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복합화 : 수요와 공급의 일치

여지민 / 2024-05-09 / 조회: 503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PC방은 단순히 '게임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가정에 큰돈을 들여 설치할 필요가 없는 고 사양 컴퓨터로 게임을 더 즐기기 위해서 PC방을 찾는 게 가장 주된 목적이었다. 밥을 먹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PC방에 발걸음을 옮기거나, 집에서 사용하던 프린터기가 갑자기 고장이 나서 프린터기가 설비되어 있는 PC방을 검색하고 찾아가는 게 부차적인 목적이었다. 'PC방=게임하는 곳’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통용되는 식이었다. 그러나 대학교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 몇 년 만에 찾아간 PC방은 완전히 탈바꿈한 채로, 이 공간을 PC방이라는 명칭으로 불러도 되나 싶은 의문과 신선함을 선사했다.


24년도의 PC방들은 과거부터 존재하던 고 사양 컴퓨터는 물론이고, 매장 한 공간을 차지하는 큰 주방과 커피 머신 등 음식점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 직접 전화하여 설치 여부를 파악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프린터기까지 갖추고 있었다. 과거에 라면만 끓일 수 있던 협소했던 주방은 튀김기와 에어프라이기, 라면 전용 기계, 전문적인 조리 기구를 갖춘 주방다운 주방으로 변해 있었다. 또한 음식 재료를 상시 조달할 수 있는 큰 냉동고와 소규모 편의점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과자 및 음료수 진열대까지 갖추고 있어 일반 전문 음식점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하게 할 정도였다.


음식점 같은 인테리어에 놀라기도 잠시, 수강신청을 위해 컴퓨터 모니터를 켰을 때 음식 주문 메뉴판 창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었다. 라면부터 볶음밥, 핫도그, 심지어는 삼겹살까지 판매하고 있었고 메뉴판 스크롤을 내리며 주문할 메뉴를 고르느라 정신을 빼앗겼었다. 고심 끝에 주문한 건 제육덮밥과 오레오 쉐이크였는데 두 가지 메뉴 다 일반 음식점, 카페에서 먹었어도 만족스러웠을 것 같았다.


음식의 맛이 대중들의 욕구 충족과 재방문을 유도하는 일반 음식 전문점과는 달리, PC방은 음식의 맛이 비교적으로 방문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방에서 먹은 음식들은 대중적인 맛이라, 사람들의 호불호에 크게 갈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전했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었다. 배달 어플에 등록하여 음식을 판매하는 PC방까지 있었다.


이로써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음식점화 혹은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컴퓨터도 사용할 수 있는 공간화가 진행 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게임, 과제 등의 컴퓨터 사용이라는 주목적은 당연히 달성되고, 식사 및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카페 방문을 PC방에서 해결하며, 자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부차적인 목적까지 달성하는 효과를 창출해내는 공간이 된 것이다.


PC방의 인테리어 또한 변동하는 시류의 흐름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었다. 코로나19의 거리두기 이후, 사람들의 독립적인 성향이 고착화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변화한 PC방은 좌석 간 간격을 넓혀 서로 모르는 이용자끼리 불필요하게 접촉한다는 느낌을 감소시켰고, 쾌적한 이용환경을 제공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데이트를 하러 방문하는 고객을 위한 커플 전용 좌석, 타 좌석과 간격을 더욱 넓혀 1인 전용이라는 느낌을 주는 독립적인 좌석, 매장 규모에 비해 넓다는 생각이 드는, 서로 부대끼지 않는 흡연실 등을 통해 다채로운 성향을 가진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PC방의 발전에 맞춰 PC방 수요는 더 이상 '게임하는 사람’에게 한정되지 않았다. 컴퓨터 사용 목적 충족 여부에 관하여 거론하지 않아도, PC방의 인테리어를 비롯하여 더욱 발전하는 음식 맛과 다양화 되어가는 음식 종류들로 PC방을 찾는 사람들은 증가할 것이라고 귀결을 내릴 수 있었다. PC방은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찾는 복합 공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끊임없는 시도와 긍정적인 변화로 경쟁력을 창출해내는 PC방을, 더 이상 게임만 하는 곳이라고 부르지 못 하게 된 것이 지금 살아가는 현재에 가능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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