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197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이다. 여러 상황에서 국가간섭을 배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온건한 견해 때문에, 강경한 라스바드주의자들은 하이에크를 많은 분야에서 순수한 자유주의자가 아니라고 간주하곤 한다. 그러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하이에크가 머레이 라스바드보다 더 급진적인 한 분야는, 그의 1978년 저작 <화폐의 탈중앙화>에서 자세히 설명한 화폐제도이다.
자유시장의 화폐제도에 대해서, 오스트리아학파는 전형적으로 부분지불준비금제도에 대해 논쟁한다. 어떤 학자들은 그것이 완벽하게 합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은 본질적으로 사기라고 간주한다. 그러나 두 입장 모두 동의하는 점은, 국가가 만들어낸 불태환화폐는 끔찍한 창조물이고, 자유시장은 항상 어떤 상품에 근거한 (예컨대 금) 태환화폐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부분지불준비금제도 논쟁의 많은 참여자가 대부분의 정책 문제에서 하이에크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급진적이라는 점에서, 하이에크조차 화폐문제에서는 민간이 발행하는 경쟁통화를 요구하는 점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하이에크는 민간 기업이 상품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불태환 종이화폐의 발행할 것을 제안한다. 어떤 의미에서 하이에크는 중앙은행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민영화하려는 것이다.
하이에크의 제안
하이에크는 정부의 장애물만 제거된다면 자유시장은 화폐라는 상품을 가장 최적의 수량과 다양성으로 제공할 것이라 주장한다. 시장경제의 다른 모든 측면에서 경쟁이 더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을 조장하듯, 화폐 산업에서의 경쟁 역시 정부가 생산하는 것보다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은 화폐를 창출할 것이다. 예컨대, 민영화된 화폐는 구매력이 훨씬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위조하기가 더 어렵고, 더 사용하기도 편리한 형태를 갖출 것이다. 하이에크의 제안 중 가장 기발한 부분을 한 번 살펴보자.
한 민간 회사가 하이에크의 귀여운 캐리커쳐가 그려진 종이 100만 장(물론 복제하기 어려운 형태임)을 최초로 발행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회사는 계약을 통해 각각의 "하이에크화"를 10달러 또는 80위안으로 상환할 것을 약속한다. 만약 그 회사가 계약을 지킬 만큼 상당한 자산을 자원을 보유하고 모든 사람이 회사의 상환능력에 완전히 확신한다면, 시장에 출품된 하이에크화는 약 10달러보다는 가치있게 팔릴 것이다. 하이에크화는 언제나 최소 10달러의 가치는 가질 것이고, 중국 정부가 달러 대비 위안화의 절상을 결정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하이에크화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회사가 하이에크화 100만 개를 각각 12달러에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지금까지 하이에크화는 파생자산일 뿐 진짜 화폐는 아니다. 그렇다면 하이에크화는 어떻게 해야 돈으로 취급될 수 있을 것인가? 하이에크화의 시장가격이 대략 정해진 후, 최초 발행일 밤, 회사는 월마트에서 약 60달러 정도 하는 상품 꾸러미(빵, 달걀, 우유 등 소비재로 구성됨)를 지정하며 이러한 구속력이 없는 선언을 발표한다. "우리는 회사의 자산을 활용하여 하이에크화의 미지불 공급을 조정하여 5개의 하이에크화로 항상(여기서 항상은 엄밀한 의미에서 언제나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능력 내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의미) 이 특정한 상품 꾸러미를 구입할 수 있도록 구매력을 유지할 것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은 실질적인 재화와 서비스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지정된 상품 꾸러미의 달러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하이에크화가 달러 그리고 위안과의 연동으로 가치가 평가되는 한, 하이에크화의 가치 또한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상품 꾸러미를 사기 위해서 하이에크화는 5개가 아니라 5.05개가 필요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회사는 하이에크화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에 진입해있는 하이에크화의 일부를 간절히 매도하고 싶어하는 보유자들에게 하이에크화를 다시 사들일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회사는 하이에크화의 구매력을 유지하여, 비록 미국 정부가 새로운 화폐를 계속 발행하며 꾸러미의 달러 가격이 60달러 이상으로 오른다고 해도,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5개의 하이에크화로 해당 상품 꾸러미를 계속 구매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다.
비판과 반론
머레이 라스바드는 하이에크의 제안이 하다 못해 정부가 발행한 화폐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정부의 화폐마저도 원론적으로는 미제스의 회귀정리(모든 화폐는 궁극적으로 물물교환체제에서 가치가 평가된 상품을 기원으로 삼아 구매력이 정해진다는 정리)를 어느 정도 충족하는데, 하이에크의 제안은 미제스의 정리를 위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의제기는 하이에크의 제안도 기초자산과 초기에는 연계하고 있음을 간과한다.
또 다른 비판은 하이에크의 민간 중앙은행이 정부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항상 초인플레이션을 일으켜야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반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 역시 하이에크화가 항상 10달러나 80위완으로 상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회사의 자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제한 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 화폐에 가치를 의존하는 민간 화폐는 곧 정부의 양적완화로 정부 화폐의 가치가 하락해 마찬가지로 효력을 상실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 반론에 대하 해결책은 더 많은 화폐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회사의 민간 화폐가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는 있더라도, 시장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다양하다면 정부 독점 화폐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만큼의 재앙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게다가, 만약 민간화폐회사가 초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면, 사람들은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예컨대, 하이에크화의 발행회사는 하이에크화를 언제나 10달러나 80파운드에 상환하겠다고 약속하는 것 외에도, "하이에크화의 공급을 연간 100% 이상 늘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법적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할 수도 있다.
혜택
하이에크의 제안이 가진 몇 가지 이익을 지적해보겠다. 첫째, 민간이 발행한 불태환 화폐는 구매력 면에서 상품본위화폐보다 더 안정적일 수 있다. 하이에크화를 발행하는 회사는 하이에크화의 교환가치를 유지하고 미세 조정하기 위해 금융시장을 면밀히 살펴보며 5개의 하이에크화로 항상 주요 식료품점에서 특정 상품 꾸러미를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다. 금본위 화폐는 이러한 조정을 할 수가 없다.
둘째, 회사는 하이에크화 보유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하기 위해 상품 꾸러미의 구성을 변경할 수 있다. 예컨대 많은 사람이 달걀과 빵이 아니라 알루미늄, 백금 등이 포함된 꾸러미를 안정적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랄 수도 있다. 회사는 그 선호를 반영하여 하이에크화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를 개선할 수 있다.
셋째, 하이에크화의 소유자들은 흥미롭게도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대중이 하이에크화를 교환매개체로 받아들인다면, 시간이 지날 수록 시장에서의 달걀과 버터의 생산량과 공급량이 증가하여 하이에크화의 가치도 하락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선언한 구매력의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는 주기적으로 하이에크화를 추가로 인쇄하여 보유자들에게 배포할 필요가 있다. 만약 하이에크화가 독점화폐라면 회사의 소유주들이 이를 악용할 수도 있겠지만, 민영화된 화폐시장에서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회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구매력을 보장해야 하는 동시에, 하이에크화의 보유자들에게 그들의 보유 지분에 비례하여 새로운 하이에크화를 지급해야 한다. 즉, 지속적으로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이에크화의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새로 발행된 하이에크화는 기존의 하이에크화 고객들에게 지급된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회사가 하이에크화만을 위한 은행을 만들어서 하이에크화 예금에 따른 배당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꽤나 터무니없는 이점이지만, 먼 미래에 마치 스타트렉에 나오듯 인간이 모든 유형의 물체를 제한된 범위 내에서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면, 상품본위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사람들이 상품을 사실상 비용을 들이지 않고 대량생산할 수 있다면 말이다. 하이에크의 제안이 이러한 미래 환경에서 건전한 교환매개체로 작동할 수 있는지 연구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본 내용은 아래 기사 및 칼럼 내용을 요약 번역한 내용입니다.
Robert P. Murphy, Hayek’s Plan for Private Money, 15 September, 2020
출처: https://www.independent.org/news/article.asp?id=13262
번역: 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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