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백화점 라이프는 시장경제 덕분

강하윤 / 2024-05-10 / 조회: 411

우리 집은 제주도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가족이 제주 생활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서울의 오랜 생활기반을 정리하고 제주로 이주할 때 부모님의 고민은 여쭤보지 않아도 알 듯합니다. 특히 어머니는 서울 토박이이십니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제주이지만, 도시의 다양한 인프라와 문화생활을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겁니다.


그러던 어머니께서 지금은 서울로 다시 돌아가게 될까 걱정을 하십니다. 숨막히는 교통체증과 도시의 삭막함도 견디게 해줬던, 서울만이 가지는 편리함에 이제는 고개를 갸우뚱하십니다. 제주도에는 어머니가 즐겨 가시던 백화점이 없습니다. 제주 사람들은 대형마트를 통해 백화점 라이프의 아쉬움을 달랜다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제 옛날 얘기입니다. 어머니는 오늘도 서울에 있는 백화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니까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바로 환상적인 시장경제의 힘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낮아진 항공권 가격 덕분에 치킨 두어 마리 가격으로 서울의 백화점에 다녀오십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제주↔김포 노선 당일 왕복 기준 항공권을 60,000원대에 예매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 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과는 여전히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제주의 자연과 동시에 누리는 서울의 백화점 라이프 비용으로는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나요?


2004년 제주↔김포 평일 왕복 항공권 가격이 146,800원으로 올랐다는 신문기사를 보니, 왕복 기준으로 60,000원대에 구매 가능한 현재 가격은 20년 전 가격의 절반 이하입니다. 2004년 3,220원이던 자장면 평균 가격이 2023년에 6,360원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항공권 가격은 물가동향을 역행한 것입니다. 제주 항공권에 대한 시장경제의 작동은 규제개혁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항공산업은 대형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규제가 강한 산업이었습니다. 항공료는 물론이고 시장 진입도 엄격히 제한되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을 전후한 정부의 항공산업 규제개혁으로, 허가제였던 항공요금은 신고제를 거쳐 예고제로 바뀌면서 완전 자율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정기항공사업과 항공기취급업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뀌고, 등록기준이 크게 완화되면서 항공사의 시장진입이 훨씬 자유로워졌습니다. 낮아진 시장 진입장벽은 결국 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을 유도했습니다. 2005년 J항공을 시작으로 E항공, J에어, 에어B, T항공 등 다양한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설립되어 새롭게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현재는 기존 K항공과 A에어라인외에 여객사업 기준 총 9개의 저비용항공사가 시장에 진출하였으며, 제주노선을 중심으로 국내선 시장에도 공급을 늘렸습니다. 2004년 2개 항공사가 공급하던 연간 35,250편의 제주↔김포 구간 운항편수는 2023년 8개 항공사에 의해 87,613편으로, 149%나 증가했습니다. 규제 완화에 따라 낮아진 시장 진입비용으로, 공급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다수의 항공사가 낮아진 항공권의 가격을 더욱 세분화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추가 수요가 발생하며 효익이 극대화된다는 점입니다. 항공기는 1편의 추가 운항이 결정되면 보통 200석 내외의 좌석이 증가하게 되며, 운항이 결정된 항공편에서는 좌석 1개에 대한 한계비용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이미 결정된 항공편이라면 좌석을 비워서 운항하는 것보다 항공권 가격을 싸게 해서라도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항공사 입장에서도 유리합니다. 편도기준 10만원대 항공권 가격이 2만원대까지 다양해질 수 있는 배경입니다. 결국 항공권 가격의 하락과 세분화로 다양한 목적의 고객이 추가로 발생하며 제주↔김포 노선의 경우 연간 이용여객은 2004년 617만명에서 2024년 1,598만명으로 159%나 증가했습니다.


시장경제의 가장 큰 매력은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더욱 풍요로워진다는 점입니다. 값싼 항공권으로, 어머니의 백화점 생활 같은 제주도민들의 서울 문화를 위한 비용이 크게 낮아졌고, 제주도 관광 비용도 낮아졌습니다.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한 양호한 제주도 경기는 덤입니다. 항공사는 이익을 내면서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9개의 신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6개 항공사가 2023년에 평균 13%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항공사가 나빠진 것도 아닙니다. 기존 대형항공사 2곳의 제주↔김포 노선 연간 운항편수는 2023년에 38,575편으로 2004년대비 9.4% 늘었고, 2023년 국내선 여객 매출액은 2004년보다 16%(자회사 포함하면 47%)증가했습니다. 이익을 추구하며 공급을 늘리는 항공사, 가격 하락과 다양한 선택으로 소비를 늘리는 소비자, 결과적으로 항공사는 이익이 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사람들은 제주의 자연과 대도시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모두의 효익이 높아졌습니다. 물론 일부 항공사는 경영에 부침이 있기도 하지만 이 또한 균형을 찾아가는 시장경제의 작동 과정일 것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다양한 경제적 사고와 이를 포용하며 작동하는 시장경제의 힘, 국내 항공시장을 통해 목격하는 그 효과는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저희 어머니와 친구분들은 오늘도 신촌에서 점심 약속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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