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의 생활양식 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위생과 관련한 의식은 물론이고, 타인에 대한 경계심도 한층 강화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사고방식 변화 속,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람들이 '공동체’라는 가치를 더욱 중시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명령을 포함하여 많은 방역대책은 분명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방역대책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데, 공동체의 목적을 위해 개인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공동체로의 경도 현상은 코로나19의 확산과정을 볼 때,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된 데에는 방역대책을 따르지 않은 소수 슈퍼 전파자의 책임이 컸고, 최근 있었던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산 위기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클럽과 같은 밀집시설을 이용한 '이기적인 개인’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였다. 이 과정을 지켜봤다면 공동체의 이익 대신 개인의 자유를 우선한 결과가, 코로나의 확산을 통해 공동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라 생각하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공동체를 중시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규칙을 훼손하는 결정들이 내려지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신천지 조사는 탈법적 요소가 강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심집회 금지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정이었다. 최근에는 방역당국이 코로나가 확산된 이태원 클럽 일대의 통신기록을 수집하여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러한 결정들의 원칙 훼손이나, 인권 침해에 주목하기보다는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공동체의 이익에 집중하여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에게 보장된 헌법적 권리까지도 박탈하였고, 국민들은 이를 지지하였다는 것은 공동체로의 심각한 경도임과 동시에 전체주의 통치의 신호탄이라고까지 해석할 수 있다.
국민들이 중시한다는 공동체가 '국가 공동체’인 것 역시 우려스러운 점이다. 우리 국민들은 공동체라는 단어를 인식할 때, 무의식적으로 국가 공동체를 연상하는 경향이 있다. 매일같이 업데이트되는 대한민국의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를 확인하고, 이를 미국, 일본, 유럽 등과 비교하며 소위 K-방역을 칭찬하는 것은 국민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공동체가 국가 공동체였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가적 재난상황 속에서 국가 외 소규모 공동체의 입지는 점점 약해지고 있는데, 소규모 공동체의 해체는 전체주의의 전형적 통치방식이라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것이다.
전체주의는 소규모 공동체를 해체함으로써 국가로의 공동체 일원화를 추구한다. 국민들이 다양한 공동체 속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갖는 것을 막고, 오로지 국가의 구성원이라는 정체성만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국가조직과 국민 간의 수직적 권력관계를 확립한 후, 여러 전체주의 장치들을 이용하여 개인을 국가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부속품으로 만드는 것이 전형적인 전체주의의 통치방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소규모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 개인은 원자적 존재가 아니며 필연적으로 일종의 공동체와 질서를 필요로 한다. 그러한 개인이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국가와 같은 인위적이고 수직적인 공동체가 아닌 자생적이고 자유로운 공동체의 확산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 공동체의 일원화는 상당 부분 진행되었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위헌적이고 탈법적인 수준의 인권 침해까지도 자행되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미 전체주의의 위기는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전체주의의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충실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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