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가?
사람은 희망적 사고방식에 쉽게 빠진다. 법 만드는 것도 그런 것 같다. 법을 만들고 이를 집행하면 세상은 법이 의도한 대로 될까? 국가만능주의나 입법만능주의의 문제점까지 인용할 필요도 없다. 너무도 많은 법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2년 지나면 정규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법을 만들자 사실상 모든 조직에서 비정규직을 2년만에 해고하면서 비정규직은 2년제 계약직이 되어버렸다. 보호한다고 만든 법이 거꾸로 비정규직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최근 문제가 되는 강사법은 또 어떤가? 강사들의 열악한 처지를 해결한다며 강의를 1년 이상 보장하고, 재임용 심사 받을 권리를 3년까지 보장하며, 직장건강보험을 들어주고, 퇴직금을 지급하고, 방학 때에도 월급을 주도록 법을 개정하였다. 그런데 대학의 등록금을 동결해 버렸으니 대학은 전임교수들의 강의와 대형 강의실 강좌를 늘여서 강사수를 줄이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강사법으로 강사들만 더 골탕을 먹게 된 것이다. 2018년 9월에 시행된 도로교통법은 자전거를 탈 때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했다. 워낙 반대여론이 심하자 경찰도 단속을 유예하고 계도에 주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행정안전부 장관도 국회가 법을 고쳐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인터넷 글로 올렸다.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을 법임을 법안을 제출한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이처럼 법이 무분별하게 양산되니 구속력도 없고 잘 지켜지지도 않는다. 그저 명분상으로 있는 법도 상당수 있다.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은 일반 국민만이 아니다. 국회도, 정부도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년 정부예산이 국회에서 정한 시한 전에 제대로 통과된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페널티도 없다. 미국처럼 연방정부를 폐쇄한다든지, 정부지출이 동결된다든지 하는 식의 조항도 없다. 국회에서 정부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그 순간 국회의원 세비 몇 달치를 깎는다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어느새 법 만능주의의 사고방식에 물든 것 같다. 그런데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절대로 그런 법은 국회의원들이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 규정도 문제다. 어떤 법 규정은 국민의 이해보다는 공무원들이 책임 안 지고 일 편하게 하도록 고안되었다. 각종 위원회는 공무원들이 사실상 모든 일을 주도하면서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 만든 인위적 조직이다. 누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하면 된다. 외부전문가들의 자문과 전문성이 필요하면 법과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얻어도 되는데 구태여 법에 위원회란 조직을 만든 것은 다분히 면피용이다. 우리 법에 특히 많은 '∼ 할 수 있다.’라는 표현도 그렇다. '∼할 수 있다면’ 왜 꼭 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조항이 없는데 공무원이 일을 벌이면 감사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들 생각해서 만든 규정이 아니라 공무원들 걱정해서 만든 규정이다.
국회가 열리지 않고 공전될 때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민생입법이 통과되지 못하여서 나라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동안 통과시켜서는 안 될 법을 통과시켜 각종 규제를 산더미처럼 만들어 놓고 자신들은 할 일을 하였다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회의원인지 모르겠다. 여야, 진보·보수 구별 없이 말이다. 가끔은 차라리 국회가 공전되고 열리지 않아서 악법 생산을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니면 거꾸로 법 같지 않은 법,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법, 국민생활에 사실상 큰 폐해를 주는 법, 불필요하고 규제만 양산하는 법, 국회의원과 법조계 사람들 먹고 사는 데에만 도움을 주는 법 등을 없애는 국회의원을 우수의정활동 의원으로 뽑으면 어떨까?
조성봉 /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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