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 ‘가발’을 성장산업으로: 하이모 홍인표 회장

김우철 / 2016-12-09 / 조회: 2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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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7년 창립되어 올해로 29주년을 맞은 하이모는 현재 대한민국의 가발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1987년 가발을 수출하는 우민무역으로 시작해 1999년 ㈜하이모로 상호를 바꾸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가발 전문업체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가발은 의복, 합판에 이어 단일품목으로는 세 번째로 많이 수출되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상품이었다. 그 규모는 우리나라 총 수출량의 9.3%를 가발 산업이 담당할 정도였다. 우리나라 가발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인건비였다. 가발산업은 5만∼30만 가닥의 머리카락을 일일이 손으로 심어야 하는 노동집약형 산업이었고 당시의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가발 산업은 성장해갔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1990년대 들어 급격히 높아진 임금으로 인해 가발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갔다. 이후 대부분의 업체가 동남아시아로 생산라인을 옮기며 국내 가발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하이모는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국내 가발 업계 최초로 자체 브랜드화를 통해 사라져가던 가발 산업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내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세계 수준의 가발전문기업으로 성장해왔다



그렇다면, 수많은 가발 업체들이 주춤하는 동안, 하이모가 업계의 선두주자로 성공한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답은 하이모의 창업주 홍인표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가발을 음지에서 양지로...


가발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BC 30세기경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가발은 장식과 동시에 머리를 햇빛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장신구로 처음 등장했다. 가발은 17세기에 이르러 프랑스를 중심으로 왕족과 귀족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고 17세기 후반에는 전 유럽에 보급되었다. 이후 나이, 신분, 직업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의 가발을 사용되었는데, 영국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의 법정에서는 법관이 흰색 가발을 착용하는 관습이 남아있다. 


우리나라 가발의 시초는 여성의 장신구였다. 타인의 머리카락을 땋아 만든 것으로 ‘다리’ 또는 ‘가체’라고 불렸는데, 조선시대에는 더 화려하게 보이도록 각종 보석으로 장식하였다. 근대에 이르러서 가발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으로 각광 받았지만, 정작 한국인이 사용하기에는 가격이 높고 관리 또한 쉽지 않았다. 특히 획일화된 디자인은 가발 보급의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경제 발전에 따라 소득수준 향상되면서 가발을 찾는 인구가 증가하였다. 더불어 대머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호의적이지 않고 외모가 경쟁력이 된 작금의 사회 분위기에서 가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하이모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판매 방식의 변화이다. 일본의 영향을 받아 어둡고 외진 곳에 위치했던 가발 판매점을 길거리 대로변으로 옮겼다. 대신 모든 판매점을 직영화하여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런 방침은 지금도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동시에 광고를 통해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하이모가 대중에 이름을 알린 계기는 배우 이덕화가 출연한 TV광고였다. 당시 하이모의 광고는 가발 사상 최초의 TV광고였고 많은 사람들 입에 회자되었다. 유명 연기자 이덕화를 광고에 등장시켜 탈모를 공론화함으로써, ‘탈모는 조금 불편할 뿐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켰다. 이런 하이모의 노력은 회사의 성장뿐만 아니라, 가발시장 전체를 확대시키고 탈모인구의 ‘삶의 질’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R&D 투자


하이모는 1987년 가발을 수출하는 우민무역을 시작한 이래 서울, 대전, 중국에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하여 운영해왔다. ‘과학이 숨 쉬는 모발’을 모토로 하여 신소재와 신기술을 개발해 ‘감쪽같은 가발’을 추구했으며, 노동집약적 산업으로만 인식되던 가발산업의 첨단화, 과학화를 선도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주력하며 독보적인 시스템과 기술을 확보했고 많은 제품을 선보여 왔다. R&D센터에서는 원사, 가발용 접착제 등 가발에 사용되는 자재뿐 아니라 가발 제작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가발 제작에 필요한 모든 것을 연구 및 개발하고 있다. 


연구와 개발을 거듭한 끝에 하이모는 1991년 4월 독자적인 기술로 국내 최초의 넥사트모(형상 기억 모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외형상 인모와 흡사한 데다 내열성이 좋고 빛 반사는 적으며, 무게가 가벼워 볼륨감이 우수한 게 특징이다. 인모보다 쉽게 관리할 수 있어 고객만족도가 급상승했다. 


하이모에서 개발한 3차원(3D) 스캐너 시스템과 버추얼헤어 시스템은 하이모만의 자랑할 만한 기술이다. 이런 기술들은 '가발왕국'으로 불리던 일본의 기술력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특히 두상과 탈모 형태를 입체적으로 측정해 더 정확한 가발 제작을 도와주는 3D 스캐너 시스템은 특허를 통해 일본에까지 기술을 수출을 하고 있다.


3D 스캐너 시스템은 산학 협동벤처인 K&I Technology와 함께 개발한 입체두상측정기로 두피 및 탈모상태를 정확히 측정하고, 데이터를 몰딩기법을 통하여 정확하게 구현해내는 디지털 제작시스템이다.



‘버추얼 헤어 시스템’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발을 제작하기 전 고객이 가상으로 제품을 착용함으로써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밖에도 가르마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NFP’ 기술 등 가발에 관한 다양한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고객 만족도


하이모는 그간의 기술투자를 바탕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 하고 있다. 그동안 가발 착용을 꺼려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티가 난다.’는 문제였다. 하이모는 가르마와 이마의 소재에 신경을 썼다. 경계가 보이지 않도록 하여 가발을 착용했을 때 실제 착용자의 두피처럼 보이도록 하였다. 이런 점은 특히 외부활동을 많이 하는 젊은 층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소재를 경량화하고 통기성에도 신경을 썼는데 이는 외부에서 가발을 장시간 착용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호응이 좋다. 기존 가발에 비해 오랜 시간을 착용해도 답답하지 않고 편안하고 쾌적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하이모는 제품뿐만 아니라 사후지원에 있어서도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다. 가발을 판매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객의 두피와 가발을 관리해준다. 하이모의 고객은 정기적으로 매장을 방문하여 상태를 점검받고, 두발 상태에 따라 가발의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 이런 차별화된 서비스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으며, 고객과의 유대감 형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이모사의 제품을 실제로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이 회사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아버지께 가발을 선물해드린 한 고객은 ‘아빠가 가발을 쓰면 10년 이상 젊어 보이고 아빠의 자신감도 올라가서 참 기분이 좋다. 돈 백만 원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아빠에게 맞춤가발은 돈 아깝지 않은 명품이다. 더 젊으셨을 때 해드릴걸.’ 이라고 언급하면서 이에 더해 하이모의 지속적인 관리 서비스와 맞춤형 시스템을 굉장히 흡족해했다. 



또 다른 고객(아래측 사진)은 하이모의 가발이 ‘원래 하나였던 머리처럼 아주 자연스러워 보여서 신기했을 뿐만 아니라, 기술이 많이 발전하면서 모든 제품이 가벼워 편안하게 착용이 가능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머리 전체를 덮는 전체가발만이 아닌 M자형 탈모, 정수리 탈모, 화상 흉터 등 다양한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부분가발도 고객에 따라 다양하게 맞출 수 있다는 게 솔깃했다고 한다. 



또한 3D 스캔 시스템을 통해 내게 꼭 맞는 가발을 체계적으로 맞출 수 있고, 가상헤어 캡쳐 시스템을 통해 헤어스타일도 원하는 모양으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해볼 수 있는 등 꼼꼼하게 고객을 신경써주는 것 같아 하이모에 큰 만족을 느꼈다고 글을 썼다. 또한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하이모는 기존의 남성위주의 가발시장에서 나아가, 가발을 꺼리던 여성들을 위해서 ‘하이모 레이디’를 따로 운영하는데 반응이 매우 뜨겁다. ‘하이모 레이디’를 방문한 한 여성 고객은 ‘남성 탈모만큼이나 여성 탈모가 현대 사회의 큰 이슈인데,  따로 여성들을 위한 센터들이 생겨 만족스럽다.’라고 글을 남기며 다양한 맞춤 시스템과 꼼꼼한 상담서비스에 안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사업의 다각화


국내 탈모 인구는 매년 10~20%씩 증가해 2012년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 층과 여성의 탈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탈모 환자 가운데 10대 이하가 13%, 20~30대 환자가 46%에 달한다. 공부와 취업 등의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과 빈모증(貧毛症) 등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하이모의 2015년 상반기(1~6월) 전체 고객수 대비 20~30대 고객 비율 역시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요 가발 소비층으로 알려졌던 중장년 이상의 고객비율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였다. 하이모는 이에 발맞춰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적극 시장 진출하고 있다. 탈모로 인해 고민 중인 20~30대가 거부감 없이 가발을 활용해 헤어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제품을 대여하고, 스타일링을 해주는 서비스를 통해 가발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여성용 가발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데,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최근 5년간 탈모 진료 여성 환자는 47만여 명으로 전체 탈모진료 환자의 48%에 이른다는 결과가 있다. 이에 하이모는 여성고객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발이 기존에 탈모를 가리기 위한 방편에서, 이미지 변신을 위한 패션 아이템으로 변화한 점을 고려하여 여성 가발 전문브랜드 ‘하이모 레이디’를 론칭하고 다섯 군데의 전용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국의 지점 내에 별도의 여성 전용부스를 마련해 여성 고객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담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


하이모는 기업의 특성을 활용하여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러브헤어 캠페인’을 꼽을 수 있다. 이 캠페인은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인해 탈모를 겪지만 경제적으로 가발 구입이 어려운 소아암 환아를 대상으로 무료 가발을 제작해주는 캠페인으로, 2015년에는 1,000번째 수혜 아동이 선정될 정도로 많은 아동 환자들이 혜택을 받았다. 이 캠페인은 소아암 환아들은 자신감을 회복하여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평가받으며 국내에는 생소한 모발 기부 문화를 조성하고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데 기대하였다. 뿐만 아니라 항암치료로 고생하시는 암환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암환자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제품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의 이익을 사업에 환원하고 있다. 이런 사회공헌활동은 하이모와 가발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으며, 기업의 역량을 활용한 사회공헌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참고자료>


‘하이모의 '10년 대계'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소’, 한국경제, 2016. 02. 15.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21081881


‘2030세대·여성 공략 본격화하는 하이모…퀀텀점프 가능할까?’, 해럴드경제,  2015. 10. 26.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51023000573&md=20151026073551_BL


‘하이모 이색 사회공헌활동, 러브헤어 캠페인 1,000번째 주인공 탄생’, 뉴시스, 2015. 2. 16.

http://www.newsis.com/pict_detail/view.html?pict_id=NISI20150216_0010632595


‘하이모, 사양산업 ‘가발’을 성장산업으로 일궈‘, 문화일보, 2014. 07. 23.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72301032224243002


‘우리회사 성공 DNA는 하이모 편’, 파이낸셜뉴스, 2012. 11. 18.

http://www.fnnews.com/news/201211181748541600?t=y


‘가발산업, 사양 산업에서 21세기 블루칩으로 귀환’, 시사매거진, 2012. 6. 7.

http://www.sisa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18


‘"이덕화 첫 TV광고로 대히트 생생, 가발산업 쑥쑥 자라는 중"’, 한국일보, 2012. 3. 1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8&aid=0002237274


‘탈모인 서바이벌 07] 감쪽같다! 가발의 진화는 무죄’, 주간동안, 2009. 4. 8.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7&aid=0000007395


<하이모를 방문한 고객들의 후기>


http://blog.naver.com/seo_ari/220001465462

http://blog.naver.com/bravodiana/220574695554

http://blog.naver.com/rkdskrgh13/220483252826


김우철│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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