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왕과직(矯枉過直)’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구부러진 것을 바로잡으려다가 지나치게 곧게 하여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는 뜻인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구속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던 성어이다. 왜 판결 소식을 듣고 교왕과직이라는 말이 뇌리를 스쳐 갔을까?
지난달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건네고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고자 했다는 의혹이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특경가법)의 14조 취업제한 규정'으로 인해 형 집행 이후에도 삼성그룹의 경영활동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법적 처벌을 받은 것에 대해선 삼성 경영진이 국민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인 삼성그룹을 이끄는 리더라면 자라나는 인재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우리 눈앞에 닥쳤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가에 대한 처벌에만 집중하여 미래를 도모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해선 안 된다. 각국이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사이 우리만 기업에 대한 압박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세계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등 세계 시장이 개편됐다.. 이로부터 100년이 지난 오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시장은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게 됐고, 어느 때보다 삼성그룹의 발 빠른 경영활동이 우리에게 필요해졌다.
삼성은 이미 2018년에 AI, 5G, 전자 장비 그리고 바이오산업에 18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및 여러 대내외적 요인들로 인해 시스템 반도체와 같은 신산업에서의 대규모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엔비디아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계 ARM을 인수했으며 애플이 전기차 생산 계획을 공표하는 등 여타 경쟁기업들은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그룹과 반도체 정밀 공정이라는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의 TSMC는 애플, 퀄컴 그리고 엔비디아의 3nm 공정 요청을 수주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홍콩 유력매체 SCMP에 기재됐다.
경쟁기업들이 급변하는 세계 시장 속에서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동안 총수 부재라는 사태에 발이 묶인 삼성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과연 이것이 우리에게 바람직한 일일까.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은 잘못을 뉘우치며 반성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주장했듯 교왕과직(矯枉過直)이라 불릴만한 판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승진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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