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꿈빛 파티시엘’이다. 빵 먹는 것을 좋아하던 소녀, ‘감딸기’가 우연히 제과 학교에 스카우트되어 일류 최고의 제빵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화려한 빵, 케이크, 디저트들이 매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내가 접할 수 있는 디저트라곤 파리바게*, 뚜레쥬*의 디저트들뿐이었다. 그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주 어떤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고 먹을지 고민하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너무 부러웠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애니메이션의 ‘감딸기’가 부럽지 않다. 바로 경쟁 덕분이다.
‘빵지순례’, ‘디케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디저트에 대한 인기가 굉장히 높아졌다. 그에 따라 신규 제과점은 물론 백화점, 편의점, 저가형 카페까지 디저트 시장에 뛰어들었고 외국 디저트 업계도 우리나라에 입점하기 시작하였다. 지금 우리는 디저트 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현 디저트 시장은 완전 경쟁 시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완전 경쟁 시장은 상품의 가격 · 품질 등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가진 수많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동질 상품으로 거래하고, 거래자들이 시장에서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시장을 말한다. 이러한 시장 특성에 따라 공급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가게로 손님을 끌어드릴 만한 유인 전략을 세워야 했고 이는 곧 디저트의 다양화를 가져왔다.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를 위한 글루텐프리 케이크와 프로틴 쿠키, 화려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mz세대를 위한 콜라보 디저트와 외국 디저트, 자극적인 것을 싫어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쌀케이크와 약과 휘낭시에 등이 등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 저가형 카페에서도 시즌마다 저렴하면서도 새로운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
만약 경쟁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기업들은 맛과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는 제쳐두고 이윤 극대화를 위해 가격은 올리고 비용은 낮추려는 시도만 넘쳐날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기업형 제과점에서 작고 맛없고 비싼 ‘피자빵’, ‘단팥빵’, ‘생크림케이크’를 고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새로운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해외로 여행을 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어마 무시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만화 속 주인공을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쟁은 우리에게 집 앞 편의점에서조차 어떤 디저트를 먹을지 고민하게 하는 행복한 고민을 가져다주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경쟁이 공급자에게는 해로운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이다. 어쩌면 기업에 더 이롭다고 할 수 있다. 경쟁 시장에서는 최고의 제빵사가 되는 것을 꿈꾸던 ‘감딸기의 꿈’을 누구나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적한 주택 골목에 자리한 한 식빵 전문 제과점은 치즈, 바질, 볶은 양파 등을 조합한 식빵 개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홍콩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서구형 디저트의 인기로 전통 디저트의 불황을 우려하던 상황 속에서 ‘찐우유떡, 티라미슈 크림떡’ 등으로 전통 떡을 재해석한 떡집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이렇듯 경쟁 시장에서는 신규와 기존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공평한 기회 속에서 (노력에 따른) 공평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쟁은 노력하는 주체에게 그에 마땅한 보상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우리 모두가 경쟁의 승자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디저트 시장의 경우, 경쟁 장기화로 그 가능성 또한 커졌다. 과거 ‘젊은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디저트는 지금 남성, 노인 할 것 없이 즐기는 음식이 되어 고객층이 다양해졌으며 SNS, 스마트 스토어, 팝업 스토어, 수출 등 유통 경로 또한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기회를 잡는 것은 고사하고 기회를 보는 것조차 어려운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경쟁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현재 디저트 시장은 '성공의 꿀단지'라고 할 수 있다.
경쟁 속에서 우리는 누구든 만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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