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들이 사회 전면에 등장하면서 요즘에는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회식 문화는 한국사회의 특징과도 같은 뿌리깊은 문화이다.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과 일과 후 식사를 하고 술잔을 나누며 회포를 푸는 일종의 의식 말이다. 그런데 회식 문화의 문제는 회식에 참여할 것인가, 참여하지 않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이 개인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직 구성원 간의 단합을 위해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 회식의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며 개인의 선택권은 무시된다. 한국의 회식 문화를 두고 흔히 ""꼰대질""이라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현상에 머무르는 분석이다. 그 이면에는 한국 사회에 깊숙히 뿌리 내린 집단주의 문화가 내재되어 있다.
집단주의는 사전적으로 '각 개인끼리 모여 상호 협력하여 사회 생활을 영위하는 사회학적 원리'라고 정의된다. 개인주의에 대비되는 개념이기도 한 집단주의는 개인의 자유의지보다 집단의지와 집단사고를 더 중요시하는 가치체계로 이해할 수 있다. 집단주의에 대해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원시 시대에 인류가 집단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경우 생존에 큰 위협이 되었기 때문에 종족 유지에 필수적인 사냥, 채집 등을 위해 집단체를 형성하였고, 그 결과 집단주의가 자연히 발생하게 되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근대 국가 형성 이후, 집단주의의 효용은 약화되었고,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자유주의와 더불어 개인주의가 주류로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보기 드문 급속한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효율성 추구의 결과 집단주의가 유독 강조되었고, 사회 여러 곳에서 여전히 내재된 집단주의 문화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집단주의는 사회적으로 여러 문제를 초래한다. 대표적으로 집단주의는 사회의 특정 문제를 집단주의 시각에서 쟁점화하고, 그 문제를 일률적·일괄적 규제로 해결하고자 하는 소위 설계주의의 폐해를 유발한다. 집단주의와 설계주의가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규제를 통해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따를 것을 강요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은 등한시된다. 대형 마트의 영업 제한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개인이 전통시장 또는 대형마트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자유권을 제한하려는 집단주의적 사고의 결과, 대형마트는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에 영업을 할 수 없는 획일화된 규제를 낳게 된 것이다.
최근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이 애초에 의도했던 전통시장 활성화에 전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형마트 영업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상반되는 결과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을 추구하는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대형마트 영업 제한 규제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일반 소비자나 전통시장 상인, 그리고 대형 마트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최근 발의되어 이슈가 된 바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들 수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특정 범주 뿐만 아니라 평등의 이념에 따라 성적 지향을 비롯하여 성별, 장애, 인종, 출신국가, 피부색, 언어,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법안의 합리성에 기반한 찬반 논의는 차치하고, 법안의 내용은 전형적인 집단주의적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피상적으로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여 자칫 속기 쉽지만, 평등이라는 위장된 가치로 사회를 획일화시키는 결과가 우려된다.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복감을 높이는 사회문화적 요소 중 가장 핵심 요인이 '개인주의'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주의란 이기주의와 유사한 의미가 아니라, 집단주의에 대응되는 의미이다.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행복감의 절대적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도가 높다. 반면, 집단주의는 개인의 자유도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행복감은 저하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우리 사회에서 집단주의적, 설계주의적 가치에 따라 만들어진 규제는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앞서 언급한 대형마트 영업 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사례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법, 노란봉투법, 토지거래허가제 등 개인의 자유권보다 과도하게 획일화된 규율을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난무한다. 집단주의는 궁극적으로 개인을 무기력하고 수동적으로 만든다. 개인의 창의성은 상실되고, 사회는 점점 활력을 잃어가게 된다. 무엇보다 집단주의는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목적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개인의 행복을 앗아간다. 집단주의의 함정에 빠진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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