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로 얻는 버스의 낭만

설유정 / 2023-11-29 / 조회: 252

아침의 버스정류장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는 대학교 1교시 수업을 듣기 위해 새벽 5시 반에 기상해 광역버스 정류장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친구들은 적절한 시간에 일어나 버스를 타면 될 걸 왜 이리 일찍 일어나냐 물어보곤 했고, 나는 아침잠의 여유를 지불하고 여유롭게 등교할 낭만을 구매한다 답했다.


시장경제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은 구매자와 판매자의 집합체인 시장에서 이루어지며, 이러한 상호작용에 의하여 해당 재화의 가격이 결정된다. 대중교통 서비스는 흔히들 나의 소비가 타인의 소비를 감소시키지 않는 비경합성,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참여자를 배제하는 배제성을 가진 요금재라고 받아들여진다. 서비스의 대가로 버스 요금만을 지불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우리는 하나의 대가를 추가로 더 지불한다. 바로 우리의 시간이다.


목적지로 향하는 데 있어 아늑한 자리라는 재화를 확보하기 위해선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 단순히 수업 시간에 맞춰 등교로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적절히 아침 7시에 맞추어 정류장으로 향했을 것이다. 다만, 그 시간대는 다른 학생들 및 직장인들도 선호하는 시간대이다. 버스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폭발하는 시간대인 것이다. 버스 요금은 정해져 있기에 선호되는 시간대라 해서 더 비싼 가격을 내진 않지만, 버스를 타지 못해 지각하게 되는 위험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나는 특히 위험 기피자적 속성을 가진 소비자이기에, 복잡한 출근 시간 속 자리 부족으로 제시간에 버스를 타지 못할 리스크를 확실히 피하기 위한 대가로 아침잠을 더 누릴 시간을 포기한다. 앞선 두 선택지 모두 포기해야 하는 대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르는 법이다.


더 나아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자신의 선호가 가장 높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더 많은 대가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버스 좌석의 경제학을 엿볼 수 있다. 동일한 시간대에 버스를 탄 탑승객 사이에서도 각자 편한 자리에 앉기 위한 미묘한 눈치싸움이 일어나곤 한다. 주로 선호되는 좌석은 하차가 용이한 출구 근처의 자리, 활동 가능 범위가 넓은 버스 맨 앞자리 등이다. 이러한 인기 좌석 역시나 같은 버스를 타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에 의해 차지 된다.


이제 우리는 원하는 자리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라는 재화를 투자해야 한다는 시장 경제적 규칙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언제나 비양심적인 소비자는 존재하는 법, 혼잡한 정류장 속 시간을 덜 투자하고도 좌석을 얻어내고자 새치기하는 룰 브레이커가 나오기도 한다. 이때는 시장 질서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바로 규칙의 강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시장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행정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간혹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대형 버스 정류장의 보도블록에 버스 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구역을 관할하는 행정기관이 표시해 둔 것으로, 공정한 시장 거래를 위한 규칙이 세워진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탑승해야 하는 버스 번호 자리 뒤로 줄을 서고, 버스 기사님은 해당 자리에서 탑승객을 태운다는 사회적 약속을 하게 된다.


시장에서 선택하는 나의 선택지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배합이다. 나는 광역버스의 맨 뒷자리 창가 자리를 좋아한다. 넓은 자리와 함께 창문에 기대어 볼 수 있는, 일출을 품은 한강의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앉기 위해 일부러 좌석에 여유가 있는 버스를 기다리기까지 한다. 나의 만족인 효용 곡선과 시간, 여유라는 재화가 형성하는 예산선이 만나는 최적점에서 소비를 하는 것이다.


학생과 직장인이라는 일종의 사회적 책임을 가진 신분을 지닌 우리들은, 일상생활에서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각자의 효용에 맞게 시간이라는 재화를 투자하고 있다. 비단 대중교통을 타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재화를 투입해야 한다는 본질적인 시장 경제적 규칙을 우리는 알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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