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민성장펀드, 자율 없는 `성장`은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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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명수 2026-06-24 , 마켓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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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조성, 10대 전략 산업과 90개 핵심 기술 분야 투자 계획 / 시장의 자생적 가격 발견 기능 약화시키고, 민간의 자율적 신용 평가 시스템 왜곡 위험 / 2025년 금융안정보고서--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 감당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 17.1% / 정부 역할--민간의 전문성 존중하고 투자 산업의 경계 허물어 생태계 활력 불어 넣어야
최근 정책금융의 핵심 화두는 '금융의 생산성’이다. 이른바 '생산적 금융’이란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분야에 머물러 있는 자금을 국가 성장을 견인할 혁신 기업과 첨단 산업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그중, '국민성장펀드’는 생산적 금융 기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총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여 반도체, AI 등 10대 전략 산업과 90개 핵심 기술 분야에 맞춤형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특화 자금 공급 모델인 '5극 3특’ 체계를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적 금융 기반을 강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자금 배분은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이는 시장의 자생적인 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시키고, 민간의 자율적인 신용 평가 시스템을 왜곡할 위험을 내포한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국민성장펀드를 필두로 한 기업금융 확대 기조는 금융회사의 포트폴리오 운용 자율성을 위축시킨다. 자율적 의사결정 대신 정책적 목표 수치에 맞춘 인위적 자금 배분이 우선시되면서, 기업이나 자산의 '실제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국민성장펀드는 투자 대상과 운용사 선정 과정에 정책금융기관이 깊이 개입함으로써 민간의 투자 자율성을 위축시킨다. 경직된 심사 가이드라인과 특정 섹터에 국한된 지원은 급변하는 산업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시장의 판단력을 가로막는다. 막대한 자본이 관료적 질서에 매몰되어 효율성을 잃는다면, 금융 경쟁력 약화를 넘어 국가적 경제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정책의 명분에 치중해서 시장의 판단력이 흐려지면,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못하고 존속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마땅히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야 할 한계기업들에 자금이 투입되면 산업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는 지연되고 자본 배분의 효율성은 극도로 악화된다.
한국은행의 2025년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17.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성장펀드가 정책적 수단으로 사용되어 한계기업 존속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유망 기업을 선별했다 하더라도, 과도한 정책 자금이 특정 분야에 쏠리며 기업 가치가 본질보다 고평가되는 '버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추후 후속 투자 유치 시 높아진 투자 문턱으로 작용하며, 거품이 꺼질 때 발생하는 충격은 오히려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독이 된다.
결국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통한 자본 배분에 앞서,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선순환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시장 가격과 기업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실력보다 정책에 의존하려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투자 산업의 경계를 허물어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그쳐야 한다. 정책 자금이 민간의 경쟁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우리 기업의 글로벌 성장을 뒷받침하는 '지렛대’가 될 때 국가 경제의 미래도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김명수 인턴연구원