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오스트리아 학파 학문은 (경제학이라고 하기엔 너무 그 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학문으로 하겠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라는 거인의 어깨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그 방대한 오스트리아 학파 학문의 포문을 여는 것은 미제스의 인간행동 공리(Human Action Axiom)이다. 인간행동의 공리라는 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은 행동하는 존재고 그 행동은 ‘반드시’ 목적성을 띈다라는 절대적인 사실이다. 사실 어떠한 명제가 ‘공리’가 되기 위해선 해당 명제는 근거 없이도 그 자체만으로도 사실이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인간행동의 공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참일까? 과연 인간의 행동엔 그 자체만으로도 모두 목적성을 띄냐는 이야기다. 이 명제가 참이 아니라는 사실은 굳이 철학적 근거를 대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필자는 이번 칼럼을 통해서 좀 더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인간은 행동하는 존재다. 이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인간 행동들에 반드시 목적성을 띈다는 명제는 참이 아니다. 목적은 결국 의식이고 이성이다. 하지만 우리도 알다시피 우리는 우리의 모든 행위에 의식과 이성을 담지 않는다. 예컨대 필자는 집중을 하면 무언가 물어뜯는 습관이 있는데, 이 행동을 할 때 필자의 의식은 물어뜯는 대상에 있지 않고 집중하는 무언가에 있다. 가령 책을 읽는다든지, 지금처럼 글을 쓴다든지 하는 행동들에 의식이 있지, 물어뜯는 행위에 대한 인식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된다. 이 습관은 그저 예시일 뿐이고, 우리는 무의식 속에서 수 많은 행동들을 반복적 행위로 비롯되어 하고있다. 물론 칸티언적 사고방식에 따르면 반복적인 행위로 비롯된 행동들은 자유롭지 못하고 따라서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만, 습관 자체에 대한 가치평가를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습관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과 무의식 속에서 반복적 행위로 비롯된다는 것은 사실로 인정할 것이다.
결국 인간은 행동하는 존재라는 사실은 참이지만, 행동들이 반드시 목적성을 띈다는 명제는 참이 아닌 것이다. 헤겔은 이를 2차 자연이라고 명명하였고, 이러한 개념은 헤겔 이전에도 데이비드 흄이 이야기한바 있다. 미제스의 말처럼 인간은 행동하고 그 행동은 반드시 목적성을 띈다면야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존재여야 하지만, 교육을 통해서 2차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의식적 행동은 지배할 수 있을지언정 반복에서 비롯되는 무의식적 행동은 자의적으로 지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2차 자연은 매우 중요하고, 무의식에서 목적 의식 없이 반복에서 비롯되는 행위들도 매우 중요한 행동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칸트나 미제스 같은 이들은 이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이는 여전히 참이지만, 우리 행동의 많은 부분들은 이성이 아닌 무의식에 지배되기도 한다. 경제학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시장참여주체가 늘 이성적인 행동을 한다는 명제가 사실이 아니듯, 인간의 이성으로 행동하며 행동에는 목적성을 띈다는 명제도 사실이 아니다.
절대적인 사실로부터 연역적으로 풀어내어 상황들을 설명하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철학은 매우 견고하고 촘촘하지만, 이는 반대로 공리 자체를 무너트리면 오스트리아 학파의 철학 자체도 무너진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철학과 이념은 매우 가치있는 것이지만, 과연 인간의 행동은 목적성만을 띄는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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