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기후변화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대답하지만, 막상 경제 행위를 할 때는 주요한 고려 요인으로 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기후변화의 통제와 경제성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없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경제학은 항상 비용효과성을 따져 어떤 행동을 할지를 결정한다. 여기서 비용효과성이란 동일한 비용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 또는 동일 효과를 최소의 비용으로 달성하는 것을 뜻한다. 과연 세계 각국의 기업은 자사의 후생을 따지면서도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탄소배출의 감축을 어떻게 결정할까.
먼저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로 배출원(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직접규제는 정부가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모든 경제 행위자들이 준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배출상한을 e라고 두고 이를 각 배출원이 강제로 지키게끔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규제는 모든 배출원에 획일적으로 적용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획일적인 규제는 왜 좋지 못할까. 앞서 소개한 용어에 따르면 비용효과성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 배출원의 상황은 각기 다르므로 한계저감비용은 동일하지 않다. 비용효과성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각 배출원의 한계저감비용이 일치하는 배출상한을 적용해야 하는데, 획일적인 배출상한의 적용은 특정 배출원들이 더 큰 비용을 들여 저감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 결과 목표 저감량을 최적보다 큰 비용을 들여 달성하게 된다.
직접규제는 배출원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유인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경제와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배출원들이 자발적으로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한데, 그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다.
탄소세는 탄소를 배출하는 행위에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때 배출원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거나 배출에 따른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즉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 없이 배출원 스스로 탄소 배출량을 결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일단 탄소세를 결정하면, 배출원은 탄소세에 맞춰 행동을 변화시킨다. 자사의 한계저감비용이 탄소세보다 크면 저감을 하는 행위보다 배출하고 탄소세를 부과하는 행위의 비용이 더 적으므로 배출량을 증가시킨다. 반대로 한계저감비용이 탄소세보다 적으면 탄소세를 부과하기보다는 저감을 하는 행위가 더 비용이 적기 때문에 배출량을 감소시킨다. 이런 과정은 하나의 탄소세를 적용받는 각 배출원에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므로 결과적으로 모든 배출원이 비용효과성을 만족하게 된다. 이때 정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탄소배출에 맞춰 탄소세의 상승률을 결정해야 하는 동태적 변화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탄소세는 정부의 수입으로 직결되며 사회적으로 유용한 곳에 다시 투자될 수 있다. 이를 탄소세의 '이중 편익’이라고 한다. 충당된 조세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개발에 재투자될 수 있고,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 외에도 기타 사회 정책에 쓰일 수 있다. 이렇듯 탄소세는 그 정책 자체로 모든 배출원의 비용효과성을 만족시키며 기후변화에 대처하게끔 하며, 동시에 조세 수입으로 인한 추가적인 이득을 가져온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각 지역에 총 배출 한도를 정하고, 그 배출량만큼의 배출권거래제를 각 배출원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약 한 배출원이, 부여받은 배출권을 초과하여 배출을 원할 경우, 배출권거래제 시장을 통해 배출권을 구입할 수 있다. 따라서 탄소세와 마찬가지로 모든 결정은 배출원이 자발적으로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는 비용효과성이 어떻게 만족될까. 각 배출원은 자신의 한계저감비용이 배출권 가격보다 높으면 배출권을 구매하는 비용이 더 저렴하므로 배출을 진행한다. 반대로 배출권 가격이 한계저감비용보다 높다면, 배출권을 구매할 때의 비용이 직접 줄이는 것의 비용보다 더 크므로 배출 대신 저감을 택한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어 결과적으로 모든 배출원의 한계저감비용이 동일하게 되고, 비용효과성을 충족하게 된다.
세금의 동태적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 탄소세와 달리 배출권거래제는 최초 정부의 배출권 배분 이후 모든 행위가 배출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탄소세보다 배출원들이 더 선호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또한 탄소세와는 달리 배출권거래제는 별도의 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할 때 시장에 맡기는 것은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기 때문에 배출권거래제는 탄소세보다 일반적으로 선호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완전경쟁시장은 찾아보기가 힘들며 대부분은 불완전경쟁 하에서 경제 행위가 이루어진다. 또한 배출권거래제는 최초 배출권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들로부터 발생하는 배출권거래제의 단점도 존재한다.
먼저 최초 배출권의 가격과 배출권을 각 배출원에 얼마큼 부여할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최초 배출권을 무상으로 배분할지, 유상으로 배분한다면 그 가격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최초 배출권을 각 기업에 어떤 기준으로 배분해야 할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는 형평성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 시장이 독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대형 배출원의 경우 배출권거래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자사의 배출 행위가 배출권 가격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독점기업은 사회적 균형을 달성하는 배출권의 판매량보다 적은 양을 시장에 공급하여, 자사의 이익은 높이지만 시장 전체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하게 된다.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는 모두 비용효과성을 만족한다는 점에서 행동 유인이 확실하지만, 단기적인 상황만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탄소배출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적인 만큼 이제는 세대를 초월하는 움직임을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움직임은 우리 세대가 취할 수 있는 이익으로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행위의 경제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에 대한 세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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