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도시들은 매우 비좁다. 어느 나라보다 집값과 땅값도 비싸다. 아주 큰 부자가 아니면 서구의 선진국처럼 도시에서 전원주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은 엄두도 낼 수가 없다. 서울, 부산, 대구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삼척 같은 소도시에서도 사람들은 콘크리트 숲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게 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별히 투기꾼 기질이 있어서도 아니고, 땅이 좁아서도 아니다. 땅이 사방에 널려 있음에도 우리 스스로 쓰지 못하게 규제로 옭아매었기 때문이다. 싼 값의 농지가 놀고 있는데도 그것을 매우 가치가 높은 택지로 바꿀 수가 없기 때문에 도시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공원 하나 없이 사방이 콘크리트 숲으로 둘러싸이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전 국토에서 대지(택지, 상가용지 등), 학교용지, 공장용지, 도로, 철도 등 도시적 용도로 사용하는 면적은 6%도 채 안된다. 나머지 94%는 농지와 임야들이다. 농지와 임야의 1/5만 도시적 용도로 전환한다면 사용가능한 공간이 4배로 넓어질 것이다. 공급이 넘치는 도시 토지의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고도 전 국토에서 농지와 임야가 차지하는 면적은 여전히 75%나 된다.
특히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시장개방을 생각해보면 별 가치 없게 이용되고 있는 농지를 도시적 용도로 돌리는 일은 더욱 중요한 과제다. 혹자는 농지가 줄어들 경우 식량 안보에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한다. 그러나 세계화된 시대에서 식량을 사올 수 없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식량 수출국들과 우리가 전쟁을 할 이유는 없으며 또 석유와 달라서 식량 가격은 담합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 증거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보면 알 수 있다. 농사를 전혀 짓지 않는 이 두 나라에서 지난 수십 년간 식량 수출국들의 담합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한 번도 없다. 오히려 국민들이 우리보다 더 싼 가격에 세계로부터 풍부하고 맛있는 음식물을 공급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어 농지를 유지하는 것보다 그 땅을 아름다운 녹색 도시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현명한 정책이다. 농지 규제를 통해서 농민을 농지에 묶어 두는 것보다 규제를 푸는 것이 농민들 자신에게도 이익이다. 이제 농지와 임야를 아름다운 도시로 재창조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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