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의 반란

김수환 / 2023-05-19 / 조회: 1,030

편리함이 1순위가 되어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자동차는 어느덧 필수재의 하나가 되었다. 2023년 02월 기준 한국에 등록된 자동차의 대수는 약 2,600만 대로, 노인과 아이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성인 인구가 자동차 한 대 정도는 소유하고 있는 형국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내 차’에 대한 욕심이 커진 나는 오래전부터 자동차 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고, 최근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가격은 신차 가격에서 연식이나 부품상태 등에 따라 감가가 이루어진 가격으로 책정된다. 같은 가격과 차종을 가정한다면 중고차는 신차보다 열등재이며, 같은 차종이라는 가정에서는 신차의 가치가 더 높게 부여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2022년 중고차 시세가 신차의 시세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재미있는 현상은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이동하면서 생겨났다. 첫 번째 원인은 자동차 공급의 감소이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은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을 매우 감소시켰다. 공급의 감소를 이끌어낸 가장 큰 영향은 코로나 펜데믹이다..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 펜데믹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였고,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신차 수요의 감소를 예상한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용 반도체 회사에 주문을 줄이고, 가지고 있던 재고를 처분하였다.또한, 해외 공장지대에 발생한 자연재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자동차 공급망을 흔들었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수요의 증가이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는 자동차 구매의 유인을 높였다. 또한 코로나 19로 얼어붙은 승용차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도 신차 수요를 견인하였다. 개별소비세 인하 시점을 놓칠까 걱정한 소비자들은 너도나도 신차 구매에 뛰어들었다.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2020년, 세계 10대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한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였다.


이처럼 신차 수요는 예상보다 빨리 회복하게 되었고, 반도체 특성상 생산을 빠르게 늘릴 수 없기에 신차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신차 가격을 단기적으로 쉽게 변동시킬 수는 없기에, 큰 폭의 초과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부분의 인기 차종에서, 구매계약 체결 이후 실제로 수령하게 되는 날까지 6개월에서 18개월까지 소요되게 되었다. 아직 출고되지 않은 계약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22년 10월 기준 현대자동차의 G 모델을 구매하려면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중고차는 신차의 대체재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신차 시장에서 발생한 초과수요는 중고차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급이 비탄력적이고, 초과수요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신차급 중고차’ 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된다. 21년 5월 매일경제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현대자동차의 SUV 차량 S 모델은 신차 가격이 4,117만 원, 2021년식 중고차 시세가 4,301만 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고차가 신차보다 184만 원 비쌌다. 같은 조사에서 기아자동차의 K 모델 신차 가격은 2,803만 원이었고, 2021년식 중고차의 시세는 2,845만 원이었다. 신차 가격보다 시세가 43만 원 비싼 것을 볼 수 있다. 22년 10월 같은 조사에서, 대기기간이 가장 길었던 현대자동차의 G모델 같은 경우엔 500만 원 이상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외국의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드 닷컴’에 의하면, Chevrolet 사의 콜벳 차량은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중고차 가격이 약 2만 6천 달러가량 상승하였고, Toyota사나 Jeep사의 인기 차종 중고 시세 또한 급등하였다. 수요보다 공급의 변동분이 더 컸기 때문이다.


2023년 현재 자동차 시장은 이전의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요를 좌측으로 이동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변수는 '금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과 수반되는 경기침체로, 중고차와 신차 수요는 동시에 감소하게 되었다. 차량 구매에 필요한 자본조달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차량구매 계약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23년 6월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종료된다면 수요는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공급 측면에서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도 정상화됨에 따라, 신차 출고 대기기간은 급격하게 하락하였다. 22년 10월 출고 대기기간 2년을 안내받던 현대자동차의 G 모델은 현재 11개월이면 받을 수 있으며, 10개월이 걸리던 A 모델 차량은 3개월 후 출고가 가능하다고 한다.


신차 시장이 정상화됨에 따라 초과수요가 해소되면서, 중고차 시세도 하락하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2년 말부터 중고차 시세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으며, 23년 3월에도 국산 차종의 평균가격은 전월 대비 4.12% 하락하였다고 한다. 더군다나 신차 가격도 장기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이제 '신차보다 비싼 중고차’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경제학자 그레고리 멘큐는 “암표야말로 자유 시장경제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라고 주장했다. 중고차 시장을 암시장이라고 보기엔 힘들지만, 이러한 중고차 시장은 암시장과 유사한 성격을 보였다. 중고차 가격이 급등한 것을 무조건 긍정적 현상이라 판단할 수는 없다.그러나 출고 대기시간에 가치를 높게 부여하는 사람들이 중고차를 높은 가격에 구매한 것은 사회적 총효용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중고차 가격 폭등은 초과수요로 발생한 자동차 시장의 자중 손실을 막아 주었고, 한 명의 경제학도로서는 오히려 반가워해야 할 상황일 것이다. '지금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중고차와 '오래 기다려야 하는’ 신차의 가격이 역전된 것은, 어쩌면 자유시장 안에서는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시장을 관찰하다 보면 수요와 공급이 만들어내는 신기한 현상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를 냉철하고 분석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은 경제학을 배움으로써 얻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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