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의 아주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다. “너희들이 볼펜 한 자루라도 스스로 만들어본 적이 있느냐? 너희같이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주업으로 삼으면서 돈 벌고 대접받고 하는 것은 팬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너희들은 팬들에게 잘해야 한다.” 최희암 농구 감독이 연세대학교 감독 시절 선수들에게 한 말이다. 물론 이 말은 팬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않는 선수들에게 충고의 의미로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스포츠 선수들은 정말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선수들의 연봉, 구단 운영비 등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2023 KBO 리그 야구 선수의 평균 연봉은 1억 4,648만 원이다. 개개인으로 보면 연봉이 10억 이상인 선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작년 시즌 종료 후 말 그대로 'FA 대어’였던 채은성 선수는 6년 90억 원에 한화 이글스와 계약했으며 연봉은 18억 원이다. 2023 연봉 1위는 삼성라이온즈의 구자욱 선수로 무려 연봉 20억 원을 기록했다. 팀 구단이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특별한 이유 없이 몇십 억대 연봉을 계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봉 협상은 수요 공급 법칙에 의해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구자욱 선수의 노동 서비스 시장에서 구자국 선수는 공급자이고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는 수요자이다. 그는 연봉 20억에서 삼성 구단에 노동 서비스를 공급할 의향이 있는 것이고, 구단은 그 선수의 노동 서비스를 20억에 살 의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서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 연봉 20억의 가격에서 교차하고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큰 금액이 오가는 것을 보면 프로야구로 인해 구단이 얻는 수익이 상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구단 운영 자체만으로 흑자를 내는 구단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적자인 것이다. 운영이 지속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구단은 대부분 모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프로야구 구단 운영이 적자임에도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광고 효과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거액을 내서라도 좋은 선수를 사려는 이유 역시 이것 때문이다. 구단에 프랜차이즈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이, 구단의 성적을 올리고 더 나아가 우승까지 시켜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것이 광고 효과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2021년 신세계 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SK 야구단을 인수하여 SSG 랜더스의 구단주가 되었다.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스타벅스, 노브랜드 버거 등 신세계 계열사 매장을 야구장에 입점시켰다. 팀의 성적이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니 SSG는 전 구단 중 관중 수 1위를 기록하며 관중 수입도 올렸고, SSG의 홈구장에 입점한 신세계 계열사 매장 역시 큰 수입을 얻게 되었다. SSG는 2022년 두 시즌 만에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시즌 내내 1위를 유지하며 우승)’을 이루어냈는데, 우승을 기념하여 선보인 '쓱세일’은 행사가 있기 전주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모기업의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한 그 해 준우승을 차지한 키움 히어로즈 역시 메인 스폰서인 키움 증권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하였다. 키움 히어로즈가 계약 직후 시즌을 포함하여 눈에 띄는 경기력으로 코리안 시리즈에 두 번이나 진출한 것이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메인 스폰서 기업이 아닌 브랜드들도 야구 경기를 통해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 모든 구단 선수들의 유니폼, 모자 등에는 여러 브랜드의 로고가 부착되어 있다. 또한 야구장 펜스나 관중석 벽면에도 여러 기업의 로고, 광고판이 부착되어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중계, 신문, 방송, 뉴스 등 미디어 노출을 통한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어 높은 수준의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야후 재팬 보도에 따르면 WBC 일본 야구 대표팀 공식 스폰서인 스포츠용품 회사 '미즈노’는 WBC 동안 용품 주문량이 3배나 급증했다고 한다. 이렇게 브랜드 마케팅 광고비와 경기 티켓 판매비, 주변 상권의 매출 등을 포함하면 프로 야구로 인한 경제적 가치는 큰 수치를 기록한다.
결과적으로 볼 때 경제적 가치의 측면에서도 최희암 감독의 이야기는 맞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팬들이 있고 시청자가 있어서 기업이 스폰서로 계약하고, 광고가 붙고, 그러므로 구단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들이 야구 경기를 해서 시청자가, 팬들이 생기고 그로 인해 광고와 스폰서가 계약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야구 선수가 하는 일은 그저 공놀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 경기가 그저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야구 선수가 하는 일 역시 그저 야구 경기만이, 야구 연습만이 아니어야 한다. 그들 역시 '야구’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며 그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팬서비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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