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11
No.04
근로기준법중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
(근로시간단축과 관련하여)
- 2002.10.17. 정부 발의 -
1.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의미와 배경
법정근로시간 단축(주5일 근무제)은 우리사회가 앞으로 지향해나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인식에는 노사를 비롯한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다.
선진외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임금소득이 높아지게 되면 근로자들은 보다 많은 여가를 선호하게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임금부담이 높아지게 되면 장시간 근로보다는 생산성향상과 설비의 자동화를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경영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이를 반영,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은 2001년 10월 노사정위원회에서 총론적인 방향에 대한 노사정합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이에 의거하여 근로시간특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합의도출을 모색하였다.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은 근로자와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및 학교수업 등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때문에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특히 모든 경제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주5일 근무는 단순히 법정근로시간만을 40시간으로 단축시키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휴일'휴가제도 등 근로시간제도 전반에 걸쳐 제도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만 노사의 동반 성장과 함께 동 제도를 원활하게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2.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문제점
정부가 2002년 10월 17일 국회에 제출한 근로기준법중개정법률안에 의하면 법률개정의 목적을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하여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근로시간 및 휴가제도를 국제기준에 맞추어 개선하려는 것”으로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동 입법안은 국제기준과 관행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동계의 요구에 편향되어 있어, 냉엄한 국제경쟁에 직면해 있는 우리 기업에 심각한 경쟁력 약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주5일 근무제가 아직은 시기상조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이의 도입에 찬성한 바 있다. 다만 이미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처럼 국제적 기준과 관행을 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인 선결과제임을 수 차례에 걸쳐 강조해 왔다. 소득이 전제되지 않는 삶의 질 논의는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므로 선진국 수준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불가결의 요건임을 다시 한번 지적코자 한다.
금번 정부의 입법안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시행시기가 너무 촉박하다. 정부는 법 개정 후 불과 4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20인 이상 모든 기업에 주5일 근무제를 강제 적용하려 하고 있다. 법 개정 이후 업종'규모별로 10여년의 유예기간을 두었던 일본의 예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휴가일수가 너무 많다. 입법안에 의하면 연간 휴가'휴일수는 136~146일이 된다. 국민소득이 3배 이상 높은 일본(129~139일)보다 더 많이 쉬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
셋째, 임금보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없어지는 제도인 월차 및 생리휴가 수당 등 가변적인 임금은 임금보전의 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넷째, 유급주휴제도는 무급화되어야 한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가 거의 없는 유급주휴제도는 국제기준에 맞게 당연히 무급화되어야 한다.
다섯째, 연장근로 할증률을 ILO 및 일본 기준인 25%로 인하해야 한다. 현행 50%인 할증률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연장근로를 증가시키는 유인책이 되고 있다.
여섯째, 중소기업의 실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시행시기 뿐만 아니라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등 제반 제도가 경영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당연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3. 결론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은 국민경제 전체에 걸쳐 나타나게 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기업의 경쟁력이 동시에 고려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8월8일부터 국회차원에서 노사정이 주5일 근무제 논의를 재개키로 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주5일제에 대한 노사간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경영계는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그 동안 노사가 수차례에 걸쳐 협상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에 재논의는 입법을 지연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양대노총이 단일안을 제시한다고는 하지만, 최근 제조공투본이 마련한 단일안을 보면 정부안과 거리가 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입법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를 비롯, 산업현장에서 주5일 근무제의 단체협약 체결협상은 노사분규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발되는 경제적 손실도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주5일제는 노사뿐만 아니라 사사, 노노간에도 합의가 매우 어려운 사안이므로 이제 국회가 정부안을 참고해서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본다.
김정태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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