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폭탄 맞고 기업하라고?"…쿠팡 사태에 `중복규제 수술`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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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원 2026-09-05 , ap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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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신문 = 강소은 기자] 쿠팡을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 기업집단·동일인 규제, 개인정보 관련 처분에 이어 10여개 부처의 조사까지 동시에 진행되면서,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복규제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의 규모나 특정 행위 자체를 규제 기준으로 삼기보다 실제 경쟁제한과 소비자 후생 감소 등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는지를 따져 제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유기업원과 좋은규제시민포럼은 4일 푸른홀에서 ‘플랫폼기업 규제 평가와 대안’ 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쿠팡에 대한 공정위의 자사우대 제재와 기업집단·동일인 규제, 개인정보 제재 등이 동시에 제기된 가운데, 한 기업에 여러 규제수단이 중첩되는 현행 체계의 적정성과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 쿠팡에 1400억 과징금·6426억 처분…“행위 아닌 효과 봐야”
주제발표를 맡은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쿠팡 사태를 개별 기업의 위법 여부에 한정하기보다 여러 규제수단이 한 기업에 동시에 작동하는 규제체계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사우대와 관련한 1400억원 규모 과징금과 검찰 고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6426억원 처분에 10여개 부처의 조사까지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중복규제의 배경에 플랫폼의 특정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현행 규율 방식이 있다고 봤다. 실제 경쟁제한이나 소비자 후생 감소가 발생했는지를 따지기보다 행위의 외형을 기준으로 제재하면 동일한 사업활동을 두고 여러 규제가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사우대 제재를 들었다. 이 교수는 마진율이 높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은 매대에 배치하는 것은 오프라인 유통에서도 보편적인 판매 방식이라며,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근거 없이 자사 상품을 우대했다는 사실만으로 제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권한 구조와 기업집단 규제 방식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조사와 의결을 같은 기관이 담당하는 현 체계에서는 권한이 한곳에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조직을 분리하고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권과 비밀유지특권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벌 규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동일인 지정제도가 미국 상장사인 쿠팡 Inc.의 이사회 의장에게까지 적용되는 상황도 제도 취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플랫폼 규제의 판단 기준을 ‘어떤 행위를 했는가’에서 ‘그 행위가 시장에서 어떤 효과를 냈는가’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럽연합(EU)식 사전지정제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실제 경쟁제한성과 소비자 후생 감소 여부를 사후적으로 실증해 규율하는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자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규제 방식도 손질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 2200여개에 이르는 경영자 대상 형벌 조항을 과징금·행정벌과 민사책임 중심으로 전환하고 동일인 지정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업 규제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벽배송을 제한해 온라인 사업자를 오프라인 유통업의 영업 조건에 맞추기보다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를 먼저 완화해 온·오프라인 사업자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 “EU DMA 이후 창업·투자 감소”…중복조사엔 ‘원 케이스 원 정부’
플랫폼 사전규제가 실제 시장과 소비자 후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실증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EU 27개국에서 이뤄진 스타트업 투자 1034건을 분석한 결과 디지털시장법(DMA) 시행 이후 신규 창업과 투자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유럽 서비스산업 매출 역시 0.05~0.64%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으며 애플의 수수료 인하에 따른 혜택 가운데 86% 이상은 EU 역외 개발자에게 돌아간 것으로 분석됐다.
지 교수는 플랫폼의 수수료와 상품 가격, 검색 노출, 결제 등이 각각 분리된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가격 구조를 이루고 있는 만큼 특정 행위를 금지한다고 해서 그에 따른 이익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이전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실패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사전규제가 그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라는 결론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규제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규제 방식이 시장과 소비자에게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게 지 교수의 판단이다. 특정 플랫폼 행위를 사전에 금지하는 방식이 창업과 투자, 서비스산업 매출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검증한 뒤 규제 수단을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회상 강원대 경제학전공 교수도 이른바 온플법이 금지하려는 4대 행위가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효과를 하나의 방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자사우대는 플랫폼의 협상력이 높아질 경우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고 끼워팔기 역시 저렴한 묶음 상품 제공이나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양분하던 배달시장에 쿠팡이츠가 진입한 것도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경쟁을 촉진한 사례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요기요 최저가보장제 사건에서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고 네이버 관련 사건도 파기환송된 점을 들어 공정위가 실제 경쟁제한 효과를 입증했을 때 사후적으로 제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U의 규제체계를 국내에 그대로 들여오는 데도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DMA의 주요 규제 대상은 미국계 글로벌 플랫폼이지만 한국에서는 국내외 플랫폼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어 시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규제 부담이 국내 사업자에게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 겸 좋은규제시민포럼 공동대표는 플랫폼 규제를 다시 설계할 때 특정 기업이나 사업모델보다 규제의 목적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는 기업을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국민후생을 높이기 위한 제도인 만큼 구체적으로 발생하는 위해를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좋은 규제의 13대 조건’ 가운데 국민순편익과 과학적 근거, 중복 방지, 최소침해, 혁신 촉진을 플랫폼 규제가 갖춰야 할 핵심 기준으로 꼽았다. 알고리즘 역시 자사우대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소비자 기만이나 실질적인 경쟁 배제가 발생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새벽배송 규제에서도 배송시간 자체를 제한하기보다 과로와 노동자의 건강위험을 직접 규제하는 방식이 규제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규제로 막으려는 위해가 무엇인지 먼저 특정하고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불필요한 시장 개입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여러 정부기관이 동일한 사실관계를 반복 조사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One Case-One Government’ 원칙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정위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용노동부가 같은 사안을 각각 조사하고 기업에 유사한 자료를 반복 제출하도록 하는 대신 사실관계 조사와 자료 제출은 한 번만 진행하고 기관별 소관 법률에 따른 판단만 각각 수행하자는 방식이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소비자 기만과 경쟁 배제, 개인정보 침해, 노동자의 건강위험 등을 규제할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다만 강한 규제의 정당성은 기업의 규모나 특정 사업모델이 아니라 실제 위해 발생 여부와 국민 전체의 순편익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김주찬 교수는 “특정 기업이나 사업모델이 아니라 구체적인 위해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