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 유리한 곳 찾아서 옮겨가는 기업들 '발로 하는 투표' 시대
… 법·제도 개선이 성장 견인
여건만 된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경쟁력 있는 좋은 법과 제도를 찾아 주거지를 옮긴다. 이에 따라 '발로 하는 투표' 현상이 생기면서 사회·정치적으로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간에 법과 제도의 경쟁이 일어나게 됐다. 미국에서 주(州)마다 법과 제도가 다르고,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의 법이나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바로 그런 예에 해당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활동을 하기에 보다 유리한 법과 제도가 있는 사회에 기업이 몰리고, 경제성장이 잘 이뤄진다. 1960년대만 해도 베네수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보다 30%가량 더 높았다. 그러나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베네수엘라의 국민소득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3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일본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다섯 배 넘게 늘어 베네수엘라보다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원인은 다름 아닌 경제체제에 있었다.
글로벌 기업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스웨덴
일본은 기업활동과 수출입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고, 세금도 낮아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을 갖췄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가격 규제를 비롯한 온갖 규제와 높은 세금으로 인해 기업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어려움이 컸던 것이다. 한편 인구가 1000만 명 수준에 불과한 스웨덴은 자유로운 시장경제 시기에는 많은 글로벌 기업이 등장했다. 자동차회사인 볼보와 사브, 전자회사인 에릭슨,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 트럭회사인 스카니아 등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는 더 이상 새로운 대기업이 나오지 않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런데 스웨덴과 반대로 사회주의체제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바뀐 나라라도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한 경우가 있다. 1990년대 초 공산국가였던 소련은 러시아라는 자본주의 국가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래서 법과 규칙도 자본주의 체제로 바뀌었는데, 시장경제는 잘 작동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의아할 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제도의 범위에 있었다. 경제체제가 바뀌고 법 제도가 바뀌어도 그 사회가 갖고 있는 도덕적 규범이나 법 집행 능력, 그리고 사회 질서가 하루아침에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법 따로 현실 따로’라면 사람들은 약속을 뒤집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유인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는 크게 네거티브 방식과 포지티브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네거티브 방식이란 살인·강도·절도 등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법률로 적시하고, 이들 불법적인 행위를 제외한 모든 행위를 허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면 포지티브 방식은 법률로 이런저런 행위를 허용한다고 자세히 서술하고, 법률에 허용되지 않은 건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네거티브체제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전개해 나갈 수 있지만, 포지티브체제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이 법적으로 허용돼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기업들은 네거티브 방식의 법과 제도가 있는 나라를 찾게 되고, 기업을 유치하고 싶은 나라들은 네거티브 방식의 법과 제도를 도입하며 법과 제도의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도 네거티브 방식의 법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사막의 작은 나라에 불과했던 두바이를 세계적인 '비즈니스 왕국’으로 거듭나게 했다.
세계적 '비즈니스 왕국’으로 거듭난 두바이
두바이는 경제성장의 기본 요소인 생산요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라였다. 물론 중동의 다른 나라처럼 석유가 생산되긴 했지만, 미래를 낙관해도 될 만큼 충분히 많은 양은 아니었다.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던 셰이크 모하메드는 왕세자였던 시절부터 두바이의 경제성장을 위해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핵심은 바로 해외 자본과 기업 유치를 통해 자원이 국내에 도입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이었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먼저 17개에 달하는 자유경제구역을 만들어 법인세와 수출입 관세, 개인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시켰다. 또한 각종 금융 규제를 철폐하며 외환거래를 자유화시키고, 단 두 시간 만에 외국계 은행에 등록증을 내주는 효율적인 원스톱(한 번 방문으로 행정절차 완료) 행정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렇게 해서 두바이는 외국의 기업과 자본이 들어오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의 매력적인 유인을 구축하게 됐고, 여기에 더해 셰이크 모하메드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외국 자본과 기술의 투자를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두바이는 7000여 개의 글로벌 기업과 6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순식간에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 국가이자 지상 낙원으로 격상됐다. 세계 최고층 빌딩과 세계 최고급 호텔, 환상적인 인공 섬, 사막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스키장, 서울시의 절반에 해당되는 면적의 대규모 테마파크, 세계 최대의 무관세 자유무역 지대 등 두바이는 이제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나라’가 돼 이집트에 이은 중동 최고의 관광 메카로 성장했다.
세간에서는 두바이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리켜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평하기도 하며, 세계 각국의 기업과 정치가들은 두바이를 벤치마킹하고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을 본받기 위해 앞다퉈 경쟁하게 됐다. 이처럼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이뤄지는 국가 경쟁력은 기업의 활동을 장려해 보다 효율적인 경제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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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만 된다면 사람들이 경쟁력 있는 곳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발로 하는 투표’ 현상이 생기면서 사회·정치적으로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간에 법과 제도의 경쟁이 일어나게 됐다. 기업들은 네거티브 방식의 법과 제도가 있는 나라를 찾게 되고, 기업을 유치하고 싶은 나라들은 네거티브 방식의 법과 제도를 도입하며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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