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쌀이나 밀 등에 누룩을 첨가하여 발효시켜 만든
술로, 삼국시대 이전 농경이 이루어진 시기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의 전통주다. 조선시대에는 힘든 농사일을 끝내고 새참과 함께, 현대에는 비 오는
날 부침개와 함께 마시면서 막걸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한 막걸리가 큰 인기를 누린 건 2000년대 후반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면서였다. 단백질, 유산균, 아미노산
등 영양이 풍부한 생발효주 컨셉을 가지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증했고, 한류에 힘입어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국세청 및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막걸리 출고량은 2009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고, 일본 수출량은 6배 이상 성장했다.
시장이 커지자 대기업들은 누구 할 것 없이 투자를 늘리고자 했고, 특별하고 질 높은 막걸리
개발을 위해 힘썼다. 그렇게 막걸리 열풍은 탄력을 받는가 했지만, 이는 2011년 '막걸리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함께 기대에 그치게 된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위협을 느낀 소규모
양조장들이 정부에게 생계보호를 요구했고, 정부는 이에 따라 막걸리 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는 단지 권고에 불과했지만, 당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을 강조했던
사회 분위기상 대기업들은 이를 거부할 수 없어 확장을 포기했다. 대기업들이 확장 및 연구개발을 포기하자
막걸리 시장은 정체됐고, 젊은 층의 호응을 이어갈 혁신 제품도 나오지 않으면서 막걸리 열풍은 빠르게
식었다. 2011년 당시 출고금액 기준 5100억원이었던
시장규모는 2013년 4700억원으로 감소했고, 대일 막걸리 수출액은 2011년의
4분의 1가량으로 급감했다. 뒤늦게 정부는 2015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막걸리 산업을 제외했지만 이는 이미 늦은 후였고, 막걸리 시장은 그대로 침체기에 접어든다.
2011년 이전 막걸리 시장은 수요 측면에서는 막걸리 열풍, 공급
측면에서는 투자 및 연구개발 증가로 공급과 수요가 모두 늘어 균형 거래량이 크게 증가한 '호황’의 상태였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으로 공급 자체와 공급의 질이 하락했고, 그에 따라 수요량 및 수요도 하락했다. 그 결과 그동안 높은 질과
다양한 맛의 막걸리를 즐길 수 있었던 소비자 후생이 크게 감소했으며, 산업의 성장이 가로막혔다. 또한 정책적 보호를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던 본래 계획과는 달리, 그 정책적 보호막 속에 중소기업이 안주해버리면서 실질적인 '중소기업
보호’ 목표 역시 달성하지 못했다. 시장의 단편만 본 정부의
개입이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유지되고 있던 복잡한 균형을 망가트리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손,
시장경제 그 자체의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강하다. 함부로,
그것도 강한 힘의 개입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유지되고 있던 시장 자체를 망가트릴 수 있다. 강한
개입이 아닌 중소기업 개발 및 연구지원, 부정경쟁행위 단속 등의 정책으로 접근했다면 현재의 막걸리 시장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세계 주류 시장에서 한국의 전통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최근 프리미엄 막걸리의 유행과 온라인 판매 허용 등의 영향으로 막걸리 시장규모가 다시 5000억원대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성공의 시기가 늦춰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위기
이후 약 10년만에 당시의 영광을 재현할 기회가 찾아온 만큼 이번에는 정부의 지원 정책에 힘입어 막걸리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막걸리가 세계시장에서
한류를 이끄는 주인공이 되는 날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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