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숙사 생활, 오랜 시절을 보내온 집을 나와 타지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게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귀중하고 새로운 경험입니다. 편리하게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는 많은 학생들에게 이상적인 선택지처럼 보일 것 입니다. 그렇게 긴장과 설렘을 안고 들어간 기숙사에서, 예상치 못하게도, 한정된 시설을 둘러싼 경쟁이라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기숙사에 온 첫 주, 저는 쌓인 빨래를 위해 공용 세탁기를 사용한 뒤 곧바로 건조기를 사용할 생각이었습니다. 저희 층은 건조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유일한 층입니다. 그래도 저의 세탁이 끝날 시간 즈음에는 다른 층의 건조기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세탁을 마쳤을 시간이 되어 아래층의 세탁실로 향하니, 건조기는 그새 다른 사람의 세탁물을 건조하고 있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50분 가량. 젖은 세탁물을 방치해 둘 수 없었던 저는 바구니를 들고 또 다른 층의 건조기를 확인하러 가보기로 합니다.
물론 그 아래층도, 또 그 아래층의 건조기도 이미 꽉 차있었습니다. 결국 그날 한참을 헤매다 한 시간 하고도 훌쩍 지나서야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건조기 쟁탈전에 지친 저는 이후로 저희 층에 있는 건조대를 이용하기 시작하였지만, 건조대마저 꽉 채워져있는 날이 부지기수였습니다.
희소성이란 드물고 적은 특성으로, 자원의 희소성은 한정된 자원에 대한 수요가 너무 많을 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를테면 저희 기숙사의 건조기 쟁탈전처럼 말입니다.
많은 기숙사에서 건조기는 공용이지만, 한정된 수량으로 제공되며, 이로 인해 사생들 사이에서 사용 시간을 놓고 경쟁이 벌어집니다. 주말에는 사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도 하므로, 건조기를 사용할 기회가 비교적 많지만, 평일에는 기숙사에 머무르는 사생들이 많기 때문에 건조기가 자주 사용됩니다. 이때, 건조기 사용 시간을 확보하려면 더 일찍 일어나 세탁을 시작하거나, 시간에 맞추어 기다리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자원의 희소성이 존재할 때, 사람들은 이 자원을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기숙사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학생들은 자원 사용에 있어 최적화된 선택을 하려 합니다. 건조기 사용을 위해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자원의 희소성에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기회비용의 개념과도 연관됩니다. 건조기를 사용하기 위해 시간을 아끼려는 선택은, 다른 일을 포기하거나 기다려야 하는 비용을 수반합니다.
기숙사 생활에서 자원의 희소성을 둘러싼 경쟁은 단순히 불편함에 그치지 않습니다. 자원의 공급이 제한적일 때 수요가 집중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가격이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듯, 기숙사의 '건조기'라는 자원도 시간과 공간이라는 ‘비가격적 요소’로 균형을 맞추게 됩니다.
어쩌면 기숙사는 단순한 생활 공간을 넘어, 자원의 희소성과 그에 따른 선택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작은 경제 시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실생활에서도 모르는 새에 경제학의 원리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NO. | 수상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
21 | 우수상 | 한국 사회주의 지지 성향의 역사적 원인과 한국 복지의 방향 박승빈 / 2024-11-20 |
|||
20 | 우수상 | 공유 경제 : 생산량 감소를 통한 4차 산업 인프라의 구축 남상원 / 2024-11-20 |
|||
▶ | 우수상 | 내 차례는 언제? 기숙사 생활과 자원의 희소성 정희주 / 2024-11-20 |
|||
18 | 우수상 | 모두를 위한 규칙, 모두의 힘으로 오원빈 / 2024-11-20 |
|||
17 | 우수상 | Just AI에서, With AI로! 김효빈 / 2024-11-20 |
|||
16 | 우수상 | 상생, 아름답게 포장된 공멸 :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이득영 / 2024-11-20 |
|||
15 | 우수상 | 동네 편의점의 가격 포지셔닝 : 단지 안의 물품이 왜 더 비싼가요? 여한생 / 2024-11-20 |
|||
14 | 우수상 | 독점,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정직한 방향이다 박서진 / 2024-11-20 |
|||
13 | 우수상 | 공유 킥보드와 시장경제의 이해 김강훈 / 2024-11-20 |
|||
12 | 우수상 | 저비용항공(LCC)업계와 선택할 자유 안지완 / 2024-11-20 |
|||
11 | 우수상 | AI 시대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효과 박영규 / 2024-11-20 |
|||
10 | 우수상 | 시장 메커니즘의 힘 사경안 / 2024-11-20 |
|||
9 | 우수상 | 국내 배달 플랫폼의 성장: 독점과 권리의 보장 강채원 / 2024-11-20 |
|||
8 | 우수상 | 5000원의 행복? 이서화 / 2024-11-20 |
|||
7 | 우수상 | 아직은 지지 않은 더 큰 세상의 그림자: 뉴스페이스 변동규 / 2024-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