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경제 : 생산량 감소를 통한 4차 산업 인프라의 구축

남상원 / 2024-11-20 / 조회: 5

내가 즐겨 보는 유튜브 영상 중 하나는 2033년의 미래를 예상한 스케치 코미디이다. 기억에 남는 영상에서는 사람들이 가전제품, 옷, 병따개 등 일상 속의 사소한 필수품까지도 공유하는 내용을 다룬다. 물론 재미를 위해서 과장한 부분도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세상이 온 것 같다. 이미 자전거 ‘타다’, 자동차 ‘쏘카’, 가정집 ‘에어 비엔비’ 등의 앱들이 상용화되면서 공유경제 사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시작을 생각해보자. 시장경제란 개별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자유경쟁으로 정해진 가격에 거래를 하는 체제이며, 주로 자본주의와 결부되어 사용된다. 하지만 넓게 보면, 시장 경제의 시작은 신석기 시대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냥과 채집을 일삼던 자급자족의 시대를 거쳐 정착을 통한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 계급과 사유재산이 생겨났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농경을 통한 잉여 생산물은 사유재산이 되었고, 서로의 생산물을 물물교환함으로써 시장이 시작된 것이다. 즉, 지금까지 시장이라는 개념은 사유재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공유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은 더는 일맥상통하는 관계가 아니다. 길거리에서 쉽게 빌릴 수 있는 전동킥보드를 굳이 소유하려는 사람들은 이제는 없다. ‘쏘카’와 같은 자동차 대여 서비스들도 지금은 높은 비용 때문에 이용자들이 적지만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가 나타난다면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사람들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재화의 소유에서 재화의 공유로의 패러다임의 변화. 이것이 공유경제의 뼈대이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다른 재화들이 전동킥보드와 같은 입지를 가지게 되는 것은 더는 먼 미래가 아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공유’가 불러올 시장경제의 변화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게 될까.


시장에서는 주로 서비스를 판매하게 될 것이다. 재화의 판매는 생산자와 임대 서비스 제공 기업 간에서만 주로 이루어질 것이고, 가계들이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은 재화의 임대 서비스이다. 물론 생필품과 같은 소모품들은 여전히 재화로서 판매되겠지만, 초기 구매 금액이 큰 자동차, 전자제품과 같은 재화들의 서비스화는 공유경제 사회에서 가장 먼저 일어날 현상이다. 한국의 시가총액 10위권 기업들이 주로 판매하는 재화들은 모두 임대서비스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새로운 시장 경제체제에서 이 기업들은 2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임대 서비스를 공급하는 신흥 기업들에게 재화를 공급하는 생산자가 되는 것. 둘째, 직접 임대 서비스 공급 기업으로 기업 구조와 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GDP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기업들이 첫 번째 선택지를 선택해서 반쪽짜리 기업을 자처할 확률은 희박하다. 결국, 재화 판매 기업에서 서비스 판매 기업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다수 재화를 소유하는 사회에서 소수 재화를 공유하는 사회가 된다면 총생산이 감소하여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전자기기나 자동차 판매를 통한 GDP가 줄어들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가계에 미칠 영향과 그 파급 력을 함께 고려한다면 한국 시장경제 전체의 GDP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들은 기존의 고가의 재화들을 사는 대신 저렴한 공유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여유 자금이 생기게 된다. 이들은 반도체와 자동차 판매 회사보다는 2030년대를 주도할 4차 산업 기술을 지닌 회사에 투자할 것이다. 올해만 보더라도 AI 증명사진, 가수와 AI 가수를 구분하는 예능이 등장하는 등 4차 산업 기술은 예상보다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4차 산업 기술에 대해 큰 규모의 초기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한국은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기에서 선도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0년 뒤 맞이할 2033년은 유튜버가 각색한 것보다 더 현실성 없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AI와 사물인터넷(IOT)이 중심이 될 세상에서 기존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만 고수한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고 말 것이다. 공유경제와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큰 경제적 파장 속에서 기업들이 세워야 할 목표는 ‘재화에서 공유 서비스로의 전환’이다. 이 1차적 목표를 달성한다면 4차 산업기술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위한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구축되는 것이다. 공유경제 사회에서의 생산량 감소는 결코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산업 구조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것이 우리가 공유경제를 바라보아야 할 올바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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