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학 중 세계 100위 안에 드는 학교는 서울대학교뿐이다. 그나마도 63위다. 싱가포르 국립대(19위), 중국 베이징대(14위)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에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중공업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원인은 경쟁과 보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진작부터 세계와 경쟁을 해야 했던 우리나라의 제조 기업들은 세계 일류기업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개방으로부터 철저히 보호받아 왔고, 또 평준화를 통해서 국내 학교간의 경쟁도 없애버린 학교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데가 하나도 나오지 못했다.
교육에서는 경쟁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경쟁은 그 자체로서 당사자들을 힘들게 만들 뿐 아니라 순위와 불평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서열과 경쟁을 없애면 뒤쳐질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 불평등도 방지할 수 있으니 이중으로 이로운 장치가 바로 평준화이다.
하지만 그것은 경쟁과 관련된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다. 큰 그림을 보면 이야기는 상당히 달라진다. 우리끼리 경쟁을 자제하고, 외국인의 진입을 막아서 편히 지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우리가 경쟁 없이 편하게 지내는 만큼 우리 교사들의 의욕은 떨어지고, 학생들의 실력도 낮아진다. 그러는 사이 다른 나라의 학교들은 치열하게 실력을 갈고 닦아 나간다. 보호와 평준화가 우리나라 교육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세계화된 세상에서 진정한 의미의 평준화란 존재할 수 없다. 국내에서 우리끼리의 평준화란 잠시 눈가림일 뿐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와 다른 나라 교사들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간다.
그나마 이제는 국내에서의 경쟁을 억제하는 일도 어렵게 되어 가고 있다. 한국의 교육 소비자들의 세계 시장을 상대로 선택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제는 한국인들도 한국의 교육이 마음에 안 들면 외국의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평준화라는 명분 아래 우리 학교를 묶어 두면 경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더 빨리 외국 학교들에게 학생들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학교간의 경쟁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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