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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게임

나도현 / 2023-05-19 / 조회: 415

닭강정을 꽤나 즐겨 먹던 나는 집 근처 상가에 위치한 A가게를 애용하고는 했다. 다만 물가 상승에 따라 A가게는 가격을 올렸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듯 나의 소비도 자연스레 감소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상가의 유일한 닭강정 가게였던지라 내 소비의 감소에도 A가게는 여전히 닭강정을 사먹겠다는 손님들로 붐볐다. 여기서 오늘 할 이야기인 독점시장을 엿볼 수 있다. A가게가 상가의 닭강정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기에, 상가에서 발생할 모든 닭강정 수요가 A가게로 귀결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상가 닭강정 시장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상가에 새로운 B가게가 개업을 한 것이다. 그것도 오픈이벤트로 '7,000원 할인’ 이라는 가격파괴와 함께 말이다. B가게는 A가게 가격 대비 58% 할인이라는 가격파괴를 감행했다. 이는 적은 이윤 내지는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미 굳어진 독점시장에 진입하고자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시장에 기업이 하나만 존재하는 독점시장에서는 매우 튼튼한 진입장벽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독점시장의 진입장벽은 여러 유형이 있지만, 여기서 작용하는 진입장벽은 “정보의 부재”와 “선점효과”이다. 첫째, 정보의 부재란 새로 진입하는 기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도 소비자가 이를 잘 알지 못한다면 수요가 생기지 않을 것이기에 생기는 진입장벽이다. B가게가 아무리 좋은 맛을 내고 저렴한 가격을 책정했어도 이를 소비자들이 알아주지 못한다면 여전히 A가게에 수요가 몰릴 것이다. 둘째, 선점효과는 먼저 입점한 기업이 시장에서 유‧무형의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A가게는 시장을 선점하여 광고나 홍보의 필요성이 비교적 적었고 소비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단골층 생성이 용이하여 상대적으로 입지를 쉽게 굳힐 수 있는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B가게의 “7,000원 할인”의 효과는 굉장했다. 비단 닭강정만의 수요가 아닌 상가 전체의 외식수요의 쏠림현상이 발생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전례 없던 대기 줄이 생겼고, 관광지의 유명한 맛집처럼 소비자들은 2시간의 기다림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엄청난 수요가 몰린 만큼 많은 사람이 B가게의 닭강정을 소비했고, “정보의 부재”의 진입장벽을 상당부분 돌파한 듯 보였다. 


그럼에도 오픈이벤트가 끝난 B가게는 A가게의 선점효과까지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A가게는 6년간의 탄탄한 입지를 기반으로 한 단골층이 매우 두터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B가게는 “상시 3,000원 할인행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대로라면 아무리 입지가 탄탄해도 가격이 압도적으로 저렴한 B가게에 수요가 몰리고 말 것이다. 이에 독점기업이었던 A가게는 물가상승으로 올렸던 가격을 하향 조정하게 된다. 하지만 동일하게 3천 원을 인하하는 것이 아닌 2천 원만 하향 조정한다. 가격이 수요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가격으로 책정할 수 있었던 까닭은, A가게의 입지가 B가게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졸지에 경쟁이 없던 독점시장에서 피 튀기는 복점시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기름이 아닌 피가 튀기는 이 경쟁 속에서 소비자의 관점은 어떨까? 독점시장일 때에는 경쟁 없이 수요가 한곳으로 모이니 기업은 최대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한다. 하지만 복점으로 경쟁이 붙는다면 서로의 수요량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여, 더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적자가 나지 않는 선에서 가격을 계속해서 내릴 것이다. 현재 A가게와 B가게는 그 조정 과정에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독점시장일 때보다 가격이 내려가니 닭강정을 많이 먹게 되고 또한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수요량을 끌어오기 위한 가격경쟁은 어느 한 쪽이 파멸에 이를 때까지 진행되는 치킨게임, 물론 여기서는 치킨이 아닌 “닭강정게임”이 될 것이다. 수요가 충분하여 두 가게 모두 적자를 보지 않고 적당한 이윤 수준에 만족한다면 모두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개 한쪽의 가게가 지속적인 적자와 떨어지는 수요를 버티지 못하고 임대문의 종이가 붙는 것이 다반사다. 수요와 직결되는 가격은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 상황에선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비가격경쟁, 특히 제품의 차별화인 닭강정의 맛이 중요한 판결처가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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