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란, 각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이익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경제 체제를 일컫는다. 정치철학자이자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이 경제 체제는 오늘날 대부분 국가에서 채택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는 시장경제 속에서 자유롭게 생산과 소비 활동을 하며 이익을 추구한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경제에 관해 이야기할 당시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빵집 주인의 이타심이 아닌 이기심 때문’이라고 말하며, 각 경제주체들의 이기심에 기초하면 경제가 효율적으로 굴러갈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는 인간에게는 이기심이 있지만, 이기심의 폭주를 막아줄 도덕적인 자아 또한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기 때문에 탐욕이 그 도덕성을 넘어서지만 않는다면 시장경제가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경제 체제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시장과 도덕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여러 논쟁에서는 때로 애덤 스미스가 믿었던 ‘공명정대한 관찰자’, 즉 인간의 도덕적인 자아가 탐욕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이론이 맥을 못 추는 것처럼 보인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늘어난 기회와 새로운 삶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시장경제의 한계에 대한 논의가 끓어오르고 있다. 사회과학 분야의 명저인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만 보아도 그렇다. 학생들이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유인책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옳은 일일까? 명문대 입학증을 돈으로 사는 것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까?
우리는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말하는 듯한 이러한 사례들에 거부감을 느끼고 부당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다면 놀이기구를 더 빨리 탈 수 있는 비싼 입장권을 파는 것도 금지해야 할까? 기증자의 동의를 얻고 돈을 받고 이루어지는 장기 이식은, 죽어가는 사람의 장기로 다른 사람이 생명을 얻을 수 있는데도 금지되어야 할까? 여러 사례를 접할수록 명확한 기준을 내리기는 더 어려워진다. 이렇듯 시장경제의 한계는 어디부터이며, 돈과 거래가 침범하지 않아야 할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21세기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더욱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삶의 여러 분야에 돈, 즉 시장 경제의 논리가 침투하는 것은 때로 차별의 근원이 되거나 원래 그 재화가 가지고 있던 가치를 훼손시키기도 한다. AI 평가 기준을 도입하여 사랑을 완전 경쟁 시장에서 매칭하기 시작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지불하는 금액에 따라 컨텐츠의 제공 범위가 달라지는 여러 구독 서비스까지 보다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지불 모델 및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혹자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 사랑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재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참여하며 이끌어가는 새로운 소비 패턴이자 우리 사회가 앞으로 계속해서 마주할 시장 영역의 확장으로, 새로운 기화가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시장 경제 체제에서 소비자는 시장의 모습을 이끌어가는 주체이다. 2022년 대표적인 소비 트렌드로 의미 있는 소비를 하는 '미닝 아웃'이나, 책임 소비가 지목되었듯이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 선택으로 단순히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 팔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장의 모습을 형성해가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시장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지니고 윤리적 담론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사회적 현상이다. 특히 기존의 ‘윤리적 소비’ 개념이 mz 세대의 sns 문화나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현상과 결합하면서 윤리적 소비는 교과서 안의 딱딱한 개념에서 우리 주변의 일상생활로 스며들고 있다. 실업 노인의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한 액세사리의 구입, 지역 농산물 소비, 윤리적인 방식으로 키워진 닭을 사용하는 치킨 브랜드의 소비, 일정 금액이 기부되는 소비 등등 소비자들의 미닝 아웃에 발맞추어 생산자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더 나은 세상과 가치관을 추구하는 소비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최근의 현상은 시장경제의 희망을 향한 발산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애덤 스미스가 믿었던 공명정대한 관찰자의 힘이, 우리 시대 소비자들 안에서 '미닝 아웃'과 '책임 소비'를 통해 깨어나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비자로서의 책임과 힘을 지각하고 시장의 변화에 발맞추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세상에서 필수적인 능력이다. 그 능력을 통해 소비자들은 오늘도 돈이라는 족적을 남기며 시장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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