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뉴스와 신문을 보면 ‘상생’이라는 말이 유독 자주 보인다. ‘서로 상’에 ‘빌 양’,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간다”는 의미의 이 말은 그 단어 자체로만 보면 너무나도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부 기관과 단체, 정치인들이 미디어에서 ‘상생’이라는 말을 언급하는 것을 들으면 미묘한 위화감이 들면서 어딘가에서 들어본 느낌이 든다. 그렇다, 그 속은 몇 년 전부터 쓰인 ‘경제민주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얼핏 들으면 단순하고 순수하게 다 같이 잘살자는 뜻인 것 같지만, 제대로 들으면 그 속뜻이 자유로운 경쟁을 지향하는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위배하며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으로 예시를 들어보겠다.
우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이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현재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부는 평일에, 일부는 주말에 의무적으로 대형마트가 휴업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 측에서는 이윤을 위해 영업을 하고 싶음에도,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정작 이를 금지하는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전통시장과의 상생이지만 이는 엄연히 원칙적으로 자유경쟁에 반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가 자유시장경제를 근본으로 삼고, 자유로운 경쟁을 추구하는 이유는 경쟁을 통해 각자가 최선을 다해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국민의 삶도 나아지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여러 측면에서 발전되었다. 결제의 다양화를 추구했고 신선한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려 노력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통해 얻는 편익도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전통시장은 위생, 카드결제, 주차, 가격정찰제 등 다양한 문제가 꾸준히 소비자에 의해 지적되었음에도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자유롭게 경쟁하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최선을 다한 쪽은 시장에서 높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게 되고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그러면 기업은 이윤을 내서 좋고 소비자라는 국민의 편익도 높아진다. 그리고 이러한 선순환이 국가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대형마트 규제는 전통시장을 억지로 부양하려 하며 시장경제의 원칙인 ‘경쟁’의 가치를 훼손하며 경제의 선순환을 막는다.
이는 명백히 규제만능주의에 불과하며 실효성조차 없다. 실제로 규제 시행 약 10년 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비자 약 1000명 중 67.8%가 대형마트 규제를 반대했다. 이렇게 원칙에도 어긋나고 실효성도 없는 규제로 인해 부흥하고 있었던 대형마트와 명맥을 잇고 있었던 전통시장 모두 쇠퇴의 길로 돌아서게 됐다. 언론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근 3년간 당기순손실이 1조를 넘었고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2006년 기준 1610개에서 2020년 기준 1401개로 감소했고 동기간 점포 수도 약 23만개에서 21만개로 줄었다. 같이 살자고 시작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이 오히려 전통시장의 자주적인 개선을 방해하며 정치권과 규제에 의지하게 만들었고, 대형마트의 이익 또한 감소시키며 양자의 ‘공멸’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부터 우리나라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시장경제’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위협은 계속해서 있었으나 최근에는 그 빈도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대충 봐선 실체를 알 수 없게 교묘하고 그럴듯하게 포장된 단어들이 있고, 요즘 자주 쓰이는 ‘상생’이란 단어도 경우에 따라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말 자체로는 문제가 없으나, 일부 기관과 단체, 정치인들이 현실에 맞지 않는 이념을 주입하여 시장경제에 반하도록 뜻을 변질시킨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나 시장경제의 가치를 존중하며 이치에 맞지 않는 것들을 분별하는 통찰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를 위해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감성보단 이성적으로 판단하자.
나 또한 어렸을 적 전통시장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있고, 전통시장이 거듭되는 발전을 통해 활성화되길 바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어디까지나 시장 속에서 경쟁을 통해 스스로 변화할 문제고 규제에 의존할 문제가 아니다. ‘상생’이란 거창한 말에 속아 대형마트 규제를 지속한다면 ‘상생’이 아닌 ‘공멸’이 기다릴 뿐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한다. ‘상생’은 아름답게 포장된 ‘공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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