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등산을 했다. 산을 오르던 도중 갑자기 배가 아팠고, 근처에 화장실이 있는지 찾아봤다. 바로 옆에 공중화장실이 있었지만, 불행히도 친구들은 휴지를 가져오지
않았고, 나는 휴지를 이미 다 쓴 상태였다. 다행히 산 중간쯤이라
매점이 있었지만, 휴지의 가격이 상상을 초월했다. 조그만
여행티슈가 무려 3000원이였던 것이다. 내가 근무하던 편의점에서는
단돈 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우 급박한 상황이었던 나는 일단 먼저 사고 볼일을 해결했다. 사면서 비싸게 판매하는 아저씨에 약간은 원망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그 휴지를 필수적으로 수요했어야 했기 때문에 휴지의 가격이 더 비싸도 구매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산에서는 휴지를 3000원에 팔고, 편의점이랑 마트에서는 1000원에 판매하는 것인가? 이 상황을 설명해주는 개념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다.
우리는 가격의 변화에 따라 재화의 수요를 민감하게 반응할
수 도, 둔감하게 반응할 수 도 있다. 앞선 상황에서 나는
휴지를 매우 필수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가격이 3000원인 것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고, 휴지를 구매했었다. 그러나 평소의 상황이었다면 편의점에서 1000원에 주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에서 휴지를 구매를 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산에서는 휴지뿐만 아니라 물, 과자, 음료수 등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희소성이 상승하고, 이걸 필요로 하는 등산객들은 어쩔 수 없이 가격의 변화에 대해 둔감하게 반응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불용의를
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매점 아저씨는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 맞게 나는 더
비싼 돈을 주고 휴지를 구매했다.
이번엔 다른 상황을 가정해보자. 도심의 공원에서, 근처에 편의점과 마트가 위치한 상황에서 배드민턴을
치다가 갈증이 났던 나는, 산에서 마주쳤던 아저씨가 물을 비싸게 판매하는 것을 발견했다는 가정을 해보자. 이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 인가? 나를 포함한 대다수는
아저씨의 생수대신 근처의 마트에 들어가서 훨씬 저렴한 물을 구매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물의 '희소성’의 가치가 산에 있을 때보다 훨씬 떨어지고, 주변에 대체할 수 있는 마트와 편의점이 있기 때문에 가격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아저씨가 판매하는 물의
소비를 하지 않게 된다.
만약 아저씨가 이런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소비자의 수요의
탄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가격을 주변 마트와 편의점과 비슷하게 설정할 것이고, 혹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더 낮출 것이다. 그래야 여러분과 내가
생수를 구매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봤던 예시를 기업의 '판매 전략’으로 적용해보자. 어떤
시장의 수요의 가격탄력성에 따라 기업은 각 재화의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는데, 이것을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 산과
공원에서 희소성의 가치가 다르므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서로 다르고, 이에 걸맞게 판매하는 아저씨는 물과
휴지의 가치를 다르게 설정했다. 이것이 '가격 차별’이다. 또한 '가격 차별’은 기업의 독점과도 연관성이 있다. 산에서는 판매하는 사람이 아저씨
혼자밖에 없으므로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고, 공원에서는 편의점과 마트 등 경쟁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게 혹은 대체재의 가격에 맞출 수 밖에 없다.
2년 전 쯤 삼성이 z플립을 미국에서 한국보다 더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갤럭시 z플립을
미국에서 트레이드인 정책을 통해서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댓글의 반응을 살펴보니 삼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 미국을 더 좋아해서 저렴하게 판다는 댓글, 한국시장을
버리고 미국시장을 공략할려고 더 싸게 판다는 등 부정적인 여론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왜 삼성이 미국에서
더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세운 것일까?
여기에도 앞서 관찰했던
'수요의 가격탄력성’과 '가격 차별’전략이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삼성의 점유율이 69%에 달하고, 애플의 점유율이
30%이다. 삼성이 애플보다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삼성이 상대적으로 '독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시장은 상황이 어떨까? 애플의 점유율이 65%이고 삼성의 점유율은 23%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 지표는 반대로 애플이 삼성보다 독점적 지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삼성의 판매 전략은 어떻게 수립될까? 애플이 독점하고 있는 미국의 시장에서는 가격의 변화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즉 이미 대체재가 완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재화의 가격이 대체재보다
같거나 낮아야 소비자들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고, 이를 근거로 낮게 판매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삼성이 애플보다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인 독점적 우위에 있으므로, 가격의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게 반응할 것임을 예측한 삼성은 갤럭시의 가격을 비교적 높게 설정할 것이다.
이렇듯 경제학적인 분석을 해봤을 때 삼성은 절대로 사적인
감정에 기반하여 가격을 설정한 것이 아니라 '이윤 극대화’의
사고를 통해 각 시장별 '수요의 탄력성’에 따라 다른 가격을
설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최근의 삼성의 갤럭시는 반대의 가격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아이폰의 점유율이 40%을 넘어가고, 특히 20대 여성들에서는 71%가
아이폰을 사용한다는 설문 결과와 삼성의 갤럭시 z플립5 256GB의
가격이 한국에서는 140만원, 미국에서는 146만에 판매한다는 기사는,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삼성의 독점적
지위가 있지 않음을 의미하고, 또한 젊은 사람들의 수요의 탄력성도 변화함에 따라 삼성의 갤럭시 가격
차별 전략이 다르게 적용되었음을 의미한다.
기업의 '독점’에 대해서 대다수는 소비자는 기업의 전략에 '지배’당하고, 기업이 설정한 가격을 수용하는 수동적인 측면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가격 차별’은
앞에서의 사례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듯이 소비자의 수요의 탄력성에 의해 기업의 전략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기업이 소비자의 '가격탄력성’에
기반하여 재화의 가격을 설정한다는 것이고, 오직 기업의 이윤 극대화 전략만 고수해서 판단하는 것임이
아님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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