. 저도 내용에 공감해서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립니다. 우리 나라의 정책당국자들도 귀 기울여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폴 로머 교수는 코로나 대책에 대해서 두 편의 칼럼을 게재했는데요. 3월 23일 뉴욕 타임즈에는 하버드 의대의 알란 가버 교수와 공동으로 실었고, 4월 2일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록펠러재단의 라지브샤 연구원과 공동 칼럼을 실었습니다. 두 칼럼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경제봉쇄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긴급조치일 뿐이다. 조속한 시일 안에 끝내야 한다.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현재처럼 경제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한다면 경제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고, 전인류가 비참한 상태로 빠져들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방치하면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테니 경제활동의 재개를 위해 두 가지의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 첫째는 검사의 확대이고, 둘째는 보호장구를 신속하고 대폭적으로 보급해야 한다.


검사확대의 구체적 내용은 이렇습니다.


검사는 바이러스 감염여부와 더불어 항체 보유여부 두 가지를 검사한다. 검사 대상은 모든 인구가 매일 테스트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검사 결과 감염된 사람은 격리시킨다. 그러나 감염되지 않은 사람 그리고 이미 감염된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항체를 보유하게 된 사람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한다. 다만 전국민을 매일 검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텐데 그 전까지는 의료 인력, 구호 인력 등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큰 직종부터 시작해서 검사 대상을 늘려 간다. 관건은 검사 능력을 확대하는 것인데 이미 제약업계에서는 검사시약과 장비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준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몇 분 안에, 그것도 저렴한 비용으로 결과를 볼 수 있는 시기가 곧 올 수 있다.


한편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려면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현재의 보호장구는 비싸고 매우 불편하다.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친다면 지금보다 훨씬 편리하고 안전한 보호장구를 대량으로 싼 값에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보호장구가 보급되기 전까지는 의료인력들, 구급대원, 경찰 등부터 보급해야 한다.


폴 로머 교수의 제안은 기존 정책과 어떻게 다를까요? 현재의 정책은 경제정책과 의료정책이 따로따로입니다. 현재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경제를 희생합니다. 경제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경제를 희생해서 목숨을 구하는 방식이죠. 그 결과 생기는 소득 감소는 돈 뿌리기로 대응합니다. 현금을 지급하고 대출을 확대하는 겁니다. 하지만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데 돈만 뿌리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필요한 물건은 구할 수 없게 되고 물가만 치솟겠죠. 이런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로머 교수의 제안은 검사를 확대해서 감염자가 아닌 사람, 항체를 가진 사람은 경제활동을 하게 하고 감염된 사람만 격리하는 것이죠. 그런다고 생산 차질을 제로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경제 전체가 붕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검사능력을 확대하고 보호장구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또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모니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제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한정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로머 교수의 제안을 심각하게 고려할 때라고 봅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 Will our Economy Die Freom Coronavirus?, Paul Romer and Alan M. Garber, , March 23, 2020, https://www.nytimes.com/2020/03/23/opinion/coronavirus-depression.html


* Testing Is Our Way Out, Paul Romer and Rajiv Shah, , April 2, 2020, https://www.wsj.com/articles/testing-is-our-way-out-11585869705




* 이 글은 2020.4.11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사회적 거리두기 & 경제봉쇄. 이러다가 다 망한다. 노벨상 경제학자의 경제 다시 살리는 법.>의 텍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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