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개혁` 속도전에 … 항만 현장·지역사회 거센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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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원 2026-09-08 , 뉴데일리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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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항만공사 노조 "중앙집권화 통합, 명백한 시대역행" 반발 8일 재경부 앞서 기자회견·피켓시위 열고 통합안 철회 촉구 과거 연구서도 "통합해도 비용 절감 연 50억" 경제성 미흡 평가 시민사회단체도 기자회견 열고 "통합하면 경쟁력 떨어질 것" 반발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지역 항만공사(PA)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와 노조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인천·부산·울산·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통합 계획 철회를 요구한 데 이어 4개 PA 노동조합도 공동 성명을 내고 "중앙집권화 통합은 명백한 시대역행"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PA 간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줄이고 항만 간 연계를 강화해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정책과 투자 결정권을 통합 본사로 일원화하면 전문성과 경제적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 같은 반발에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향후 입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8일 전국 4개 PA 노조는 세종시 재정경제부 앞에서 통합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피켓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노조는 통합 추진에 앞서 통합 이유로 제시한 PA 간 연계 강화와 과당경쟁 완화, 해외거점 조성 등에 대한 실질적 효과를 정부가 먼저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통합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근거로 15년 전 통합을 검토한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2011년 국토해양부가 중앙대에 의뢰한 '항만공사 운영 개선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에서는 4개 PA 통합에 따른 연간 비용 절감 효과가 5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또 통합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통합에 소요되는 행정적 비용과 조직 개편 부담 등을 고려하면 제한적인데다, 가상의 통합 PA 효율성도 기존 기관보다 낮을 것으로 분석됐다. 오히려 통합 과정에서 기존 PA의 효율성까지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당시 연구는 4개 PA를 단일 조직으로 재편하는 것보다 현행 체계를에서 PA 간 협력과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PA 제도 설립 취지에 대한 정부와 노조 간 시각도 엇갈린다. 노조는 PA가 중앙집권식 항만 관리체계에서 벗어나 개별 항만이 자율성과 전문성,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단순한 조직 통폐합 논리로 접근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부산항과 인천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은 배후 산업과 물류권역은 물론 취급 화물, 주요 고객, 발전 전략까지 각기 다르다. 항만별 특성이 뚜렷한 상황에서 조직을 통폐합할 경우 항만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통합 이후 기존 PA를 지역지사로 전환하고 통합본사가 개발·운영·관리·물류·마케팅 등을 담당하게 되면 지역 조직의 실질적 권한은 어디까지 남게 될지 불분명하다고 우려한다. 반대로 핵심 기능을 기존처럼 지역 조직이 수행하게 된다면 기존 항만공사 조직 위에 통합본사를 얹는 '옥상옥'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효율성의 객관적 증명 ▲항만 경쟁력, 물동량, 해외사업, 선사·화주 서비스 개선 제시 ▲물리적 통합의 우월성 입증 ▲국회의 항만공사법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법률안의 철저 검증 등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인천·부산·울산·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7일 인천·부산·울산·여수 광양 4개 지역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하면 조직 비대화와 의사결정 지연, 항만별 투자 우선순위 충돌, 지역 특화전략 약화 등으로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세계 주요 항만은 서로 다른 항만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각 항만의 특성과 전문성을 살리고 현장 대응력과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독일 함부르크항, 중국 상하이항 등의 사례를 꼽았다.
자유주의·시장경제 싱크탱크 '자유기업원'도 4개 PA 통합안을 두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자유기업원은 "항만별 배후산업·화물구조·지역전략이 다른데 정책·기획을 중앙집중화하면 지역 특화와 현장 대응의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며 "물동량 유치와 서비스 개선을 둘러싼 항만 간 경쟁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거점 공동조성이나 구매·정보 공동화는 법인 통합 없이 가능하다"며 "4개 항만공사는 분리·경쟁을 유지하고 필요한 공동사업만 협업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본사 입지도 통합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항만업계에서는 해수부 소재지와 부산항 규모 등을 고려해 부산에 본사가 자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
이와 관련 허정 재정경제부 2차관은 청와대 유튜브 '팩트방앗간'에서 "본사가 여기 가야 된다, 저기 가야 된다고 일방 통보하지는 않는다"며 "지역사회, 국회 등 관련 논의가 있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부산·울산·여수광양 항만공사를 한군데 모아 통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남아있게 된다"며 "다만 정책 결정 기능이라든지, 전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비교에 따라 특화시키며 항만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능 조정을 통합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공공기관 기능개혁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구체적인 기능개혁 로드맵 수립에 나선다. 고용승계와 통폐합 전후 불리한 처우 금지, 통폐합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등 현장에서 제기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구체적 방안이 함께 논의될 계획이다.
정부가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통합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부터 제시하고, 항만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관련 법률안 마련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통합의 실효성을 둘러싼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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