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소파에 늘어져 ""오늘 저녁은 뭘 먹지?"" 고민하던 중 배달 앱을 열어본 나는 충격에 빠졌다. ""어라, 배달비가... 또 올랐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달비 없이 음식을 시켜 먹던 때가 있었는데, 배달 앱이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배달비가 일상이 된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배달비, 대체 언제부터 붙은 걸까?
배달 앱이 본격적으로 생기기 전에는 배달비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다. 음식값만 내면 문 앞까지 따뜻한 음식이 도착하곤 했지만 배달 앱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사람들은 외식을 못하니 배달 앱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도 같이 늘어나야 한다는 게 시장의 원리이다. 배달음식 주문이 몰리니 음식점들이 하나둘씩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심지어 '배달 전문 음식점'도 늘어났고, 평범한 중국집이나 분식집마저 배달 앱을 통해 새로운 매출을 올리게 되었다.
이제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플랫폼을 사용하면 수수료가 붙으니 음식점 입장에서는 이를 보전하기 위해 배달비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배달비가 당연해진 시대지만, 옛날에는 '배달비는 무료'라는 생각이 많았던 만큼 사람들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 모두 이 시스템에 적응해버렸다.
나는 좋아하는 떡볶이 브랜드가 있는데, 한 번 시켜 먹으려면 머뭇거리게 된다. 떡볶이 한 개 가격이 3,500원인데, 배달비가 무려 3,500원인 것이다. 음식값과 배달비가 같을 때면 묘한 배신감이 들면서도, 정작 배가 고프면 주문 버튼을 누르게 된다. 더구나 우리 동네에 이 브랜드가 하나밖에 없어서 여기서밖에 못 시킨다는 현실까지 그 떡볶이는 참 '독점적’이기도 하다. 덕분에 나는 자주 수요와 공급의 힘을 느끼곤 한다.
또한 간단하게 떡볶이 하나만 먹고 싶을 때가 있지만, 배달 앱을 열면 '최소주문금액’이라는 또 다른 장벽이 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짝 허전한 식사를 하고 싶은데, 주문금액이 부족해서 여러 음식을 억지로 추가할 때가 많다. 배달비 부담도 있지만 최소주문금액까지 채워야 하니, 간편한 떡볶이 한 개가 '조촐한 혼밥'에서 '푸짐한 파티'로 바뀌는 마법이 일어나는 걸 볼 수 있다. 소비자로서는 복잡한 마음이 들지만, 이 역시 음식점 입장에선 수익성을 위한 선택인 것을 알기에 애매한 마음이 든다.
한편, 이런 시스템이 소상공인들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배달 앱이 활성화되면서 매출은 늘었지만, 동시에 앱 수수료와 광고비가 함께 늘어난 것이다. 동네에 자주 가는 음식집 사장님도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신 적이 있다. 이제는 배달 앱 없이 손님을 모으기 어려운데, 주문이 많아질수록 수수료 부담도 커져서 “배달을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수익이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배달 앱에서 상위에 노출되려면 광고를 해야 해서, 광고비가 부담스러울 때도 많다고 하셨다. 그런데도 많은 소상공인들은 배달 앱을 포기하지 못한다. 이제는 배달이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편리하게 배달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배달 앱 플랫폼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시장의 구조도 시장경제의 한 단면임을 느끼게 된다.
배달 앱이 이렇게 일상 속에 자리 잡으면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각각 감내해야 하는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는 편리함을 얻는 대신 더 높은 배달비와 최소주문금액의 벽을 마주하고, 소상공인은 플랫폼 의존이 커지면서 수수료 부담에 신음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배달 앱을 쉽사리 끊지 못한다. 오늘도 “배달비가 너무 비싼데?” 생각하면서도 배달 앱을 켜게 되는 나를 보면, 이 편리함의 대가는 결국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선택 속에서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매번 생각하게 된다.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를 따라가 배달 앱이 일상화된 이 시대에, 우리는 결국 소비자로서, 그리고 소상공인으로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NO. | 수상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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