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빅이슈`를 창간한 존 버드

최승노 / 2019-07-22 / 조회: 5,568

"노숙자가 공짜 자선만 받으면 영원히 자립 못해"

'빅이슈' 잡지를 팔아 노숙자가 자립토록 도왔죠


번화가의 지하철역 입구에서 빨간 조끼와 모자를 착용하고 ‘빅이슈’라는 잡지를 판매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은 모두 빅이슈 판매원이자 노숙자다. 빅이슈는 잡지인 동시에 노숙자의 자활을 돕는 일종의 자립 도우미로, 수익 전액을 빅이슈 판매원으로 일하는 노숙자들을 위해 사용한다. 실제로 빅이슈 판매원의 기본 조건은 노숙자다.


판매원들이 노숙자


1991년 영국에서 처음 창간된 빅이슈는 10여 개국에서 14종이 발간됐다. 여기에 빅이슈를 본떠 창간하거나 기사제휴를 맺은 세계 길거리 매체만도 40개국 120여 종에 달한다. 영국에서만 빅이슈는 매주 13만∼15만 부가 팔린다. 이를 통해 2010년 기준으로 5000명 이상의 영국 노숙자들이 자립에 성공했다. 세계적 명사들이 무료로 빅이슈의 표지 모델이 되는 이유도 빅이슈의 공익적 성격 때문이다.


현재 빅이슈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빅이슈를 창간한 존 버드는 본래 노숙자 출신이었다. 런던 노팅힐의 슬럼가에서 태어나 자란 존 버드는 5세 때부터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집세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불안정한 생활 여건으로 어려운 삶을 살아야 했다. 자연스레 범죄에도 손을 댔다. 13세에는 좀도둑질을 하다 잡혀 감옥 생활을 했다. 하지만 존 버드는 20대에 이르러 과거의 삶을 청산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안정적으로 자립에 성공했고 40대에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숍’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로딕의 제안으로 사회적 이슈와 비즈니스를 결합한 빅이슈를 창간했다.


존 버드는 빅이슈를 창간할 때부터 ‘공짜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선 위주의 노숙자 관리 방식에 불만이 많던 존 버드는 노숙자가 자립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기회를 통해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을 돕고 싶어 했다.


존 버드가 생각한 진짜 자선


실제 영국의 유명 언론인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존 버드는 “정부나 각종 단체의 자선은 찔끔찔끔 먹이를 줌으로써 그 덫에 영원히 걸리게 하는 것”이라며 자선 위주의 노숙자 정책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미 자선의 덫에 빠져든 노숙자들은 존 버드의 생각에 강하게 반발했다. 노숙자들은 존 버드가 자신들을 착취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존 버드는 결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빅이슈 판매원이 되기 위해 지켜야 할 행동 수칙을 정했다. 판매 중 금주는 물론이고 구매자에게 당당하고 친절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지켜야 할 수칙의 주요 골자였다. 존 버드는 판매원의 행동 수칙을 통해 노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존엄성과 자긍심을 되찾길 바랐다. 또한 빅이슈 판매 수익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처음 10권의 잡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를 팔아 생긴 수익으로 다시금 10권의 잡지를 정가의 절반 값에 살 수 있도록 했다. 간단히 얘기하면 판매 수익의 절반을 판매원인 노숙자가 가져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존 버드와 빅이슈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시장’과 ‘자립’을 강조해 정부의 복지 책임을 희석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존 버드는 무조건적이고 획일적인 복지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자선보다는 자립이 가능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 결과 스스로 힘으로 자립에 성공한 노숙자들의 만족도는 자선으로 겨우 생활하던 시절과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높다.


자수성가는 개인에게 달렸다


누구도 당장 불편함과 어려움을 감수하지 않고 모든 것을 누릴 수는 없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자수성가 역시 마찬가지다. 자수성가는 결국 개개인의 문제다. 자수성가 가능성을 탓할 이유가 없다. 이미 세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질의 삶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리고 있다. 지금도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촘촘해지고 있다. 그 촘촘한 틈 사이로 새로운 기회는 계속해 생겨나고 있다. 누군가 이미 찾아낸 틈은 모두가 알고 있는 기회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지금 시대에 맞는 자신만의 새로운 틈을 찾아야 한다.


◆ 기억해주세요


번화가의 지하철역 입구에서 빨간 조끼와 모자를 착용하고 ‘빅이슈’라는 잡지를 판매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은 모두 빅이슈 판매원이자 노숙자다. 빅이슈는 잡지인 동시에 노숙자의 자활을 돕는 일종의 자립 도우미로, 수익 전액을 빅이슈 판매원으로 일하는 노숙자들을 위해 사용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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