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새로운 ‘보편형 공공임대’ 약 19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취약계층 중심의 공공임대를 중산층까지 넓혀 역세권과 도심에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19만 호라는 숫자를 정하기 전에, 과연 국민이 원하는 주택이 공공임대인지부터 물어야 한다.
공공임대가 필요한 수요는 분명 존재한다. 저소득층과 청년, 주거취약계층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임대주택은 중요한 사회안전망이다. 문제는 중산층까지 대상으로 한 대규모 ‘보편형 공공임대’가 지금 주택시장이 요구하는 공급이냐는 것이다.
역세권과 도심의 좋은 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면 신청자는 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공공임대 자체에 대한 선호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저렴한 주택에 대한 수요와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다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서도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은 일반가구 86.8%, 신혼부부 89.6%, 청년가구 75.8%에 달했다. 상당수 국민에게 최종적인 주거목표는 여전히 장기임대보다 내 집 마련에 가깝다. 그렇다면 정부 역시 임대주택 공급량에 앞서 실제 자가·임차 수요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한정된 도심 토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같은 역세권 공공택지에 20년 거주하는 중산층 임대주택을 지을 수도 있고, 무주택 실수요자가 구입할 분양주택을 공급할 수도 있다. 토지와 재정이 한정돼 있는 만큼, 공공임대 확대에는 분양기회의 감소라는 기회비용도 존재한다.
지금 주택시장의 문제는 단순히 ‘살 집’이 부족한 것만도 아니다. 원하는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새 아파트, 특히 내 집으로 마련할 수 있는 주택이 부족하다는 요구도 크다. 정부가 이번 계획에 공공분양 24만 호를 별도로 포함한 것도 이러한 자가수요를 인정한 결과다.
더욱이 정부가 보편형 공공임대를 공급하려는 역세권과 도심은 분양수요 역시 강한 곳이다. 좋은 입지를 확보했다면 ‘임대주택을 몇 호 지을 것인가’보다 임대와 분양 가운데 실제 수요가 어디에 더 큰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공급자의 계획보다 수요자의 선택이 주택 유형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국의 주택시장도 동일하지 않다. 서울과 핵심 수도권에는 신규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있는 반면 일부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누적돼 있다. 전국 단위로 임대와 분양 물량부터 정하기보다 지역별 수급과 자가·임차 선호에 따라 공급유형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주택정책의 성과는 몇 호를 착공했느냐 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얼마나 공급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19만 호 공급’이라는 숫자가 정책목표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필요한 사람에게 공공임대를 충분히 제공하되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무주택자에게는 분양주택이라는 주거사다리도 열어 주어야 한다. 공급 부족의 해법은 단순히 주택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요에 맞는 주택을 공급하는 데 있다.
정부가 19만 호를 짓기에 앞서 확인해야 할 것은 ‘공급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국민이 정말 원하는 주택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