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남성 중 대부분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간다. 육군, 공군, 해군 등 군의 종류를 선택하여 지원할 수 있고, 나는 공군에 지원하여 합격했다. 공군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 중 한 가지는 내 노력에 따라 특기와 자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흔히 말하는 '뺑뺑이'가 아니라 내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국방서비스는 대표적인 공공재로서 그 공급이 전적으로 정부에 맡겨져 있다. 공공재의 특성상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지니기 때문에 공급된 이상 모두가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 이렇듯 국방서비스 자체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제공 및 이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내부의 공군훈련소에서 나는 시장경제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공군 훈련병들은 훈련 점수, 자격증 점수, 시험 점수 등을 합산한 훈련소 성적을 가지고 희망 특기에 지원, 경쟁한다. 또한 이 성적은 이후 자대 배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2년가량의 군생활의 주업무가 5주의 훈련 기간동안 결정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원하는 특기를 얻기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에 임한다. 사격 한 발, 한 발에 신경 쓰고, 필기 시험 날짜가 다가오면 휴식 시간에 머리를 맞대고 답을 고민한다. 이 안에서 성적은 시장에서의 돈과 같고, 특기는 재화 및 서비스와 같다. 성적을 가지고 특기를 구매할 수 있고,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가격, 즉 균형 성적이 형성된다. 많은 사람들이 특기를 얻기 위해 경쟁하다 보면 자연스레 수요가 많은 특기의 가격은 올라가고, 수요가 적은 특기의 가격은 내려간다. 훈련병들이 자기 책임하에 자유롭게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을 통해 결정되는 가격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고, 해당 특기를 가장 필요로 하고, 가장 능력 있는 사람에게 자원 분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효율성도 달성된다. 군에서는 훈련병을 의젓한 군인으로 키우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병사들에게도 역시 훈련소 기간은 군생활의 기초를 배우는 중요한 시간이다. 원하는 특기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훈련 및 교육에 집중하게 되고, 훈련 내용을 체득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준비된 교육을 최고 효율로 받아들인다. 그 결과 훈련소 기간을 마친 후에는 군에서 원하는 인재로서 거듭나게 되고, 병사들에게도 역시 그에 대한 보상으로 원하는 특기 및 자대배치가 이루어진다. 이 모든 것들이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가 아닌, 정부에 의해 강압적으로 이루어졌다면 달성될 수 있었을까? 훈련 및 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특기가 주어진다면, 훈련병들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조교에게 혼나지 않을 정도로만, 꼭 필요할 법한 교육에만 적극적으로 임할지도 모른다. 국군 장병 육성을 위해 매년 교육비용 예산을 편성하는 군의 입장에서도, 군으로부터 질 높은 국방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하는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도 이는 바람직한 결과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시장경제의 원리의 적용은 다른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더 부각된다. 한국의 남자들은 힘들었던 수험생활을 마치고 대학생활을 즐기거나 또는 커리어를 위한 스펙을 쌓을 시기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군대에 간다. 입대 후에도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 속에서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계급을 선택할 수도, 환경의 변화를 선택할 수도 없다. 사회와 다르게 자유가 억압된 환경은 사람들에게 불만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자유로서 노력하면 자신이 원하는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작은 위로가 되고, 이는 군생활 기간을 자기개발의 시간으로 활용해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인생에 한 번뿐인 소중한 시기를 군대에서 보내는 장병들에게 군 체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경쟁해볼 수 있는 기회라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그 과정에서 동기부여를 통해 효율성마저 달성할 수 있다면, 시장경제의 원리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열심히 노력하여 경쟁에서 성공한 덕분에 원하는 특기를 얻을 수 있었고, 희망했던 부대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또한 업무를 하면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군생활동안에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회에 나온 지금도 당시의 업무 경험과 해당 자격증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여러모로 힘든 기간이기도 했지만,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성장의 배경에는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는 ‘시장경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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