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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Futures)이 선물(Present)이 되려면

조재원 / 2022-12-07 / 조회: 426

2002년 구매한 우리집 카니발 자동차는 2022년이 끝나가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가족을 위해 달린다. 하지만,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달리며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할 노후화가 발생했기에, 자동차 회사에 새 차 구매 신청을 걸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차를 구매하는 방식은, 옵션들을 다 선택하여 결정하면 그 시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며, 수개월이 지난 후 차가 완성되면 그때 결정된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요즘은 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나오는데 길게는 1년이 넘게 걸리는 차량도 많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도, 물가의 변화가 반영되지 않고 계약한 시점의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는 것은, 마치 선물(Futures)거래의 모습과 흡사했다. 어제먹은 국밥의 가격이 오늘 상승해 있는 요즘 시대를 생각하면, 이는 우리 가족에게 있어 마치 선물(Present)처럼 느껴 지기도 했다. 하지만 상승만을 거듭하는 지금과 다른 옛날에는 도대체 왜 선물 거래가 발생했을까? 


선물 거래가 발생하게 된 초기 원인으로는 크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유통업 및 저장 기술의 미발달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선물거래는 한 곳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 16~17세기에 다양한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되었다. 네덜란드의 경우, 17세기 사람들의 부의 축적에 힘입은 과시에 대한 욕구와, 튤립의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인한 튤립에 대한 수요 폭증은, 수확을 하기 전에 미리 거래를 성사시키는 이른바 선물 결제의 시초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일본의 17세기 쌀을 매매하겠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표의 거래로 등장한 도지마 쌀 시장은 공식적으로 체계적인 최초 선물 거래로 인정받았다. 미국의 경우 곡물, 영국의 경우에는 금속 등을 선물 거래 대상으로 삼는 등, 초기 선물 거래는 주로 원자재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와 더불어 통신의 발달은 물건의 도착 시기를 예측할 수 있게 하여, 원거리에서도 사람들이 사전에 가격을 결정하고 매매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초기 선물 거래의 경우에는 쌀을 선물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다. 인천의 미두취인소가 그 예인데, 일본의 조선 농산물 시장의 장악을 목표로 설립된 거래소였다. 쌀과 콩의 미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선물 거래를 했으며, 반복창이라는 인물은 거래를 통해 800배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원자재를 이용한 선물 거래는 이후, 주식 시장 및 금융업이 발달함에 따라 주가지수, 금리, 통화 등 다양한 대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거래소에서 선물 거래를 관장하고 있다. 


실재하는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성사되는 상식적인 거래를 뛰어넘는 선물 거래의 방식을 통해, 거래의 규모는 더욱 커졌으며, 이는 곧 세계 전반적인 경제의 규모 상승의 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물 거래는 가격이 하락해도 수익을 볼 수 있고, 반대로 가격이 상승해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관리 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적은 자본으로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덤일 것이다. 인류에게 선물(Present)이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선물 거래에는 이러한 이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선물 방식의 등장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한 거래는 경제상황에 거품을 끼게 만들기도 했다. 앞서 말한 네덜란드의 경우, 튤립에 대한 폭발적 수요 증가는 이후 매도를 원하는 수많은 이들을 발생시켰으며, 가격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레버리지의 경우에는, 적은 자본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반면, 적은 손해가 큰 손해로 이어지며 100% 손해를 뜻하는, 청산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선물을 샀길래 그렇게까지 빚을 진 거야... 여자친구 생겼냐?” 


지난 해, 전세계를 매혹시킨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기훈이 상우에게 한 대사이다. 상우는 고객의 돈까지 선물 거래에 투자했지만 결국 실패하여 60억원이라는 막대한 빚을 지게 되었고, 결국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되었다. 선물 거래의 리스크는 무지한 기훈의 입장에서는 그저 선물(Present)에 대한 비용이었지만, 상우의 입장에서는 목숨이었다. 이렇게 개개인의 입장에서 선물 거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며, 하이 리스크는 곧 사람에 따라서는 인생의 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선물 거래는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한 동시에 울려왔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하나의 거래 요소로 만듦으로써 시장의 규모를 키웠고, 이는 곧 국가의 경제 규모를 키우는데 일조를 했다. 적은 투자금으로 막대한 수익을 낸 사람 또한 수도 없이 많다. 선물(Futures)이 선물(Present)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에 거품이 끼기도 했으며,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입고 경제적, 심리적 위기를 맞이한 사람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한편,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 200 선물 거래의 경우, 2022년 6월 31234(+39.9%), 7월 23402(-25.1%), 8월 17972(-23.2%), 9월 29965(+66.7%)의 추이를 보이고 있다(단위: 수십억). 이처럼 변동 폭이 크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요즘 증시 상황에 선물 거래는 상대적으로 적은 정보를 바탕으로 매매하는 일반인이 하기에 손해를 볼 확률이 매우 큰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게 미래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걸기에 선물 거래는 현재 너무나도 접근방법이 쉽다. 계좌를 개설할 때, 그저 한두 군데에 체크를 하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공매수를 했을 때, 가격이 오르면 돈을 번다’ 혹은 '공매도를 했을 때, 가격이 내려가면 돈을 번다’라는 것만 인지한 채로 선물 거래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다. 제도의 미비로 인해 오랜 기간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던 가상화폐의 경우도 마찬가지며, 가상화폐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더욱 심하다. 최근, 세계 7위의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은, 투자자들의 1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청산시켰다고 한다.


따라서 선물이 선물이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 것인가? 접근 과정에 있어서 이점을 알리는 동시에 거래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며, 접근에 대한 기준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정부를 포함한 여러 기관들이 '보이는 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최소한의 '보이는 손’으로 최대한의 '보이지 않는 손’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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